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권 반도체, 오는 2030년 6월 첫 양산 로드맵 63만평 우선공급 조기 추진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9월 04일(금) 10:16 |
|
부지부터 먼저 연다
특별시가 제시한 첨단산업단지 공급 면적은 826만㎡, 약 250만 평이다. 광주 군공항 613만㎡와 탄약고 이전 예정지 77만㎡, 그 밖의 부지 136만㎡를 더한 규모다. 하지만 군공항 전체 이전과 산단 조성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생산 시점도 늦어진다. 이에 따라 탄약고 이전 예정지와 민원 해소 부지 등에서 확보할 수 있는 약 63만 평을 먼저 공급해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의 출발선으로 삼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이 일대를 입지로 정하면서 넓고 평탄한 부지, KTX역과 도심에 가까운 위치를 장점으로 꼽았다. 기업이 먼저 쓸 땅의 위치와 경계를 일찍 확정하는 일이 우선 공급의 첫 관문이다.
일정은 빠듯하다. 내년 인허가·설계와 일부 부지공사를 시작하고, 오는 2028년부터 2029년까지 팹을 짓는다. 오는 2029년 1단계 준공 뒤 오는 2030년 6월 첫 양산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광주공항 국내선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옮기고, 군부대를 분산 배치하며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도 병행해야 한다. 군공항 안 주한미군 시설 이전처럼 중앙정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은 세부 일정이 뚜렷하지 않아 사업 전체의 변수로 남아 있다.
전력과 물의 시간표
공장 건물만 빨리 지어서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 특별시는 신광주변전소에서 산단까지 약 23㎞의 공급망을 새로 연결해 오는 2028년 말 1단계 전력 3.1GW를 공급하고, 이후 최종 6.3GW까지 늘릴 계획이다. 송전선로를 황룡강과 지방도 49호선 주변에 묻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의견 수렴, 도로 굴착에 따른 교통 불편, 공사비와 공사 기간은 서둘러 풀어야 할 과제다.
용수는 오는 2028년 말까지 주암댐 5만t과 보성강댐 10만t 등을 통해 하루 15만t을 우선 공급한다. 오는 2030년에는 하루 65만t 공급을 목표로 잡고, 하수처리수를 다시 쓸 수 있게 만드는 시설과 정수장 개선까지 더해 최종 공급 능력은 하루 133만t으로 넓힌다. 여기서 65만t은 생산시설 가동에 필요한 목표 물량이고, 133만t은 여유 물량을 포함한 장기 공급 능력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지난달 25일 국무회의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의결해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용수 인프라다. 전력망은 공급 계획을 마련했지만 예타 면제 적용과 비용 분담이 추가로 정리돼야 한다. 전력과 용수의 절차가 모두 끝났다고 보기보다, 두 기반시설의 시간표를 맞추는 단계로 보는 게 정확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기반시설과 산업 생태계, 인력 양성에 6조 원 규모의 통합재정 지원을 추진한다. 다만 전력망과 용수 사업의 국비·기업 부담 구조가 정해져야 실제 재원 투입 속도도 가늠할 수 있다.
|
사람이 머무는 생활권
특별시는 산단 5㎞ 안팎에 일하고 살고 즐길 수 있는 ‘직주락’ 생활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산정 공공주택지구 1만4000호, 광주송정역 KTX 투자선도지구 3200호, 민간 주택을 합쳐 약 7만9000호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산단과 주거지역, 도심 거점을 30분대 교통망으로 잇고 광주송정역 일대에는 주거·상업·업무와 KTX·도시철도·버스 환승 기능을 모은다는 구상이다.
다만 첫 양산 시점과 주택 공급 시점은 따져봐야 한다. 민간 주택 약 6만2000호는 오는 2030년까지 공급하되, KTX 투자선도지구는 오는 2032년, 산정지구는 오는 2034년까지 조성한다. 공장이 먼저 돌아가는 초기에는 기존 주택과 민간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주거 수량만이 아니라 통학, 돌봄, 의료, 대중교통 같은 일상 기반을 초기 입주 인력에 맞춰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의회가 살필 실행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은 1단계 1만3000명, 2단계 1만 명으로 모두 2만3000명이다. 이 가운데 기술 인력은 1만7020명으로 74%를 차지한다. 지역 대학 22곳과 직업계고 26곳 등 48개 교육기관이 오는 2027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관련 인력 약 2만5000명을 길러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숫자만 놓고 보면 수요를 웃돈다. 그러나 공정·설비·생산관리처럼 기업이 원하는 직무와 교육 내용, 채용 시기가 맞지 않으면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전남대·광주과학기술원·한국에너지공대 등이 교육과정과 실습시설을 함께 쓰는 가칭 ‘반도체 연합공대’는 이런 간격을 줄이려는 방안이다. 아직 운영이 확정된 기관은 아니다. 특별시와 교육청, 대학·고교, 기업이 참여하는 인재양성 연합체를 꾸려 현장 수요에 맞춘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는 게 시의회 반도체특위의 주문이다.
김성일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부지와 전력·용수뿐 아니라 인재·주거·교통·교육 여건도 같은 일정 안에서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앞으로 동복댐 증고 검토에 따른 주민 수용성, 송전선로 경로, 군공항 이전, 정주 기반을 현장에서 점검하고 조례와 예산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오는 2030년 6월의 첫 양산은 4개 팹 전체 완공이 아니라 먼저 가동할 1단계 생산시설의 출발점이다. 발표된 시간표를 실제 공장 가동으로 바꾸려면 행정 절차의 속도만큼 주민 신뢰와 재원, 생활 여건을 함께 채워야 한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