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첫 관문 넘은 순천대, 동서 의료상생 과제

1.3점 차가 만든 이번 결론
교원 확보 구상서 높은 점수
서부권 보완 대책 함께 추진

박태영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09월 04일(금) 09:41
이병운 순천대 총장과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의대 후보대학 선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진=순천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경쟁은 국립순천대학교 선정을 계기로 일단락됐다. 순천대는 89.15점으로 목포대를 1.3점 차로 앞서 교육부 추천 대상으로 결정됐다. 후보대학 선정은 출발선이다. 정부의 신설 여부와 정원 배정, 설립 시기 결정이 남아 있다. 지역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순천대 의대 추진력을 높이면서 서부권의 필수·중증 진료 공백을 메울 상생안을 실행하는 일이다.

후보를 가른 준비의 차이

이번 선택은 통합의대 논의가 멈춘 뒤에 이뤄졌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지난 2024년 11월 대학 통합과 통합의대 추진에 합의했지만, 의대 소재지를 놓고 끝내 하나의 안을 만들지 못했다. 정부가 후보대학 한 곳을 다시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남연구원에 심사를 맡겼다. 양 대학은 지난달 28일 신청서와 심사 결과 승복 동의서를 냈고, 29일 서울에서 서류·발표·질의응답 심사를 받았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까지 통합의대 소재지를 담은 공동계획서를 내도록 했지만, 통합특별시는 합의 불발로 지자체 의견서만 제출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안건을 조건부 의결한 뒤, 26일 후보대학 1곳의 추진계획서를 다시 내도록 안내했다. 정부의 재요청으로 두 대학의 준비도를 가리는 심사가 시작됐다.

심사는 의대 신설 추진체계, 교육시설, 교육병원, 교원 확보, 의대와 교육병원의 역할과 책임 등 5개 분야로 진행됐다. 광주·전남·전북을 제외한 지역의 의료·재정 전문가 8명이 심사에 참여했다. 심사위원별 점수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뒤 6명의 평균을 합산했다. 순천대는 89.15점, 목포대는 87.85점을 받았다.

두 대학은 추진체계에서 9.33점으로 같았다. 교육시설은 목포대가 0.35점 높았다. 순천대는 교육병원 확보와 역할·책임 항목에서 각각 0.17점, 0.31점 앞섰다. 가장 큰 간격은 교원 확보계획에서 났다. 순천대는 21.72점, 목포대는 20.55점으로 1.17점 차를 보였다. 전체 점수 차 1.30점과 맞먹는 격차다. 새 의대는 건물만 지어서는 문을 열 수 없다. 교수와 실습병원, 수련 체계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이 이번 평가에 반영됐다.

순천대 의대 부지. [사진=순천시]

정부 판단까지 남은 고비

순천대가 받은 것은 정부에 낼 후보대학 지위다. 교육부는 경북과 옛 전남지역의 계획서를 함께 검토해 신설 지역과 대학, 정원 규모를 결정한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지역의대 신설 정원 100명을 오는 2030년부터 반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100명이 전남광주에 모두 배정될지, 경북과 나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순천대 의대 정원은 정부 결정 전까지 확정된 수치가 아니다.

이병운 순천대 총장은 지난달 31일 순천시청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인재가 고향에서 의학을 배우고 주민 건강을 돌보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소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인력을 키우고 대학병원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목포대와 서부권에도 대학병원 수준의 중증 진료 역량과 필수·공공의료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준비 계획도 제시됐다. 순천시·순천시의회·순천대는 지난달 12일 업무협약을 맺고, 최종 유치가 확정될 경우 조례동 드라마촬영장 인근 시유지 15만1719㎡를 의대와 대학병원 부지로 무상 임대하기로 했다. 부지 확보는 첫 단계다. 정부 심사 뒤에는 교수 채용, 교육시설 조성, 교육병원 운영계획, 예산 마련을 차례로 현실화해야 한다.

동부권 환영과 실행의 약속

순천을 비롯한 동부권은 후보대학 선정을 환영했다. 박성현 광양시장은 광양만권의 산업·직업·환경의학 수요가 설립계획에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지역의 실제 질환과 산업환경을 이해하는 거점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순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경쟁과 갈등을 마무리하고 서부권의 필수·공공의료와 의료 접근성을 높일 별도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1일 국무회의에서 목포대 탈락에 따른 서부권 지원책을 정부와 통합특별시에 주문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가칭 ‘동서의료균형발전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립의대 신설을 지원하는 한편 동·서부권 대학병원과 필수·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의료취약지역 지원 방안을 살피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통합특별시가 약속한 상생 방안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사업과 예산, 추진 시점을 점검하는 일도 필요하다.

순천대학교 전경. [사진=순천시]

서부권에 필요한 구체적 답

목포와 무안 등 서부권의 반응은 환영만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무안군과 군의회는 목포대가 후보대학으로 뽑히지 못한 데 유감을 표하며, 서남권의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섬 지역이 많은 서남권은 분만·응급의료와 환자 이송에 어려움이 큰 곳이다. 이들은 대학병원급 중증 진료 역량을 갖춘 거점병원과 필수·공공의료, 의료교육·연구 기반을 확충할 구체적 계획을 요구했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36년 동안 이어진 서부권의 의대 염원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동시에 1.3점 차로 갈린 평가가 짧은 시간에 진행됐고, 계획서 검증과 사전 설명이 충분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선정 결과와 평가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는 따로 살펴야 한다. 통합특별시는 평가의 기준과 보완책, 서부권 지원계획을 더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순천대의 후보대학 선정은 긴 논의를 한 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이제 국립의대는 한 지역의 성과로 머물지 않고 전남광주 전체의 의료 안전망을 넓히는 사업이 돼야 한다. 정부의 최종 결정, 순천대의 준비, 서부권 의료기반 확충은 한 묶음으로 추진돼야 한다. 어느 지역에 살든 아플 때 제때 치료받을 수 있어야 이번 선택의 의미도 완성된다.
박태영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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