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일 영광군수, 서부권 반도체 에너지축 제안 군공항 팹과 산업축 연결 구상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
| 2026년 09월 04일(금) 16:13 |
|
영광군이 내세운 카드는 전력이다. 반도체 공장과 부품기업이 가장 먼저 묻는 안정적인 전기, 재생에너지 조달, 입지와 물류 여건을 함께 갖춰야 투자 논의가 공장 건설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영광을 서부권 제조·에너지 거점으로 세우겠다는 뜻이다.
팹을 중심에 둔 권역별 분업
민 시장은 지난 8월 통합시와 시의회 간 현안 간담회에서 군공항 부지에 들어설 팹에 산업을 집중하기보다, 동부권에는 반도체 연계 신소재 특구를, 서부권에는 소재·부품·장비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규모 생산시설은 광주권에 두되, 소재와 부품, 연구와 지원 기능은 통합특별시 전역으로 넓혀 투자 효과를 함께 나누겠다는 방향이다.
장 군수의 건의는 이 틀에 영광의 역할을 넣은 후속 제안이다. 장 군수는 “통합특별시의 반도체 경쟁력은 팹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군공항의 생산기반과 동부권 신소재, 서부권 소부장,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가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부장은 반도체에 쓰이는 재료와 부품, 장비를 뜻한다. 영광군은 특정 시군이 기업을 더 가져가는 경쟁보다 권역별 강점을 연결해야 투자 경쟁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웨이퍼와 특수가스, 화학소재, 정밀장비, 물류, 전력, 연구인력이 제때 이어져야 한다. 팹을 중심축으로 삼되 주변 지역이 소재와 부품, 에너지, 연구 기능을 맡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
재생전력은 별도 설계해야
군은 한빛원전 6기 기준 약 6GW와 추진·계획 규모로 제시한 해상풍력 11GW, 태양광 1.2GW를 합쳐 18GW급 에너지 구상을 내놓았다. 이 수치는 영광의 에너지 잠재력과 사업 구상을 보여주는 기준으로는 의미가 있다. 다만 18GW가 곧바로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풍력과 태양광 사업의 추진 단계, 송전망 연결, 변전시설 확충, 실제 전력구매 계약이 함께 갖춰져야 기업이 믿을 수 있는 투자 조건이 된다.
RE100도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원전은 대규모 전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실적으로 인정받는 전원은 아니다. RE100 대응은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전력으로 따로 설계해야 한다.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전력을 계약해 사는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제3자 PPA 같은 수단을 갖춰야 하는 까닭이다.
영광의 강점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한데 묶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설계할 여지가 있다는 데 있다.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은 생산공장의 가동을 돕고, 풍력과 태양광은 수출기업의 재생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가능성의 언어다. 영광군과 통합특별시는 재생에너지가 실제로 전기를 생산해 파는 시점, 송전망의 남는 용량, PPA 가격과 계약기간을 기업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입지와 물류까지 묶어야
영광군은 전력 외에도 팹과의 접근성, 기존 산업단지와 쓸 수 있는 땅, 광역교통망을 강점으로 들었다. 그러나 입지 경쟁력은 지도 위 거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이 바로 쓸 수 있는 부지가 있는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용수와 전력망을 언제 공급할 수 있는지, 물류비와 인력 확보 비용은 얼마인지가 투자 결정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제안은 ‘소부장·에너지 연계형 산업단지’라는 이름을 넘어 실행계획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선 유치 업종을 전력반도체, 전력기기, 반도체 장비와 부품처럼 영광의 에너지 조건과 맞는 분야로 좁힐 필요가 있다. 이어 후보지별 쓸 수 있는 땅의 면적과 기반시설, 허가 절차, 팹과의 물류시간을 공개하고 기업별 맞춤형 전력 조달안을 제시해야 한다.
민 시장의 권역별 구상은 지난 8월 26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더 구체화됐다. 당시 민 시장은 서부권을 에너지 기반시설과 연계한 전력반도체 거점으로, 동부권을 반도체 관련 소부장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간담회에서 제시한 동부권 신소재·서부권 소부장이라는 설명과 업종 배치의 표현이 달라진 만큼, 통합특별시는 권역별 역할과 입지 기준을 공식 계획으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영광의 제안도 이 기준 안에서 에너지 거점과 전력반도체·관련 소부장 기능을 어떻게 맡을지 구체화해야 힘을 얻는다.
미래사업도 예산에 담아야
장 군수는 이번 면담에서 내년도 시비 지원도 요청했다. 스포츠과학·스포츠의료·인공지능(AI)·스마트 훈련시스템을 결합한 미래 국가대표 선수촌 조성 기본구상 용역, 백수해안도로 노을경관을 활용한 백수 해안 노을 관광지 조성사업이 대상이다.
두 사업은 반도체 산업과 성격이 다르지만, 사람을 머물게 하는 지역의 기반을 넓힌다는 점에서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백수 해안 노을 관광지는 지난 2025년 전남도 지정·고시를 거쳐 조성계획이 추진 중이다. 반면 미래 국가대표 선수촌은 영광군이 유치를 건의하는 단계다. 예산 반영에 앞서 사업 주체와 재원 분담, 운영 방식부터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성패는 팹 유치 발표에서 갈리지 않는다.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지, 재생전력을 어떤 가격과 시점에 계약할지, 부품기업이 어느 땅에서 언제 공장을 돌릴지를 보여줄 때 경쟁력이 생긴다. 영광의 제안은 서부권이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첫 설계도다. 통합특별시가 권역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전력망·산업입지·예산을 함께 움직인다면, 영광은 반도체 공급망의 한 축으로 설 수 있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