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59억 일자리 승부수⋯ 기업 살리고 고용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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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59억 일자리 승부수⋯ 기업 살리고 고용 늘린다
산업 고용안정 기반 다진다
가전·뿌리기업 활력 돕는다
설명회로 지원문턱 낮춘다
  • 입력 : 2026. 04.20(월) 10:18
  • 서은선 기자
광주시청 전경. [사진=광주시]
광주광역시가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사업에 59억4000만 원을 투입하며 지역 고용 방어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단순 채용 보조를 넘어 기술 고도화, 판로 확대, 작업환경 개선, 장기근속 유도까지 묶어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버텨야 일자리가 유지되고, 일자리가 유지돼야 지역경제도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광주시는 올해 스마트가전과 뿌리산업 등 227개 기업을 지원해 신규 고용 378명, 고용 유지 1300명을 목표로 세웠다. 고용의 양과 질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광주형 일자리 정책의 시험대로 읽힌다.

주력산업 겨냥한 맞춤형 지원

이번 사업의 핵심은 광주 산업 구조를 겨냥한 정밀 지원이다. 광주시는 ‘2026년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지원사업’을 지역주도형 일자리 지원사업과 고용이음 위기극복 프로젝트, 두 축으로 나눠 추진한다. 이 가운데 지역주도형 일자리 지원사업에는 39억4000만 원이 투입된다. 지원 대상은 광주 제조업의 한 축인 스마트가전과 뿌리산업 기업이다. 경기 둔화와 원가 부담, 인력난에 놓인 업종에 우선 숨통을 틔우겠다는 뜻이다.

세부 사업은 성장동력 고도화 스케일업, 기술고도화 기반 성장지원, 기업브랜드 강화 지원, 고용환경 혁신패키지, 고용안착 활성화 지원, 지역 고용인프라 강화 등 6개다. 사람을 새로 뽑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판로와 근로환경을 개선해 기업이 스스로 버틸 체력을 기르도록 설계했다. 채용은 결과이고, 그 결과를 가능하게 하는 산업 기반을 먼저 다지겠다는 접근이다.

이 같은 방향은 광주시의 지역산업 맞춤형 고용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지역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특성을 반영해 고용 창출과 직업능력 개발을 함께 추진하고, 행정과 유관기관, 산업현장이 역할을 나눠 고용 현안을 푸는 방식이다. 실제 사업 과정에서도 광주테크노파크, 광주디자인진흥원,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광주상공회의소 등이 기능을 나눠 기업 진단, 기술사업화, 브랜딩, 플랫폼 운영, 고용 인프라 구축까지 이어간다. 단년도 보조사업을 넘어 산업정책과 일자리정책을 하나로 묶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위기 업종엔 고용 유지부터 붙든다

또 다른 축인 ‘고용이음 위기극복 프로젝트’에는 20억 원이 편성됐다. 광산구가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데 따른 대응 사업으로, 가전·고무제품 제조업과 전후방 연관 업종 근로자를 집중 지원한다. 세부 사업은 고용이음 패키지 지원, 고용이음 장기근속 장려금, 고용이음 안착 지원금, 고용이음 선제대응 모니터링 등 4개다. 구조조정이나 수요 부진 때 대량 이탈을 막고, 일자리를 잃었거나 옮겨야 하는 노동자가 다시 현장에 안착할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취지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은 정책의 무게중심이다. 지역 고용정책은 흔히 신규 채용 숫자에만 관심이 쏠리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더 절박할 때가 많다. 광주시가 이번 사업에서 신규 고용 378명과 함께 고용 유지 1300명을 별도 목표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자리 정책의 중심축이 ‘더 뽑는 일’에서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광주 제조업 현실을 감안하면 이 방향은 더 설득력을 얻는다. 지역 제조업은 경기 둔화, 내수 부진, 원가 부담, 숙련 인력 부족이라는 복합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보다 산업현장이 버틸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이다. 고용이음 위기극복 프로젝트는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다. 기업이 흔들릴 때 숙련 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들고, 이탈이 생겨도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설명회로 참여 문턱 낮췄다

광주시는 지난 8일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지원사업 통합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사업 안내에 들어갔다. 시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공동 주최했고, 수행기관들이 함께 참여해 사업 내용과 신청 절차를 설명하고 현장 상담도 진행했다. 지원 신청은 세부 사업별 일정에 따라 예산 소진 때까지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설명회는 단순 홍보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원사업이 많아도 현장에서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는 어떤 사업이 자사에 맞는지,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부터 막히기 쉽다. 광주상공회의소가 이번 설명회를 ‘59억 원 규모 기업 지원 사업을 한눈에 보는 자리’로 예고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통합설명회는 여러 지원사업을 한 자리에서 설명해 행정적 문턱을 낮추는 통로로 기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

이번 사업에서 더 중요한 것은 예산 규모보다 지원의 방향이다. 광주시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 위기를 극복해 지속 가능한 고용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단기적으로 숫자를 늘리는 일자리 대책과는 결이 다르다. 기술 이전과 제품 고도화, 브랜드 경쟁력 강화, 근로환경 개선, 장기근속 유도, 이·전직 지원을 한 묶음으로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이 살아야 고용이 유지되고, 고용이 유지돼야 지역도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227개 기업 지원, 신규 고용 378명, 고용 유지 1300명이라는 목표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집행 속도와 현장 체감도를 함께 잡아야 한다. 설명회로 문을 열었다면 이후에는 신청 절차를 빠르게 연결하고, 기업 수요를 제때 반영하고, 고용 유지 효과를 중간 점검하는 후속 관리가 따라붙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은 집행돼도 현장 변화는 크지 않은 사업으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이번 사업이 기업의 숨통을 틔우고 숙련 인력 이탈을 막아낸다면 의미는 작지 않다. 광주시의 일자리 정책이 단순 보조금 사업을 넘어 지역산업을 지키는 방어 전략이자 고용 충격을 흡수하는 안전망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9억 원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예산이 현장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는 일자리로 남느냐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