| 햇빛·바람 주민 몫으로… 신안, 소멸대응 새판 짠다 마을 주도 발전사업 기반 마련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8월 27일(목)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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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이 발전소의 주인
신의면 상서1리가 행정안전부의 2026년 햇빛소득마을 1차 공모에 뽑혔다. 행안부는 지난 3일 전국 129개 신청 마을 가운데 86곳을 선정했다. 전남·광주에서는 30곳 중 19곳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전국 선정지 중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은 9곳이고, 77곳은 부지와 자금 계획, 전력망 연결 등을 보완해야 하는 조건부 선정이다. 상서1리가 어느 유형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판 뒤 수익을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나누는 사업이다. 외부 사업자가 발전소를 짓고 주민에게 이익 일부를 주는 방식과 달리, 주민이 사업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부는 발전사업 허가 절차를 돕고 태양광 설치비의 최대 85%를 금융으로 지원한다. 이는 보조금이 아니라 갚아야 할 자금이다.
신안군은 최대 금융지원을 받으면 남는 15%의 주민 조달분 가운데 절반을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대기로 했다. 전체 사업비로 보면 7.5%다. 올해 2억5000만 원을 시작으로 기금을 계속 투입할 계획이다. 군은 1MW 규모 발전소를 기준으로 이 지원이 금융비용을 줄여 마을 소득을 연간 약 600만 원 더 높일 것으로 추산했다. 600만 원은 발전소의 전체 수익이 아니라 대출 부담을 낮춰 생기는 추가 효과다.
■ 저장장치로 막힌 전력망 보완
전남·광주는 태양광 설비가 빠르게 늘어 전력망에 새 발전소를 연결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신안군은 전기가 많이 생산될 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보내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주민의 별도 부담 없이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용은 국비 40%, 지방비 30%, 가상발전소(VPP) 사업자 30%로 나누는 안이다. 여러 발전소를 정보통신기술로 묶어 하나처럼 관리하는 VPP가 설치와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다.
다만 이 분담률은 군이 검토하는 안으로, 확정된 지원책이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세부 방안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계통 연결 시점과 전기 판매가격, 유지관리비도 실제 배당액을 가르는 변수다. 군은 지도읍과 팔금면을 포함한 4개 마을의 2차 공모 신청을 마치고 인허가와 금융, 전력망 연결을 지원하기로 했다. 행안부에는 전국 617개 마을이 2차로 신청했으며 결과는 오는 9월 30일까지 나온다.
■ 햇빛연금 경험, 바다로 확대
신안군의 새 사업 밑바탕에는 기존 ‘햇빛연금’이 있다. 군은 지난 201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만들고 지난 2021년 4월부터 태양광 발전 이익을 주민에게 지급했다. 지난해 10월까지 주민에게 돌아간 누적액은 300억 원, 수혜자는 1만8997명으로 집계됐다. ‘연금’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세금으로 주는 고정 수당은 아니다. 발전 실적과 참여 조건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는 주민참여수익금이다.
국가 공모인 햇빛소득마을과 군 조례에 따른 햇빛연금은 방식도 다르다. 기존 연금은 주민조합이 민간의 대규모 발전사업에 채권이나 펀드 등으로 참여해 이익을 나눈다. 새 사업은 마을 협동조합이 소규모 태양광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며 배당과 공동사업의 쓰임을 정한다. 군은 두 제도를 함께 굴려 에너지 개발의 열매가 섬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일 방침이다.
이 모델은 바다로 넓어지고 있다. 신안군의 8.2GW 해상풍력은 한꺼번에 완성된 발전단지가 아니라 여러 사업을 묶은 세계 최대급 구상이다. 현재 96MW 규모 전남해상풍력 1단계가 상업운전 중이다. 이 사업 수익으로 지난해 10월 자은도 주민에게 첫 ‘바람연금’도 지급됐다. 지난달에는 390MW 규모 우이 해상풍력 사업이 공사에 들어갔다. 총사업비 3조4000억 원을 들여 15MW급 발전기 26기를 설치하고 오는 2029년 준공하는 계획이다. 주민은 시민펀드로 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나눌 예정이다.
■ 전력망·가격제도에 성패 달려
김태성 신안군수는 지난 18일 신안을 찾은 서왕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의원에게 세 가지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를 국가기간 전력망에 넣고, 고정가격 입찰 상한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며, 주민참여 범위를 넓히도록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지침을 고쳐 달라는 내용이다.
공동접속설비는 여러 해상풍력단지에서 만든 전기를 육지 전력망으로 함께 보내는 해저케이블과 변전소다. 사업자마다 따로 깔 때 생기는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지만, 건설 주체와 비용 분담, 인허가를 정해야 한다. 국가기간망에 반영해 국가가 책임 있게 구축해야 대규모 발전단지의 착공과 송전이 늦어지지 않는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입찰가격과 주민참여 기준도 사업성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어민과 주민이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도록 설계해야 한다. 서 의원은 이날 자은면의 육상·해상풍력 현장과 암태면 생낌항 유지보수센터를 둘러본 뒤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김 군수는 “에너지 수익이 실질적인 주민 소득과 지역 순환 경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햇빛과 바람이 지방소멸을 늦추는 힘이 되려면 발전량만 늘려서는 부족하다. 조합 회계와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발전소가 들어서는 어장과 자연환경을 지키고, 유지보수 일자리와 기업 투자도 지역에 남겨야 한다. 제때 갖춘 전력망도 필요하다. 신안의 실험이 전국의 섬과 농어촌으로 퍼질 수 있을지는 이 약속을 얼마나 꼼꼼히 지키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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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