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 금성관, 400년 역사 위에 오늘의 문화 더한다 조선 객사에서 오늘의 무대로 박태영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9월 04일(금) 09:46 |
|
400년 시간을 품은 금성관
금성관은 오랫동안 나주의 중심을 지켜온 공간이다. 조선시대에는 나주목의 객사로 쓰이며 중앙에서 내려온 사신과 관리들을 맞았고, 정청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와 궐패를 모셨다. 정해진 날이면 지방 관리들이 이곳에 모여 멀리 한양을 향해 예를 올렸다. 지금은 고즈넉한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지만, 당시에는 나주와 조정을 잇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당시 나주의 위상은 금성관의 규모와 형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정청은 앞면 5칸, 옆면 4칸 규모로 지어졌고, 객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맞배지붕 대신 팔작지붕을 올렸다. 건물 앞에는 궁궐 정전에서 볼 수 있는 월대도 마련했다. 넓은 정청과 높게 펼쳐진 지붕선은 당시 전라도 남부의 주요 행정 중심지였던 나주의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금성관의 정확한 창건 시기는 전해지지 않지만, 지금의 건물에는 1617년 중수 당시의 규모와 골격이 상당 부분 간직하고 있다. 이후 여러 차례 수리를 거치면서도 큰 틀을 이어왔고, 그렇게 400년이 넘는 시간을 나주 원도심과 함께했다.
금성관은 조선의 시간을 지나 오늘의 나주까지 이어져 왔다. 한때 왕을 향해 예를 올리던 객사는 이제 나주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대표 공간이 됐다. 400년 넘게 원도심의 자리를 지켜온 금성관은 그 역사성과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제2037호로 지정됐다.
|
조선과 근대를 지나 오늘로
금성관에는 나주가 지나온 오랜 시간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는 나주목의 객사로 쓰였고,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장 김천일이 이곳에서 의병을 모아 출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왕을 향해 예를 올리던 장소이면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의병이 뜻을 모으던 공간이기도 했다. 금성관이 단순한 관아 건물을 넘어 나주의 역사를 품은 장소로 기억되는 이유다.
세월이 흐르면서 금성관의 쓰임도 달라졌다. 일제강점기부터는 군청 청사로 사용되며 근대 행정의 공간이 됐다. 이 과정에서 건물 일부가 개조되고 동·서익헌과 망화루 등이 사라지면서 본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이후 여러 차례 복원과 정비를 거치며 옛 모습을 되찾아왔고, 건물 곳곳에는 조선의 객사에서 근대 행정공간을 거쳐 오늘의 문화유산에 이르는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 금성관은 또 한 번 긴 수리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해 11월부터 금성관 정청을 해체해 오래된 목재와 기와, 석재의 상태를 하나씩 살피고 있다. 다시 쓸 수 있는 부재는 최대한 보존하고, 건물이 어떻게 지어졌는지와 그동안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도 함께 기록한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흔적을 최대한 남기면서 옛 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품어온 금성관 앞마당은 오는 5일 다시 사람들로 채워진다. 플리마켓과 도심캠핑이 펼쳐지고, 주민들의 생활문화 공연에 이어 저녁에는 영화음악이 울려 퍼진다. 한때 왕을 향해 예를 올리고 의병이 뜻을 모았던 자리에는 이제 시민과 관광객의 웃음과 음악이 흐르며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잔디광장에 펼쳐진 문화마당
오는 5일 금성관 앞 잔디광장에서는 오후부터 밤까지 장터와 캠핑, 생활문화 공연과 영화음악이 이어진다. 나주시와 나주문화재단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오후 2시 플리마켓과 도심캠핑으로 문을 열어 저녁 음악회까지 계속된다. 오래된 객사 앞 잔디광장에서 머물며 공연과 장터, 음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오후 2시 시작하는 플리마켓에서는 다양한 물품과 체험거리를 만날 수 있다. 잔디광장에는 도심캠핑 공간도 마련돼 잠시 앉아 쉬거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플리마켓은 오후 7시까지, 도심캠핑은 밤 9시까지 운영된다.
같은 시간에는 주민들이 직접 무대를 꾸미는 ‘공존공생문화페스타’가 열린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지역 생활문화동호회가 준비한 공연과 활동을 선보이고, 차 나눔 등 방문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해가 기울면 광장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오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열리는 ‘시네마천국-주말의 명화를 듣다’에서는 익숙한 영화음악이 늦여름 저녁을 채운다. 낮 동안 장터와 공연으로 북적였던 잔디광장은 저녁이면 음악을 들으며 머무는 공간으로 바뀐다. 금성관의 오래된 지붕선을 바라보며 늦여름 밤의 문화와 여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
오래된 시간에 오늘을 잇다
금성관의 매력은 오래된 건축과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백 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면서도 시대에 따라 쓰임을 달리하며 나주의 시간을 함께해왔다. 조선시대에는 나주목의 객사로 사신과 관리를 맞았고, 근대에는 나주군청 청사로 쓰이며 행정의 중심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는 시민과 관광객이 찾아와 머물고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다시 사람들을 맞고 있다.
이번 행사는 그런 금성관의 현재를 보여준다. 긴 세월이 남긴 흔적 위에 오늘의 문화가 더해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래된 공간에도 새로운 시간이 흐른다. 객사에서 군청으로, 다시 문화유산과 시민의 공간으로 이어져 온 금성관은 시대마다 새로운 쓰임을 더하며 나주 원도심의 한복판을 지켜가고 있다.
박태영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