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민화부터 팝아트까지, 강진에 펼쳐진 민화의 오늘

29일 민화대전 수상작 특별전
두 세대 이어온 민화 40년
세계로 뻗는 강진 민화의 길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8월 27일(목) 11:11
민화박물관.
강진 대구면 청자촌길에 들어서면 천년 고려청자의 비색과 함께 또 하나의 강렬한 색채가 눈길을 끈다. 익살스러운 호랑이와 까치, 탐스럽게 핀 모란, 책과 문방구가 가득한 책거리,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까지 다채로운 민화의 세계가 펼쳐지는 한국민화뮤지엄이다. 지난 2015년 문을 연 이곳은 옛사람들의 삶과 소망을 담아온 민화를 보존하고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가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오는 29일부터는 그 흐름을 잇는 제12회 대한민국민화대전 수상작 특별전이 열린다. 전국의 작가와 학생들이 새롭게 풀어낸 작품을 통해 오랜 민화의 상징과 이야기가 지금의 색과 표현으로 다시 살아난다.

강진에 자리한 민화의 시간

민화에는 옛사람들의 삶과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혼례와 제례에 쓰이고 집 안을 꾸미며 복과 장수, 자손의 번성과 평안을 기원했다.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까치는 반가운 소식을 알렸으며, 모란은 부귀를, 십장생은 장수를 뜻했다. 익살스러운 표현과 과감한 구도, 선명한 색채 속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바라던 삶의 모습이 녹아 있다.

조선 후기 사람들의 생활 가까이에 자리했던 민화는 근대화 과정에서 점차 일상과 멀어졌다. 이후 민화 장인과 작가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전통 도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옛 그림의 형식과 상징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소재와 감각을 더한 작품이 늘면서 민화의 영역도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

강진에 민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강진군은 2010년 박물관 설립을 위한 협약을 시작으로 2012년 후속 협약, 2013년 착공을 거쳐 지난 2015년 5월 2일 한국민화뮤지엄을 개관했다. 지난 2000년 강원 영월에 문을 연 국내 최초 민화 전문박물관인 조선민화박물관의 자매관이다. 두 박물관이 수집한 민화는 5000여 점에 이르며, 강진에서는 이 가운데 250여 점을 순환 전시하고 있다. 작품 수집과 전시는 물론 연구와 교육, 체험, 공모전까지 이어지면서 한국민화뮤지엄은 전통민화와 현대민화를 함께 보여주는 전문 공간으로 성장했다.

수상작에 담긴 민화의 오늘

박물관 개관과 함께 시작된 대한민국민화대전은 올해 12회를 맞았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수상작 특별전에는 일반부 본상 6점과 학생부 수상작 18점 등 모두 24점이 선보인다. 일반부에서는 김묘선 작가의 대상작 ‘호작도’를 비롯해 임경순 작가의 ‘요지연도(즐거운 잔치)’ 등 최우수상 2점, 김영미 작가의 ‘파상군선도’ 등 우수상 3점을 만날 수 있다. 학생부에서는 윤성로 학생의 ‘여의주를 향한 영혼의 춤’, 이채민 학생의 ‘민화마을로 퀵 배달하는 호랑이’, 하건우 학생의 ‘민화호랑이 팝아트’ 등이 전시된다. 전시는 오는 11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수상작은 전시가 끝난 뒤에도 강진에 남는다. 본상 작품이 강진군에 귀속돼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보존되기 때문이다. 해마다 새로운 작품이 더해지면서 강진에는 전통의 맥을 잇는 민화부터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까지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 일반부 본상 수상자에게는 조선민화박물관과 한국민화뮤지엄 공모전의 역대 본상 작가들로 구성된 ‘민수회’ 회원 자격도 주어진다. 민수회를 통해 수상 작가들은 서로 교류하며 민화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민국민화대전은 이처럼 수상 이후의 교류까지 이어가며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현대민화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두 세대가 잇는 민화의 길

강진 민화의 또 다른 이야기는 한 가족이 40년 가까이 이어온 민화 사랑에서 시작된다. 오석환 관장은 국내외에 흩어져 있던 민화를 꾸준히 모아 강진 한국민화뮤지엄을 세우는 바탕을 만들었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되팔기보다 지키는 길을 택했고, 그 시간은 딸 오슬기 관장에게 이어졌다. 오 관장은 박물관 공식 아트숍 ‘율아트’를 통해 민화의 색과 문양을 문구류와 생활용품, 패션잡화, 체험재료 등에 담아 사람들의 일상으로 옮겨왔다.

이들의 이야기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머니포차 2.0’을 통해 더 널리 알려졌다. 관련 영상과 쇼츠의 합산 조회수는 110만 회를 넘어섰고, 율아트는 지난해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라이프스타일 분야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지켜온 민화는 이제 딸의 손을 거쳐 사람들이 쓰고 즐기는 문화상품으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강진 민화 세계무대에 서다

강진에서 이어온 민화 이야기는 이제 해외로 넓어지고 있다. 한국민화뮤지엄과 율아트는 올해 일본 오사카에서 소장 민화와 굿즈를 선보인 데 이어 26일부터 도쿄에서도 약 두 달간 전시를 이어간다. 한국민화뮤지엄은 프랑스 박물관 기념품숍에 제품을 수출했고 호주 유통망 진출도 확정했으며,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KOOM Week 2026’에 참여해 현지 소비자와 바이어를 만날 예정이다.

민화가 오래 사랑받아온 힘은 그림 속에 담긴 사람들의 바람에 있다. 호랑이에는 액운을 막고 싶은 마음이, 모란에는 부귀를 바라는 소망이, 책거리에는 배우고 출세하고 싶은 꿈이 깃들어 있다. 시대가 달라져도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랜 수집으로 지켜온 민화는 박물관과 공모전, 아트숍을 거치며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전시장에서 바라보던 민화는 생활용품과 문화상품에 담겨 일상으로 스며들고, 해외 전시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강진에서 이어온 민화의 이야기도 그렇게 새로운 장을 펼치고 있다.
율아트 작호도 키링

율아트_작호도 민화 액자

율아트_작호도 민화 아크릴스탠드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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