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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8경은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명승이다. 해발에 높고 낮음이 있지만, 각각의 산과 강은 서로를 향해 열려 있어 마치 한 폭의 거대한 지도를 이루듯 시야를 확장한다. 천년고찰의 종소리, 고요한 강변의 바람결, 협곡에 내려앉은 물안개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어낸 조화의 기록이다.
동악산 일출로 시작해 설산 낙조로 끝나는 여덟 장면은 곡성 여행의 방향을 제시한다.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순환처럼, 곡성 8경은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고요와 역동을 품으며 여행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곡성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면, 이 여덟 곳을 차례로 밟아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곡성의 강과 산이 열어 보이는 첫 네 장면
곡성의 첫 풍경은 동악산 삼인봉에서 떠오르는 일출이다. 지리산 주능선 너머로 붉은 해가 오르는 순간, 섬진강 물안개가 황금빛으로 번지며 산과 강이 동시에 깨어난다. ‘동악조일’이라 불리는 이 장면은 곡성의 하루를 여는 대표적 풍경으로, 동악산 특유의 겹산 능선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장대한 스케일을 완성한다. 아담해 보이지만 속으로 깊은 동악산은 골짜기마다 서로 다른 표정을 지녀, 해돋이의 빛이 새겨지는 방식 또한 날마다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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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도림효종’은 새벽 고요를 깨우는 도림사의 종소리다. 천년 고찰의 울림은 산능선을 따라 길게 번져 방문객의 발걸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절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정심교·반야교 등을 건너며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깊어지고, 지방기념물로 지정된 도림사 계곡은 반석과 노송, 맑은 물줄기가 어우러져 고찰의 고요함을 극대화한다.
세 번째 ‘순강청풍’은 섬진강 상류 순자강에서 만나는 협곡의 풍경이다. 기암괴석이 양쪽에서 산을 이루고, 강물이 청색의 결을 그리며 흘러 유려한 수묵화 같은 장면을 만든다. 이 구간은 예로부터 순자강이라 불렸고, 강변 백사장과 의병들의 흔적이 남은 청계동 계곡이 자리해 자연과 역사를 함께 품고 있다.
네 번째 ‘압록귀범’은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수하던 압록포구의 옛 정취에서 비롯된다. 배들이 돛을 펼치고 강을 거슬러 들어오던 장면은 오랫동안 이 지역의 상징적 풍경이었다. 지금은 포구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강폭을 따라 이어지는 고즈넉한 흐름 속에서 물길이 품어온 시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과거의 활기는 잦아들었으나, 강이 만들어낸 풍경만큼은 여전히 압록의 정체성을 잇고 있다.
■ 고찰의 길과 낙조가 완성하는 마지막 네 장면
다섯 번째 ‘태안두견’은 깊지 않은 산세에 자리한 태안사에서 펼쳐진다. 절로 향하는 2.5km 산길은 천천히 걸을수록 그 가치가 드러난다. 자유교·정심교·해탈교 등 상징적 이름의 다리를 지나며 숲의 향기가 짙어지고, 산사 특유의 정갈함이 주변 풍경을 부드럽게 감싼다. 자연목 그대로 세운 일주문과 대웅전의 단정한 구조는 두견새 울음과 포개지며 산사의 고요를 깊게 만든다.
여섯 번째 ‘대황어화’는 곡성을 흐르는 대황강에서 이어진다. 맑은 강물은 예부터 농사 후 주민들이 횃불을 밝혀 고기를 잡던 삶의 무대였고, 지금도 강의 유순한 흐름은 옛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출렁다리와 생태공간이 조성되며 현대적 관광지로 변모했지만, 강폭을 휘돌며 남겨진 모래흔적과 잔수풀은 자연이 오래 품어온 결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곱 번째 ‘통명숙우’는 곡성 지형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통명산에서 완성된다. 통명산은 섬진강과 보성강을 갈라놓는 위치에 서 있어 곡성의 산세 구조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동악산, 봉두산, 천마산 등이 호선을 이루듯 펼쳐지고, 계절마다 능선의 결이 달라져 곡성의 지세를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능선이 완만해 누구나 오를 수 있다는 점도 통명산만의 매력이다.
마지막 여덟 번째 ‘설산낙조’는 하얀 규암층이 빛을 반사하는 설산 정상에서 마무리된다. 괘일봉 너머로 지는 해는 암릉에 붉은 빛을 드리우며 하루의 끝을 장엄하게 감싼다. 낙조뿐 아니라 일출 역시 뛰어나 동악산과 지리산 능선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설산은 등로가 완만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성륜사·옥과도립미술관 등 주변 문화 공간과 연계해 다양한 여행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일출과 낙조가 모두 빛나는 이곳에서 곡성 8경은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닫힌다.
곡성군은 이번 8경 재정비가 곡성의 미래 관광 전략을 재정립하는 기준점이라고 평가한다. 곡성군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머무르는 관광’이다. 그동안 곡성 관광은 당일 방문객 비중이 높아 지역경제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군은 8경 인근 식음·상권 연계, 지역 농산물 기반 체험 프로그램, 숙박·레저시설과의 협업을 강화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동악산 일출로 시작해 설산 낙조로 끝나는 여덟 장면은 곡성 여행의 방향을 제시한다.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순환처럼, 곡성 8경은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고요와 역동을 품으며 여행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곡성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면, 이 여덟 곳을 차례로 밟아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