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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 명령, 통합과 연대로 받았다
민 후보는 경선 직후 승리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를 먼저 꺼냈다. 그는 “정체된 전남광주를 깨우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라는 시민의 뜻”이라며 “더 크게 통합하고, 더 깊게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경쟁한 김영록 후보를 향해서도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여기에 “모든 후보가 전남광주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까지 내비치며 경선 직후부터 통합 수습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던졌다. 경선 승리의 여세를 본선 경쟁력으로 곧장 연결하겠다는 뜻이자, 초대 특별시장 선거의 핵심이 승패를 넘어 분열 비용을 얼마나 빨리 수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의식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번 경선은 내용과 형식 모두 무게가 남달랐다. 민주당은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후보를 가렸고, 후보별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숫자는 감췄지만 흐름은 분명했다. 현역 도지사의 안정론보다 통합특별시 출범기에 맞는 변화와 재편의 리더십에 더 많은 표가 실렸다는 뜻이다. 민 후보가 선거 직후 “전남광주 시민주권정부”를 확실히 세우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변화 요구를 정면으로 받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경선이 끝난 바로 그 순간부터 민 후보가 통합의 상징을 넘어 운영의 책임을 요구받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화·개혁·친명, ‘민심에서 당심으로’
민 후보의 승리는 단순한 인지도 경쟁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선두 흐름을 바탕으로 한 확장 전략, 친명 지지층 결집, 주철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한 외연 확대, 결선 국면 공세 대응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 초반만 해도 권리당원 조직력에서 열세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민 후보는 선명한 개혁 이미지와 이재명 대통령 초기 지지 세력이라는 정치적 연대성을 앞세워 ‘민심에서 당심으로’ 지지 흐름을 끌어올렸다. 결국 이번 경선은 행정 경험의 무게만으로는 새 판을 장악할 수 없다는 점, 통합시대의 첫 리더에게 유권자들이 요구한 것은 안정의 반복보다 변화의 설계였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민 후보의 이력도 이런 선택의 배경과 맞닿아 있다. 그는 지역 언론인과 시민단체 활동가를 거쳐 정치에 입문했고, 광산구청장 재선,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재선 국회의원을 두루 지냈다. 지방행정과 국정, 입법을 함께 경험한 이력에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선명성이 더해지면서 ‘준비된 통합시장’ 이미지를 굳혔다. 민 후보는 성장통합, 균형통합, 기본사회, 녹색도시, 시민주권을 5대 원칙으로 제시했고, 약 20조 원 규모 재원을 활용한 전략산업 투자와 기본소득 모델 도입, 4대 권역 균형 발전 구상도 함께 내놨다. 여기에 지역 산업 생태계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메시지까지 더해 통합을 명분이 아닌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통합은 명분이 아니라 성장 전략이어야 하고, 균형은 선언이 아니라 예산과 산업 배치로 증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초대 특별시장 선거, 상징보다 실행력
이번 선거의 무게는 특별법이 이미 통과됐다는 데서 더 커진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은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를 폐지하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설치해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도록 했다. 행정 통합은 이미 정치적 구호 단계를 넘어 법률과 일정의 단계로 들어섰다. 그래서 초대 시장 선거는 상징 정치가 아니라 실제 통합 설계 능력을 검증받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누가 청사 운영과 권한 배분, 산업 재편, 지역 균형의 난제를 가장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가 본선의 진짜 승부처다.
통합특별시의 규모 자체도 결코 가볍지 않다. 광주와 전남은 1986년 광주 직할시 승격 이후 40년 가까이 각기 다른 행정체제로 움직여 왔지만, 특별법 통과로 다시 한 틀 안에서 움직이게 됐다. 이른바 40년 만의 통합시정을 이끌 초대 수장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더 크다. 통합특별시는 인구 320만 명, 지역내총생산 150조 원, 연간 예산 25조 원 규모의 초광역 지방정부로 재편될 전망이다. 광주·무안·전남 동부를 축으로 한 분산형 청사 운영, 정부 지원 패키지의 실효성, 균형발전기금 운용 방식 등 풀어야 할 과제도 한둘이 아니다. 결국 초대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상징 자본보다 거대 행정체계를 실제로 작동시킬 설계 능력과 조정 능력이다.
야권 구도 윤곽…민주당 우세 속 다자 경쟁
야권의 본선 구도도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과 안태욱 전 광주시당위원장이 후보 등록을 마쳤고, 두 사람 중 한 명이 최종 후보로 나설 전망이다. 진보당은 이종욱 후보로 단일화했고, 정의당은 강은미 전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조국혁신당은 아직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채 인물 영입을 모색 중이다. 민주당이 강한 지역 구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 후보가 초대 특별시장 선거의 유력 주자로 올라선 건 분명하다.
다만 본선은 경선의 연장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보수 재건과 확장성을, 진보정당들은 민주당 독점 구조 타파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민 후보로선 친명·개혁의 선명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을 어떻게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할지, 성장과 균형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현실화할지, 정치 구호를 행정 언어로 바꿔낼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경선에서 확인된 변화의 기대가 본선 승리로 이어지려면, 이제는 구호보다 설계도와 실행표가 먼저 나와야 한다. 이 대목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구조 속에서도 민 후보가 가장 먼저 받아든 과제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