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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나비대축제는 지난해 4월 25일~5월 6일(12일간), 함평엑스포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꽃·나비·곤충을 주제로 한 전시·체험·문화행사에 더해 함평의 농특산물 전시·판매까지 묶어 ‘봄 축제 한 판’을 완성한다. 축제의 구성만 보면 화려한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선 그 화려함이 ‘부담’이 아니라 ‘선택지’로 작동한다. 보고 싶은 만큼 보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 수 있게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이 축제가 특히 빛나는 대목은 ‘공간의 크기’에서 나온다. 축제장 자체가 넓고 콘텐츠가 여러 구역으로 분산돼 있지만, 길을 잃지 않게 동선이 잡혀 있다. 평소에도 관람 흐름이 잘 정리된 함평엑스포공원은 축제 기간엔 공원 전체가 하나의 ‘봄 테마파크’처럼 움직인다. 기본 이용시간은 09:00~18:00(매표 마감 17:00)까지로 안내돼 있고, 전시관 운영은 계절·요일에 따라 휴무가 있을 수 있어 현장 운영 공지를 함께 확인하면 동선이 한층 깔끔해진다.
◇ 나비 따라 걷는 봄 산책길
함평엑스포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봄은 ‘보는 것’에서 ‘겪는 것’으로 바뀐다. 유채와 꽃들 사이로 사람들이 천천히 흘러가고, 그 사이사이에 나비의 움직임이 작은 사건처럼 생긴다. “어, 방금 지나갔다.” “여기 앉았다.” 짧은 감탄이 이어지는 동안, 여행은 이미 성공한 셈이다.
축제의 중심은 분명 나비다. 함평나비대축제는 꽃·나비·곤충을 소재로 전시와 체험, 문화행사를 엮어 만든 함평의 대표 봄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체험으로 꼽히는 ‘나비 날리기’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선다. 손바닥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짧은 선이 생기고, 그 선을 따라 가족의 시선이 함께 움직인다. 놓는 순간의 환호, 날아오르는 방향, 그걸 바라보는 표정. 그 짧은 장면이 “오늘 여행의 이유”가 된다.
함평의 봄은 과하게 몰아치지 않는다. 대신 동선 곳곳에 소소한 체험과 볼거리를 촘촘히 놓아 자연스럽게 ‘조금 더 머물자’로 마음을 끌어당긴다. 나비를 좇아 한 바퀴 돌고 나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길게 내쉰다. 봄날의 기분은 결국 그 숨 한 번에서 결정되기도 한다.
◇ 전시관으로 채우는 봄 하루
함평나비대축제의 강점은 야외 풍경만이 아니다. “하루가 비어 보이지 않게” 전시관들이 단단히 받쳐 준다. 전시관의 규모와 전시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안내돼 있어, ‘대충 구경’이 아니라 ‘어느 전시관을 어떻게 볼지’ 계획을 세우기에도 좋다.
대표적으로 나비·곤충 생태관은 720㎡ 규모로 안내되며, 실내에서 나비 생태를 중심으로 관람할 수 있다. 여기에 ‘전시관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 다육식물관이다. 공식 안내 기준으로 2475㎡ 규모, 다육이·선인장·알로에 등 650종 2919본 전시, 용설란(아가베), 바오밥나무 등 희귀식물 전시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숫자만 보면 정보 같지만, 현장에선 그 숫자가 그대로 ‘볼거리의 두께’로 체감된다.
여행자의 체감은 이렇게 정리된다. 야외에서 들뜬 감각을 실내에서 한 번 정리하게 되고, 정리된 마음으로 다시 밖으로 나가면 봄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다육식물관에선 작은 크기 안에 응축된 생명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잎과 줄기의 형태가 저마다 달라 조각처럼 보이고, 군락으로 배치된 공간은 ‘정리된 아름다움’이 어떤 감각인지 보여준다.
친환경농업관, 수생식물관, 자연생태관처럼 성격이 다른 전시관들이 함께 모여 있다는 점도 함평의 장점이다. 하나만 보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아이의 호기심, 어른의 관찰, 가족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든다. “왜 저건 저렇게 생겼어?” “저건 어디서 살아?” 질문이 많아질수록 여행은 좋아진다. 함평은 그 질문을 ‘성가신 소음’이 아니라 ‘여행의 진짜 소리’로 바꿔 준다.
