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햇빛연금’, 빛 좋은 ‘헛공약’

보성
윤영주 ‘햇빛연금’, 빛 좋은 ‘헛공약’
보성군수 후보 공약검증 ①
연 1,160억 필요, 재정 압박 불가피
지원금 예산의 10배, 본예산 16%대
재원 산식도, 태양광 수익 근거 없다
  • 입력 : 2026. 04.27(월) 15:47
윤영주 전남 보성군수 예비후보가 16일 전남도의회 브리핑실서 지지자들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윤 후보 측]
윤영주 무소속 보성군수 예비후보가 핵심 공약으로 내건 ‘보성형 햇빛연금 기본소득제’를 두고 현실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 군민에게 매월 25만 원, 연 3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원 산식과 태양광 수익 근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보다 선거용 대형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 예비후보는 지난 16일 전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보성군수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보성형 햇빛연금 기본소득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농축수산업 소득 3조 원 시대, 보성 관광 1조 원 프로젝트, 청년 귀농귀촌 1,000가구 유치, 군민 건강·안전 케어 시스템 구축도 함께 제시했다. 문제는 숫자의 크기에 비해 실현 경로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큰 쟁점은 재원이다. 보성군은 2026년도 본예산 7,290억 원을 확정했다. 일반회계는 6,350억 원 규모다. 세입 구조를 보면 지방세 267억 원, 세외수입 202억 원에 그치고, 지방교부세와 국·도비 보조금 의존도가 높다. 자체 수입만으로 대규모 현금성 복지사업을 새로 떠받치기 어려운 농어촌 지자체 재정 구조다.

윤 예비후보 공약을 단순 계산하면 부담은 더 분명해진다. 보성군은 2026년 전 군민에게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600 보성사랑지원금’ 예산으로 116억 원을 편성했다. 같은 지급 대상 기준으로 1인당 연 300만 원을 지급하려면 이 예산의 10배인 약 1,160억 원이 필요하다. 이는 보성군 본예산의 약 16%, 일반회계의 약 18%에 해당한다.

더구나 이 돈은 한 번 쓰고 끝나는 사업비가 아니다. 매년 반복적으로 들어가는 고정성 지출이다. 노인 일자리, 농림·축산·어업, 관광 기반 확충, 재해 예방, 복지사업 등 기존 필수 예산을 유지하면서 해마다 1천억 원이 넘는 재원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단체장의 의지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윤 예비후보는 이 공약을 ‘햇빛연금’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태양광 발전 수익이 연 1,160억 원 규모의 기본소득을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발전 부지, 설비 규모, 예상 발전량, 사업비, 순수익, 군 재정 투입 비율 등 핵심 산식이 빠져 있다. 태양광이라는 이름은 있지만, 정작 태양광 수익 구조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보성군도 이미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본계획 연구용역과 주민참여형 사업 모델, 마을 단위 햇빛소득 환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역별·마을별 수익 환원 모델에 가깝다. 윤 예비후보가 제시한 전 군민 월 25만 원 보편 지급과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마을 단위 수익사업을 전 군민 기본소득으로 확대하려면 훨씬 정교한 재원 계획이 필요하다.

행정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거나 바꾸려면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 기존 제도와의 관계 등을 따져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 예산 역시 단체장이 편성한다고 곧바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군의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조례 제정, 예산 편성, 중앙부처 협의, 의회 통과라는 문턱을 모두 넘어야 한다.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과 비교해도 윤 예비후보 공약은 규모가 크다. 정부 시범사업은 선정 지역 주민에게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윤 예비후보 공약은 이보다 많은 월 25만 원을 전 군민에게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 사업과 중복되는지, 별도 재원으로 추가 지급하겠다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다른 공약도 사정은 비슷하다. 농축수산업 소득 3조 원이 농가 실제소득인지, 생산액인지, 유통·가공을 포함한 경제효과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관광 1조 원 프로젝트도 관광수입인지, 투자액인지, 경제파급효과인지 기준이 불분명하다. 청년 귀농귀촌 1,000가구 유치 역시 달성 기간과 주거·일자리·농지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군민 소득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방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약은 의지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숫자를 앞세웠다면 숫자를 뒷받침할 재원과 실행 절차를 함께 내놓아야 한다. 연 1천억 원대 재원, 태양광 수익 모델, 복지부 협의, 군의회 의결까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햇빛연금’은 군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이 아니라 표심을 겨냥한 장밋빛 약속에 머물 수밖에 없다.

윤영주 예비후보의 ‘햇빛연금’은 이제 구호가 아니라 계산으로 검증돼야 한다. 공약은 크게 말할수록 더 엄격한 근거가 필요하다. 보성군민에게 필요한 것은 빛 좋은 약속이 아니라, 실제 재정으로 감당 가능한 정책이다.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