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76억 여수섬박람회, 개막 뒤 콘텐츠 보강이라니
2026년 09월 18일(금) 10:21
세계 최초의 ‘섬 박람회’라는 거창한 간판을 내건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의 출발이 초라하다. 총사업비 676억 원을 투입하고 30개국, 관람객 300만 명을 목표로 세웠지만 개막 사흘간 관람객은 4만1,446명에 그쳤다. 하루 평균 약 1만3,800명이다. 목표를 채우려면 하루 평균 약 4만9,000명이 찾아야 한다. 출발부터 필요한 관람객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관람객 사이에서 “볼거리가 부족하다”, “행사장 규모와 입장료에 비해 관람 시간이 짧다”, “섬이라는 주제와 콘텐츠의 연결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람회의 핵심인 전시와 체험 자체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기가 막힌 것은 그다음이다. 조직위원회는 개막하고 불과 며칠 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위클리 콘서트를 만들고 전시관 체험을 늘리고 야간 프로그램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수백억 원을 들여 수년 동안 준비한 국제행사가 문을 연 뒤에야 ‘볼거리’를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개막은 했는데 완성은 나중에 하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박람회는 건물을 세우고 홍보물을 뿌린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더욱이 ‘세계 최초’를 내세웠다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콘텐츠가 있어야 했다.

행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전의 시간도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공 개최’를 외치는 홍보가 아니다. 왜 300만 명이라는 목표를 세웠는지, 왜 개막 전에 콘텐츠 완성도를 검증하지 못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676억 원의 세금보다 더 무서운 낭비는 실패하고도 실패의 원인을 묻지 않는 것이다. 여수섬박람회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빈 행사장이 아니라, 부실한 기획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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