축제는 공연·이벤트로도 리듬을 만든다. 공연 편성표를 참고해 시간대를 맞추면 관람 동선 사이에 공연을 끼워 넣는 ‘하루 설계’도 가능하다. 결국 함평의 하루는 야외와 실내, 체험과 관람, 걷기와 쉬기를 자연스럽게 번갈아 배치하면서 길어진다.
◇ 황금박쥐상에 담긴 봄 이야기
함평의 봄을 이야기할 때, 나비만으로는 문장이 끝나지 않는다. 함평에는 또 하나의 상징이 있다. 바로 ‘황금박쥐상’이다. 순금 162kg과 은 281kg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 조형물은 지난 2008년 제작 이후 함평의 ‘상징’이자 때로는 ‘논란’의 중심으로도 존재해 왔다. 최근 금값이 급등한 흐름 속에서 재료 가치가 다시 조명되며 관심이 다시 몰렸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황금박쥐는 ‘붉은박쥐’로 불리며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돼 있다. 다시 말해, 함평의 황금박쥐 서사는 단지 “비싼 조형물”이 아니라 “생태가 지역의 이야기와 브랜드가 되는 과정”에 가깝다. 멸종됐다고 여겨졌던 종이 다시 발견되고, 그 발견이 지역의 상징을 만들고, 축제의 서사까지 두텁게 한다.
나비가 ‘봄의 표정’이라면, 황금박쥐상은 ‘함평이 쌓아 온 이야기의 무게’다. 그래서 나비축제에서 황금박쥐 이야기를 만나는 순간, 여행의 톤은 한 단계 깊어진다. “예쁘다”에서 “흥미롭다”로, 다시 “기억하게 된다”로 넘어간다. 참고로 황금박쥐생태전시관은 함평엑스포공원 안에 있고, 내비게이션에서 이름이 비슷한 시설과 혼동될 수 있다는 안내도 있다. 처음 가는 여행자라면 ‘함평엑스포공원’을 중심으로 잡고 현장 안내 표지를 따라 이동하는 편이 안전하다.
◇ 맛집 한 끼가 여행을 완성한다
축제 여행의 결론은 대개 식탁에서 나린다. 함평에서는 더 그렇다. “축제만 보고 급히 돌아가기”엔 아까운 하루다. 한바퀴 걷고, 전시관을 둘러보고, 체험까지 즐겼다면 마지막은 제대로 한 끼로 마무리해야 비로소 오늘이 완성된다.
함평나비대축제와 함께 들르기 좋은 인근 먹거리로는 일공구횟집, 하나숯불갈비, 함평천지한우셀프식당 등이 알려져 있다. 다만 축제 기간에는 손님이 몰리기 쉬운 만큼, 방문 전에는 영업시간과 휴무일, 대기 여부를 한 번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생각보다 줄이 길어 ‘먹는 시간’이 여행의 변수가 되는 날도 적지 않다.
식사 동선은 단순하게 잡아도 만족도가 높다. 점심은 축제 동선을 길게 쓰기 위해 가볍게 정리하고, 저녁은 한우·숯불·해산물 가운데 한 가지를 든든하게 선택해 ‘제대로’ 먹는 방식이 좋다. 그렇게 하루를 닫으면, 함평의 봄은 “좋았다”에서 “잘 쉬었다”로 감정이 한 단계 내려앉는다. 여행은 결국 체험으로 시작해, 한 끼로 정리되니까.
돌아오는 길, 오늘 찍은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남는 장면이 있다. 아이가 손을 놓아 나비를 날리던 순간의 목소리, 전시관에서 한동안 말이 줄어들던 고요, 그리고 황금박쥐상 앞에서 “이게 진짜 금으로 만들었다고?”라며 놀라던 표정. 함평의 봄은 화려한 축제이면서도 이상하게 사람을 조용히 만든다. 나비는 날아가도 그날의 느슨해진 마음은 남는다.
그래서 올해 봄 여행은 멀리 복잡하게 고민하기보다 함평군 함평나비대축제로 가볍게 결정해도 좋다. 꽃과 나비, 전시관 체험, 그리고 황금박쥐 이야기까지 하루 안에 봄을 꽉 채울 수 있는 곳이다. “행복 여행”이란 거창한 말이 아니라, 결국 이런 하루를 말하는 거였다고 함평에서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올봄, 봄이 가장 먼저 가벼워지는 곳을 찾는다면 함평에서 나비를 따라 걸어보자.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