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꺾은 장길선… 구례군수 선거판 다시 짜였다

구례
현직 꺾은 장길선… 구례군수 선거판 다시 짜였다
민주 공천 넘어 본선 주도권 선점
기본소득·관광 공약 놓고 정책 격돌
5자 구도 속 표심 향배 다시 주목
  • 입력 : 2026. 04.22(수) 08:38
이창호, 장길선,정양조, 정택균, 정현택 후보(가나다순). [사진=각 후보 측]
장길선 구례군의회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구례군수 후보로 최종 확정되면서 구례군수 선거판의 중심축이 장 후보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현직 김순호 군수를 당내 결선에서 꺾은 이번 결과는 단순한 공천 승리를 넘어, 구례 민심이 군정의 연속성보다 변화와 새판 짜기에 더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호남, 그중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구례에서는 민주당 공천의 무게가 본선 못지않게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압도적 우위를 보였고, 그만큼 이번 경선은 한 후보의 승패를 넘어 지역 권력의 축이 어디로 옮겨가는지를 보여주는 분수령에 가까웠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장 후보는 여론조사상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불과 넉 달도 안 돼 현직을 꺾고 본선 주도권을 잡았다. 현재 판세만 놓고 보면 장길선 후보가 한발 앞서가는 우세 흐름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공천이 끝났다고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본선은 기본소득과 관광, 군민 통합을 둘러싼 정책 경쟁으로 넘어갔고, 다자 구도 속 표의 흐름도 아직은 유동적이다.

민주당 경선이 바꿔놓은 구례 정치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구례군수 결선 경선 결과 장길선 후보를 최종 후보로 공고했다. 결선은 1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고, 권리당원선거인단 50%와 안심번호선거인단 5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앞선 4인 경선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김순호·장길선 두 후보가 결선에 올랐다.
경선 초반만 해도 지역 정가에서는 현직 군수인 김순호 후보가 조직력과 행정 경험, 인지도 면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김 군수 역시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관광객 1000만 시대, 관광 특례군, 30분대 광역교통망, 자립경제 구례를 전면에 내세우며 재선 군수의 연속성과 행정 경험을 강조했다.
그러나 결선의 선택은 달랐다. 김 군수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54.72%, 9184표를 얻어 재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선 패배는 단순한 이변을 넘어 구례 정치 지형에 생긴 균열로 볼 만하다. 특히 현직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작동해 온 전남 민주당 경선에서 구례가 함평과 함께 현역 탈락 사례로 남게 됐다는 점은 적지 않은 상징성을 지닌다. 공천 한 번으로 선거의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왜 장길선이었나, 민심의 변화 읽혀
구례는 인구 2만3000여 명, 유권자 규모도 2만 명대인 작은 선거구다. 지역이 작을수록 인물 경쟁력과 정서 변화는 더 직접적으로 표로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프레시안 광주전남취재본부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2월 28일부터 29일까지 구례군 만 18세 이상 5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순호 군수 적합도가 31.5%로 선두였고, 장길선 의장은 6.8%에 머물렀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였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군정 평가는 긍정 45.6%, 부정 47.4%로 팽팽하게 갈렸다. 차기 군수 선택 기준으로는 도덕성·청렴성 37.1%, 행정 전문성 32.6%가 꼽혔다. 이 수치는 구례 유권자들이 정당 구도 못지않게 인물의 신뢰도와 군정 운영 방식까지 예민하게 들여다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누가 오래 했는가’보다 ‘누가 더 새롭게 운영할 것인가’가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장 후보는 농어촌 기본소득, 농가소득 안정, 섬진강·서시천 생태관광 벨트를 앞세워 변화의 통로를 넓혔다. 결국 현직에 대한 피로감과 변화 요구가 당심과 여론조사 흐름을 함께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본선 의제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
본선의 쟁점은 분명하다. 첫째는 기본소득이다. 구례군이 올해 군민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의제는 이미 선거판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장길선 후보는 재량지출 조정과 순세계잉여금 활용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구례형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이창호 후보는 G-살림카드를 내걸고 2027년 월 8만 원, 2030년 월 30만 원 지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정양조 후보 역시 월 30만 원 지급 기반 마련을 공약했고, 정현택 후보는 아동·청소년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기본소득을 강조하고 있다. 정택균 후보는 치유·요양도시 구상과 함께 군민 삶의 질 개선을 내세운다.
둘째는 관광과 생활인구다. 장 후보는 섬진강과 서시천을 잇는 복원형 관광을, 이 후보는 서시천 28km 생태문화 체류축과 5개 테마촌을 제시했다. 정양조 후보는 섬진강과 서시천 합류 지점을 활용한 관광·휴양 구상을, 정현택 후보는 지리산·섬진강 기반 생태치유관광을, 정택균 후보는 치유·요양 특화도시를 각각 앞세우고 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공약처럼 보이지만 바닥에 흐르는 질문은 같다. 소멸위기 속에서 어떻게 돈이 돌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사람이 머물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기본소득이 거의 모든 후보의 공통 언어가 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지역경제의 절박함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은 변수는 표 분산과 후보 등록
현재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 장길선 후보, 조국혁신당 이창호 후보, 무소속 정양조·정현택·정택균 후보가 맞서는 5자 구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이 구도는 아직 최종 확정판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일정상 군수 후보자 등록은 다음 달 14일부터 15일까지이며, 공식 선거운동은 다음 달 21일부터 시작된다. 정식 등록 전까지는 단일화와 출마 철회, 소속 변경 같은 변수가 남아 있다. 실제로 최근 보도에서도 구례 본선 구도는 ‘유력한 흐름’으로 제시되는 단계다.
그래서 지금 시점의 핵심은 누가 완주하느냐만이 아니다. 누가 더 큰 명분과 확장성을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민주당 공천을 거머쥔 장 후보는 경선 승리의 기세를 본선 결집으로 이어가야 하고, 다른 주자들은 분산된 표를 어떻게 묶을지 해법을 내놔야 한다.
결국 구례군수 선거는 민주당 공천으로 한 차례 큰 분수령을 넘었다. 현재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장길선 후보가 선거판의 중심을 장악했고, 본선에서도 우세한 출발선에 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최종 승부의 답은 아직 남아 있다. 현직 군수를 꺾은 파란이 본선 승리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자 구도 속 표 분산이 또 다른 변수를 만들지, 구례 민심은 다시 한번 냉정한 선택의 시간 앞에 서 있다.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