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 농정, ‘교육·시범·환경’서 ‘판로·인력·기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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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농정, ‘교육·시범·환경’서 ‘판로·인력·기후’로
새해농업 교육 13회, 2289명 참여
농촌진흥 26억 투입…26개 사업 가동
부산물 파쇄 확대, 산불·미세먼지 차단
  • 입력 : 2026. 03.03(화) 09:53
  • 강병석 기자
올해 진행된 새해농업인 실용교육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사진=구례군]
전남 구례군의 올해 농업정책은 ‘현장 실용’에 방점을 찍고 출발했다. 품목별 새해농업인 실용교육을 13회 운영해 2289명이 참여했고, 농촌진흥사업은 26개 분야에 26억 원을 투입해 신청을 받았다. 영농부산물 파쇄지원단은 연평균 51.5ha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가동한다. 다만 농가가 체감하는 농정의 성패는 교육과 시범을 넘어, 판로·인력·기후위기 대응을 얼마나 ‘패키지’로 묶어 실효성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

■ 새해농업 13회, 현장 수요 겨냥

구례군이 1~2월 집중 추진한 새해농업인 실용교육은 지역 농업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사업이다. 매실·감·미생물·시설감자·콩 등 품목별 전문과정과 읍·면 순회 종합반을 묶어 13회로 꾸렸고, 참여자도 2289명에 달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실적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커진 현장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기상 변동과 병해충, 인건비 상승, 판로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농가가 기대는 것은 결국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다. 교육이 이론에 머물면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재배·생육관리의 핵심이 현장 적용으로 이어지면 기술은 품질을 만들고, 품질은 가격 변동기에도 소득을 방어하는 힘이 된다.

■ 26억 농촌진흥, 확산 구조 관건

올해 농정의 두 번째 축은 농촌진흥사업이다. 구례군은 26억 원을 투입해 26개 사업을 가동하고, 청년농업인·스마트 원예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제시했다. 청년농 스타트업 지원, 노지 밭작물 자동관개 시범, 수박 스마트 수직재배, 귀농·귀촌인 주택 수리와 정착 시설 지원 등은 ‘현장 기술’과 ‘경영 기반’을 동시에 건드린다.
다만 사업이 다양할수록 농가 선택지는 넓어지지만, 공모·증빙·정산 부담도 커진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고령농이 뒤처지면 ‘필요한 사람이 못 받는’ 사각지대가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패는 예산을 얼마나 넓게 뿌리느냐가 아니라, 시범이 끝난 뒤에도 기술과 소득이 남도록 확산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몇몇 성공 사례가 마을과 품목으로 번지지 못하면 ‘지원의 체감’은 얕아질 수밖에 없다.

■ 파쇄지원단, 산불 예방 최전선

세 번째 축은 영농부산물 파쇄다. 구례군은 영농부산물 안전처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파쇄지원단을 올해 말까지 운영한다. 지난 2024년 도입 이후 농업인 호응 속에 연평균 51.5ha를 파쇄했고, 산림과 인접한 농경지가 많은 지형 특성상 산불 예방 효과가 크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농업기술센터는 파쇄기 안전사용 교육을 진행한 뒤 지난 1월 말부터 현장 투입에 들어갔고, 상반기는 과수 잔가지, 하반기는 밭작물 부산물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정책은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 소각을 줄여 미세먼지와 산불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전정·정리철 작업 부담을 덜어 노동력 절벽을 완화하는 ‘안전·노동·환경’ 결합형 해법이다. 수요가 몰릴 때 장비·인력이 버텨주고, 신청·배정이 공정하게 작동해야 “정책이 내 일”로 체감된다.

■ 판로·인력·기후, 패키지로 묶어야

구례군 농정이 다음 단계로 가려면 교육·시범·환경정책을 판로와 인력, 기후위기 대응으로 연결해야 한다. 청년농업인 창업 스케일업(성장) 지원과 소비자 선호 태추단감 생산단지 조성 시범사업은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청년농이 성장 단계로 넘어가려면 장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설·브랜드·판로·주거와 정착을 묶어야 이탈을 줄이고 성과가 지역에 남는다. 태추단감 단지도 재배 확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선별·저장·브랜딩·유통이 동시에 붙어야 고부가 특화작목이 실수익으로 이어진다.
중장기 과제로 거론되는 푸드플랜도 결국 ‘수요’를 붙이는 일이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잇는 체계가 공공급식과 로컬 유통, 가공으로 이어져 계약 물량과 참여 농가 수가 늘어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여기에 기후위기는 상수가 됐다. 냉해·폭염·집중호우에 취약한 과수 중심 지역 특성을 감안해 재해예방시설과 경영안정 지원을 작목별 표준 패키지로 만들고, 파쇄지원단 모델을 전정·방제·수확 같은 취약 공정으로 넓혀 마을 단위 공동작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과 시범이 현장 기술에서 멈추지 않고 현금흐름으로 이어진다.
맥류 생육재생기 웃거름 시비 [사진=구례군]

■ 구례 농정, 교육 성과, 판로로 이어야

남는 과제는 ‘현장 체감’이다. 새해농업인 실용교육처럼 농가가 몰리는 프로그램은 해마다 반복돼도 성과가 눈에 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구례군 관계자는 “새해농업인 실용교육은 한 해 영농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교육”이라며 “앞으로도 현장 중심 교육을 통해 농업인의 소득증대와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과 시범이 단발로 끝나지 않으려면, 현장에서 익힌 기술이 판로와 경영 지원을 만나 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군수도 올해 농정의 방향을 ‘현장 고민 해결’에 맞췄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신기술 보급과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농가의 고민을 해결하고 구례 농업 발전의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농업기계 임대료 반값 감면 연장 결정 때도 “농업인의 영농 편의 증진을 위해 임대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많은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이용을 기대한다”며 “농업기계 이용 시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 안전사고 예방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구례 농정은 ‘교육·시범·환경’의 성과를 ‘판로·인력·기후’로 묶어내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교육은 생산을 바꾸고, 시범은 기술을 남긴다. 그러나 소득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농촌의 가장 큰 변수는 사람과 날씨다. 파쇄지원단 같은 현장형 정책이 산불과 미세먼지를 줄이면서 노동 부담까지 덜어주듯, 앞으로는 재해예방 패키지, 고령농 공동작업 지원, 공공급식·로컬유통과 연계한 푸드플랜을 ‘한 덩어리’로 설계해 체감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농가의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이 숫자와 결과로 확인될 때, 구례 농정의 방향 전환은 구호가 아니라 성과가 된다.
강병석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