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에 인사보복까지, 책임져야 할 시장은 어디에? 시청 압수수색에도 시는 묵묵부답 잇따른 행정난맥에 대한 사과와 해결, 안하는건가 못하는건가 임창균 기자 hoahn01@hanmail.net

2021년 09월 10일(금) 13:43

나주시청 전경

지난 8월 19일, 광주지검은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나주시청 소통정책실과 총무과를 압수수색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진행된 환경미화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점수 조작과 금품이 오간 의혹에 대한 보강수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미 의혹 당사자 4명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들 중 나주시 공무원과 환경미화원 2명은 응시자 2명으로부터 금품을 건네받고 채용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9월, 나주시의회 지차남 의원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지 의원은 지난해 9월 4일 나주시의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체력검증 1등 응시자가 탈락을 했다’며 면접점수 조작과 금품제공 의혹을 주장했다. 또한 의혹 해소를 위해 면접자료를 공개해달라 하였으나, 돌아온 건 부시장과 총무국장 등 시 공무원들의 명예훼손 혐의 고발이었다. 이에 지 의원 역시 무고와 협박 혐의로 해당 공무원들을 고소하면서, 채용비리 의혹은 지루한 맞고소전으로 흘러갔다. 이후 이 고소는 모두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또한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불공정한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를 밝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접수되기도 했다. 청원인 한 모 씨는 당시 면접시험에서 ‘합격자들에게는 ’나주시장과 부시장 이름, 취미‘ 등을 물어보고, 탈락시킬 응시생들에게는 ’부정금품 수수 시 범칙금‘ 등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했다’며 채용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나주시는 입장문을 통해, ‘청원인 역시 금품 제공 혐의로 수사 중인 사람으로 추정된다’며 오히려 청원인의 자격을 따졌다. 실제로 한 모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인에게 채용 청탁을 빌미로 금품을 건넸음을 인정했으나, 역으로 채용 청탁이 비일비재함을 나주시가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었다.

나주시보건소 전경

보복인사로 끝난 나주 보건소 갑질논란

문제는 나주시에서 벌어진 논란과 부적절한 대응이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5월 전국공무원노조 나주시지부 홈페이지에는, 보건소 직원이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내용이 게시됐다. 이유없는 폭언과 왕따 논란에 많은 이들이 분노어린 공감을 했고, 이에 나주시 감사실은 보건소 과장 2명의 갑질 행위를 밝혀내고 징계처분을 했다.

문제는 이후에 일어난 인사 조치에서 2차 가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은 면장, 동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오히려 묵묵히 일했던 보건소 팀장급 11명이 공동책임을 이유로 보건지소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이다. 나주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추후 회복시킬 계획이라 밝혔으나, 이로 인해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인 보건소에, 방역 비전문가인 행정직이 자리를 채우는 상황도 연출됐다.


관리감독 소홀? 나주교통 보조금 지급 논란

나주교통 보조금 논란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던 일이라 더욱 아쉽다. 전국 지자체는 시내버스를 지원하기 위해 준공영제를 시행하거나 손실보전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 5월부터 시민단체들은 나주교통의 상습적인 노선결행과 불법회차 등을 지적하면서, 해마다 증액되는 손실보전금 규모와 함께, 사측이 인건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나주시는 그동안 해명자료를 통해 반박했으며, 지난 3일엔 사회관계망(SNS)에 ‘나주교통 관련 입장문’을 발표했다. 손실보전금 증액은 노선 증가 등의 이유를 들었고, 인건비 논란은 수당과 연금 등 누락 된 자료로 인해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해명이다. 버스 운행과정에서 생긴 불편 민원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고 전수조사 중이라 밝혔다.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뒤늦은 해명으로 보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들의 감사청구나 고발이 없었다면, 나주교통을 이용하던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 이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제적인 행정을 통해 나주교통의 운영을 개선했더라면 이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논란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시장

결국 세 논란의 끝은, 나주시의 행정난맥과 강인규 시장의 리더십을 가리키고 있다. 환경미화원은 공정하지 못한 채용과정, 보건소 갑질은 세심하지 못한 인사조치, 나주교통은 관리감독 소홀이 문제가 됐다. 특히 지차남 시의원과의 고소전은 시민들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주었다.

게다가 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민들의 불안감마저 커진 상황에, 이를 안심시킬 시장의 대응이 보이지 않는 점 역시 아쉽다. 나주시 관계자는 “이미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라, 시 역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시민분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답변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차남 나주시의원은 “시청이 압수수색을 받은 건 나주시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며 “혐의 있음이나 없음에 상관없이, 시의 수장인 시장님이 시민들께 아직까지 사과 말씀이 없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시를 이끄는 동안 시행한 훌륭한 사업들도 시장의 업적이지만, 동시에 잘못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것도 시장의 역할이다. 논란에 대한 신중한 대응도 좋지만,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시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시정을 펼치더라도, 시에서 일어난 일에 한걸음 물러서는 시장에 대해 시민들이 책임감 있게 생각할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시장의 리더십이 더욱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