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동부권 먼저 살린다”⋯ 순천 의대·무탄소 산단 전면화

정치
강기정 “동부권 먼저 살린다”⋯ 순천 의대·무탄소 산단 전면화
순천 의대 설립 제시
산업·교통 대전환 약속
  • 입력 : 2026. 03.16(월) 17:07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특별시장 경선후보가 16일 순천시의회에서 순천 의대 설립, SMR연계 무탄소 전력 산단, 반도체 유치 등의 비전을 담은 ‘동부권 100만 도시를 위한 10가지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강기정 후보 측]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특별시장 경선 후보가 16일 순천시의회에서 ‘동부권 100만 도시를 위한 10가지 약속’을 발표하고, 순천 의대 설립과 광양만·여수산단 무탄소 전력체계 구축, 순천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 등을 앞세운 동부권 대전환 구상을 내놨다. 강 후보는 “꺼져가는 동부권을 가장 먼저 살려 부강한 100만 대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강 후보가 전남 동부권을 겨냥해 내놓은 첫 종합 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공약 나열을 넘어 의료, 산업, 교통, 관광, 행정 기능을 하나로 묶어 동부권을 다시 성장의 축으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전남광주 통합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동부권의 위상과 실익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놓고 후보 간 경쟁도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순천 의대 내세워 의료 공백 해소 승부

강 후보가 가장 먼저 내세운 카드는 순천 의대 설립이다. 동부권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의대와 대학병원 문제를 더는 우회하지 않고, 순천에 의대와 부속대학병원을 세워 동부권 책임의료기관으로 키우겠다고 못 박았다. 심뇌혈관 질환 같은 급성기 치료는 물론 산업보건, 소아·분만 의료까지 맡는 지역 거점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목포에는 통합대학 본부와 4차 병원 기능을 유치해 서부권 의료 기반도 함께 보강하겠다는 방침이다.

강 후보는 의대 정원과 병원 기능을 단순히 나누는 방식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대는 정원 숫자를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교수진 확보와 교육 체계 유지, 수련병원 규모, 지역 정착형 의료인력 양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결국 지역에서 의료 인력을 길러내고, 그 인력이 다시 지역에 남아 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순천 의대 설립을 동부권 재도약의 출발점으로 제시한 셈이다.

◇광양만·여수산단 무탄소 전환으로 산업 판 바꾼다

산업 분야에서는 더 큰 구상을 내놨다. 강 후보는 광양만과 여수국가산단을 24시간 안정적으로 무탄소 전력을 공급받는 산업단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SMR(소형모듈원전), 수소발전, 재생에너지,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를 연계해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체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철강·석유화학 중심 산업을 미래형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이 전력과 탄소 감축 역량으로 옮겨가는 만큼, 단순한 전기요금 지원이 아니라 산업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구상은 광양제철과 여수산단의 현실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철강과 석유화학은 동부권 산업의 뿌리이지만 국제 탄소규제 강화와 전력비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지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강 후보는 광양제철을 아시아 수소환원제철 거점으로 키우고, 광양항 자동화 스마트항만 2단계 사업을 통해 수소·암모니아 기반 항만과 자동화 부두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여수산단은 첨단화학과 친환경 소재 중심의 ‘석유화학 대전환 특별지구’로 재편해 NCC 중심 구조에서 정밀화학과 스페셜티 소재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여기에 순천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 공약도 더했다. 강 후보는 동부권이 초대형 산업 전력망과 용수망, 화학·정밀기계 산업 생태계를 함께 갖춘 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반도체 생산기지로서도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광양 이차전지 클러스터와 광주 미래차 국가산단을 연결하면 동부권이 철강·화학 중심 산업지대를 넘어 반도체와 미래 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첨단 제조벨트로 커질 수 있다는 계산도 담겼다.

◇공공기관 이전·산업청사 격상으로 동부권 위상 강화

강 후보는 동부권 발전을 산업 공약만으로 풀지 않았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통해 산업과 일자리 기반을 넓히고, 전남 동부본부를 산업청사로 격상해 행정 기능 자체를 키우겠다고 했다. 동부권이 전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행정 권한과 정책 집행 기능은 여전히 약하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물류·관광 정책을 책임지는 별도 거점을 세워 광주, 무안과 함께 기능별 균형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동부권의 행정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화 분야에선 전문예술극장과 예술인 창작 레지던스를 확대하고, AI 문화기술과 콘텐츠 산업을 결합해 동부권 문화산업도 함께 키우겠다고 밝혔다. 산업 경쟁력만으로는 도시를 붙잡아 둘 수 없고, 의료와 문화가 함께 가야 사람과 기업이 머무는 도시가 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동부권의 쇠락을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정주 여건 약화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산업정책과 생활정책을 함께 묶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60분 교통망·치유관광벨트까지 묶은 종합 구상

교통과 관광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전라선 고속화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경전선 도심구간 지하화, 우주고속철도와 녹동∼벌교 철도망의 국가계획 반영, 광주∼고흥 및 여수∼순천 고속도로 건설을 묶어 동부권 60분 생활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통망을 넓혀야 산업과 의료, 관광, 정주 여건 개선이 함께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고흥은 우주산업과 관광이 결합한 도시이자 국내 최대 아쿠아팜 수산업 전략기지로, 곡성·구례·보성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축으로 한 치유관광 산업벨트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보성은 차 산업과 웰니스, 곡성은 섬진강 생태체험과 가족관광, 구례는 산림치유와 웰니스 중심지로 육성해 생활인구를 늘리고 새로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광주에서 시행 중인 어린이 무료, 청소년·어르신 반값 교통 정책을 동부권으로 확장하고, 농어촌 맞춤형 교통복지와 통합돌봄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후보의 이번 발표는 동부권을 다시 산업의 심장이자 휴양·정주의 중심지로 세우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순천 의대, 무탄소 전력 산단, 반도체 유치, 공공기관 이전, 60분 교통망은 각각 따로 보면 익숙한 과제들이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묶어 동부권 100만 도시 비전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선거전의 무게감은 한층 커졌다. 남은 과제는 공약의 규모만큼 실행 경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다. 구상이 클수록 재원과 우선순위, 중앙정부 협의 구조까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본격 경쟁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