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빛을 따라…임금남의 멈추지 않는 시의 여정

임금남 시인과 제9시집 『거침없이 달려가는 시인』

김영희 기자 hoahn01@hanmail.net
2026년 10월 08일(목) 11:28
시인 임금남의 문학은 우리 곁의 작은 순간에서 시작된다. 계절이 바뀌는 풍경과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사물, 소박한 일상에 눈길을 머물며 삶의 이야기를 시로 옮겨왔다. 현대시에서 디카시, 시조로 표현의 영역을 넓혀온 그의 행보는 익숙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는 창작 의지를 보여준다.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면서도 생활의 온기와 자연을 향한 애정을 놓지 않는 것이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광주 광산구 임곡에서 태어난 임 시인은 2018년 『아시아서석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화순을 생활 터전으로 삼아 광주·전남 문단에서 활동해왔으며, 광주문인협회와 광주시인협회, 화순문인협회 이사 등의 이력을 쌓았다. 아시아서석문학 작품상과 히말라야문학상 성북구청장상 등을 받으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지역의 삶과 정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가꿔온 시인이다.

첫 시집 『보름달을 삼키다』를 시작으로 『노을을 품다』, 『나들이 나온 바람』, 『어찌나 이쁜지』, 『기분 좋은 날』, 『모란꽃 필 때면』 등을 펴냈다.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달과 노을, 바람과 꽃은 그가 어디서 시의 실마리를 얻고 온기를 발견하는지 짐작하게 하는 자연의 언어들이다. 작품집을 거듭 내놓는 동안 일상의 장면을 포착하는 시선과 표현의 폭도 함께 넓혀왔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한 뒤 다시 다음 작품을 향해 나아가는 꾸준함은 그의 창작을 이끄는 중요한 힘이다.

2025년에는 일곱 번째 작품집이자 시조집인 『시인의 길』을 선보였다. 현대시와 디카시에 이어 전통적인 운율을 지닌 시조에 도전한 것이다. 특히 「사투리」 연작에서는 전라도 말씨를 대화처럼 풀어내 웃음과 정감을 살렸다. 이웃끼리 주고받는 듯한 친근한 말 속에 서민적인 삶의 표정이 드러난다. 생활의 언어를 시의 언어로 끌어들이면서 시조의 맛과 멋을 살리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8시집 『당신을 표절하고파』에서는 계절의 풍경과 일상의 장면을 통해 그리움, 고독, 만남의 감정을 탐색했다. 자연물에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입혀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표현도 특징이다. 박덕은 시인은 이 작품집을 두고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과 뜻밖의 순간을 기록해 독자의 시각을 새롭게 한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는 매개로 읽힌다.

시 「지나온 발자취」에는 삶을 긍정하는 시선이 드러난다. 인생을 달리는 열차에 빗댄 작품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도 앞으로의 여정을 향한다. 지나간 날의 어려움보다 견뎌온 힘에, 후회보다 계속 살아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속도를 줄이더라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는 태도는 작품 밖에서 이어지는 시인의 창작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발자취에 비춰보면 제9시집 『거침없이 달려가는 시인』이라는 제목은 임금남 자신의 문학적 자세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 ‘달려간다’는 말은 남보다 앞서거나 빠르게 도착한다는 뜻보다 새로운 표현을 찾고 다음 작품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이미 이룬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빈 원고 앞에 서는 마음, 평범한 하루에서도 새로운 시의 가능성을 찾는 마음을 함께 연상시킨다.

한림출판사에서 선보이는 이번 제9시집은 그동안의 창작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걸음을 가늠하는 계기다. 독자는 앞선 작품에서 만났던 자연의 표정과 생활의 말맛이 새 책에서는 어떻게 이어지고 달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화려한 수식보다 작은 장면을 오래 바라보는 눈, 익숙한 말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 올리는 손길이 이 시인을 읽는 길잡이가 된다. 평범한 하루에서 시를 발견하고, 그 시로 다시 삶을 바라보는 일. 임금남의 문학 여정은 그렇게 다음 문장을 향해 계속 나아간다.
김영희 기자 hoah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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