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 이룬 ‘무등산 지킴이’, 진재량 선종善終하다. 연수차 건너간 일본에서 마주한 울창한 수림 국어교사 포기하고 무등산 중턱에 18만 평 가꿔 잡목만 들어찬 민둥산, 수십 년간 삼나무와 편백나무로 채워 국토녹화 공로 인정받아 2번의 대통령 표창 등 수상 세 아들과 함께 만든 광일목장과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유지 끝내 해결 보지 못하고 눈 감아 박준호 기자 hoahn01@hanmail.net

2021년 12월 17일(금) 11:29

‘山을 후손 대대로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생명의 자원’으로 육성해나가겠다는 꿈과 포부를 갖고, 나무와 함께 일생을 보내온 '무등산 지킴이' 진재량(陳載良, 광일목장 대표. 광주시 동구 산수동)씨가 지난 16일, 향년 98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민둥산이던 무등산을 울창하고 기품 있는 녹지로 만드는데 반평생 바친 고인을 향한 지역 각계각층의 애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진재량 대표가 걸어왔던 발자취

전남 장성에서 척박한 땅을 일궈 옥토로 만들어 1평씩 땅을 늘려가던 부모님의 개척정신을 보고 배우며 자란 진재량 대표(이하 진 대표)는 일제강점기 광주사범학교를 나와 교편생활을 하였다.

1955년, 일본으로 연수차 갔던 그에게 울창한 일본 수림은 큰 충격을 주었다. 이때부터였을까. 당시 중학교 국어교사였던 진 대표는 산림 가꾸기에 관심 갖게 되었다.

그는 경제수종을 잘 가꾸면 돈도 벌고 사회에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는, 주저 없이 교사직에서 물러났다.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수중에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부어, 무등산 중턱에 18만 평을 샀다.

이후, 진 대표는 삼나무, 편백나무 등 각종 묘목을 구입하여 조림사업에 전력투구했다. 동트기도 전인 새벽 5시부터 넓은 산 중턱 수백 그루의 나무들을 혼자 힘으로 가꾸는 것은 벅찼지만 세 아들의 도움으로 견뎌낼 수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일군 광일목장과 무등산 편백

무등산을 터전 삼아 50년 넘는 세월과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민둥산이던 무등산에 광일목장을 설립, 나무를 심고 목초를 길러 산림을 조성하고, 목초지를 가꾸었던 진 대표.

그는 맏아들 진춘호, 둘째 진석호, 셋째 진달호 등 가족 10명과 직원 30명 등 총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등산을 오르내리면서 당시 ‘국토개발’이란 사명감으로 젖소 350두를 가지고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을 운영하며 200여 ha에 초지를 조성하고, 편백, 삼나무, 리기다소나무, 은행나무 등을 심었다.



‘무등산 지킴이’, 공로 인정 받다

광주와 화순, 담양 등 3개 시군에 걸쳐 조성된 무등산의 울창하고 기품 있는 녹지는 광일목장이 일군 노력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 대표는 세계 임업연수를 다니면서 율림 사업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고, 산림 관리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설파하고 사명감을 키웠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4년 새마을 소득증대사업에 따른 대통령 표창 수상, 1980년에는 전라남도 도지사 상, 1981년에는 농림부 장관상, 2007년 광주광역시 교육감상 등을 받았다. 2008년 대한민국 녹색대상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산림청장상, 2017년에는 농림축산부 장관상에 이어 지난 2020년에는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또한, 1983년에 자영돌림가, 1988년에는 우림독림가로, 그리고 1992년에는 모범독림가로 선정됐다.

‘광일 목장’이 국토녹화(무등산)에 혁혁한 공을 세운 공적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인정을 해 준 것이다.

국립공원에 편입된 광일목장.

그러나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조림과 목초지에 평생을 바친 이들의 공로는 고통으로 바뀌고 말았다.

정부는 126만 평이라는 엄청난 땅을 무등산국립공원에 편입했으나 어떠한 보상과 지원은 없었다. 오히려 환경부가 자연공원 법에 의해 광일목장의 땅을 무등산국립공원에 편입한 뒤 관련 법을 이유로 기존에 해왔던 목장과 산림사업도 일일이 허가를 득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허락을 내주지 않았다.

수십 년간 온갖 열정으로 개척해온 126만 평의 큰 면적이 편입된 이후 지난 7-8년 동안 다방면으로 활기찬 미래의 목장 사업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국립공원구역 편입지역’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가족들이 함께 1인 시위를 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진 대표는 본인이 반평생 동안 100억 원 넘는 돈을 들여 이룬 산림이, 국립공원에서 해제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립고 그립다

“육림(育林)은 가장 의미 있는 ‘공익사업’”이란 신념 하나로 산과 나무에 반평생을 바쳐오며, “무등산 산하가 모두 내 자식같다”라며 나무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표했던 故 진재량 대표.

"후손들에게 맑은 공기를 숨 쉴 수 있는 평화의 '나무 동산'을 남겨주는 것이 마지막 꿈"이라던 陳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났으나 그가 한 평생 일궈왔던 울창한 숲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한편, 빈소는 광주 구호전 장례식장 20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8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