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셋에도 이어진 고향사랑…박성규 ‘군민의 상’

화순
아흔셋에도 이어진 고향사랑…박성규 ‘군민의 상’
향우사회 이끌며 고향사랑에 앞장
독립운동가 부친의 뜻 잇는 기부
자녀 네 명도 나눔 실천에 동참
  • 입력 : 2026. 10.17(토) 09:39
  • 안호걸 기자
박성규 전 회장.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학도병으로 나섰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고향 사람들을 하나로 모았다. 아흔셋의 나이에도 장학금과 고향사랑기부금으로 화순을 응원해 온 박성규 전 재경화순군향우회장이 지난 16일 ‘제45회 화순 군민의 상’ 지역사회봉사 부문을 수상했다. 고인돌 가을꽃 축제와 함께 열린 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오랜 고향사랑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화순 출신인 박 전 회장은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다. 이후 부흥부와 외자청, 조달청, 주일한국대사관 등에서 공직 생활을 이어갔고 이사관으로 퇴직했다. 제2대부터 제4대까지 재경화순군향우회장을 맡아 수도권에 흩어져 사는 향우들을 잇고, 이들과 고향 화순이 교류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의 고향사랑에는 부친의 삶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아버지는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독립유공자 고 박형기 선생이다. 화순중학교 설립 추진위원장으로 지역 교육에도 힘썼다. 정부는 부친의 독립운동 공훈을 기려 1999년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박 전 회장은 부친을 기억하는 마음을 고향의 인재를 키우고 지역에 보탬이 되는 기부로 이어왔다.

화순군 공감소통으 날 기부자 간담회 현장.

그 뜻은 나눔으로 나타났다. 2023년 12월 화순군을 찾아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과 인재육성장학기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고향의 발전과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기부를 통해 많은 사람이 부친을 기억하고 추모해 주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고향을 떠나 살면서도 지역의 다음 세대를 위해 힘을 보탠 것이다.

2024년 12월에는 인재육성장학금과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각각 500만원을 내놓았다. 이때는 자녀 네 명도 고향사랑기부금 200만원을 별도로 보탰다. 가족이 함께 전달한 금액은 1200만원이었다. 아버지의 고향을 향한 마음에 자녀들이 동참하면서, 나눔은 한 사람의 실천에서 가족이 함께 이어가는 일로 넓어졌다.
올해 1월에도 고향사랑기부금 1000만원을 기탁한 사실이 알려졌다. 한 번의 기부로 끝내지 않고 장학금과 지역을 위한 후원을 이어온 행보다. 향우회장으로 고향 사람들의 마음을 모았던 그는 퇴임 이후에도 기부를 통해 화순과의 인연을 지켜왔다.

기부에 담긴 생각은 지난해 10월 광주MBC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박 전 회장은 선친의 독립유공자 연금을 허투루 쓸 수 없어 선친의 고향 발전을 위해 쓰고 싶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부친을 추모하는 마음과 고향에 대한 책임감이 나눔의 바탕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순군 고향사람기부금 기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화순군은 지난달 28일 군민의 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그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군은 그의 향우사회 결속과 고향을 잇는 역할, 가족과 함께 이어온 기부 등을 수상 공적으로 꼽았다. 이번 수상은 오랫동안 고향을 응원해 온 한 출향인의 실천을 지역사회가 기억하고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올해 1월 기부 소감을 전하며 “몸은 멀리 떠나 있지만 고향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며 “화순을 생각하는 소중한 마음들이 모여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라를 지킨 소년의 마음은 이제 고향의 내일을 돕는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호걸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