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 경험 앞세워 국회의장 도전 본격화

정치
박지원, 국정 경험 앞세워 국회의장 도전 본격화
국정 중심 거친 5선 정치인
협상·정무력으로 위기 돌파
호남 정치의 중앙무대 확장
  • 입력 : 2026. 05.06(수) 11:42
  • 정희영
박지원 의원 모습. [제공=박지원 의원 측]
제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를 앞두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의원은 전남 해남·완도·진도를 지역구로 둔 5선 의원이다. 단순히 선수만 높은 다선 정치인이 아니다.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원내대표, 국가정보원장을 거치며 입법부와 행정부, 정보·안보 영역까지 두루 경험했다.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지만 그의 이력은 지역의 울타리에 머물지 않았다. 중앙정치와 국정 운영의 핵심부를 지나온 정치인이다. 정치권에서 그를 ‘정치 9단’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정의 고비마다 중심에 섰다

박 의원의 정치 이력은 한국 현대 정치의 굵직한 장면들과 맞닿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청와대 공보수석과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냈고,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는 단순한 경력의 나열이 아니다. 국가적 의제를 조율하고, 정치적 결단을 실제 국정 운영으로 옮겨본 경험이다.

호남 정치가 한국 민주주의의 한 축을 담당해왔음에도, 중앙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때로 ‘지역 기반 정치’로만 좁게 읽혀온 현실을 감안하면 박 의원의 궤적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는 호남에서 출발해 국정의 한복판까지 진입한 정치인이다. 국회의장이 국회 안의 회의 진행자에 머물 수 없는 시대라면, 박 의원의 국정 운영 경험은 분명한 강점이 될 수 있다.

원내 경험도 깊다. 박 의원은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원내대표를 맡아 여야 협상과 국회 운영의 중심에 섰다. 대변인, 정책라인, 원내지도부를 거치며 다져온 정무 감각은 복잡한 정국을 읽고 쟁점을 정리하는 능력으로 이어졌다. 강하게 맞설 때와 한발 물러설 때를 구분하는 정치적 감각, 상대를 압박하면서도 협상 테이블을 유지하는 능력은 박 의원을 다른 후보들과 구분 짓는 지점이다.

다선 경쟁 넘어선 ‘국정형 정치인’

이 차별성은 다른 의장 후보군과 견줘볼 때 더 뚜렷해진다. 조정식 의원이 최다선과 당내 조직력을, 김태년 의원이 원내대표 경험과 정책 역량을 앞세운다면 박 의원의 강점은 국정 전체를 관통한 경험에 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만 머문 정치인이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 정보기관, 남북관계의 현장을 모두 거쳤다. 그 과정에서 호남 정치인의 활동 반경을 중앙 권력의 핵심 무대로 넓혀왔다.

국회의장 선거를 당내 역학의 연장선으로 볼 것인가, 국정 전체의 균형을 세우는 자리로 볼 것인가에 따라 박 의원의 경쟁력은 달리 읽힌다. 그가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일은 개인의 정치적 명예를 넘어선다. 호남 정치가 다시 중앙정치의 중심에서 역할을 확인하는 장면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지역구 성과도 박 의원의 실무 능력을 보여준다. 올해 정부예산과 연계해 해남·완도·진도 지역 신규 사업 13건, 증액 사업 3건 등 모두 16건을 국회 예산에 반영시켰고, 총사업비 기준 3682억여 원 규모의 예산 확보 성과가 알려졌다. 해남 솔라시도 RE100 산업단지 기반 설계비, 서남권 농산물 물류기지, 해양수산 기후변화 대응센터 등은 지역 현안을 국가사업과 연결한 사례다.

지역정치를 중앙정치와 잇는 능력은 박 의원의 또 다른 강점이다. 호남의 현안을 국정 의제 속으로 끌어올리고, 지역의 요구를 예산과 제도로 연결해온 경험은 국회의장 후보로서의 실무 감각을 뒷받침한다. 의장이 정파적 이해를 넘어 국가적 의제를 조정해야 하는 자리라면, 이 같은 경험은 가볍게 볼 수 없다.

마지막 봉사로 던진 의장 도전

박 의원이 후반기 국회의장 도전을 “마지막 기회”이자 “마지막 봉사”로 표현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국회의장직을 또 다른 정치적 발판으로 삼겠다는 인물과는 결이 다르다. 이미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 국정원장, 원내대표, 당 대표급 정치 경력을 거친 노장 정치인이다. 그의 의장 도전은 개인의 상승 욕구보다 정치 인생의 마지막 국면에서 국회 운영을 책임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동시에 이는 호남 정치의 경험과 자산이 여전히 중앙정치의 중심에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도전이기도 하다. 호남 정치가 지역 안에서만 소비되는 정치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박지원 의원의 강점은 화려한 이력 자체에 있지 않다. 그 이력이 실제 정치의 고비마다 쓰였다는 데 있다. 남북관계, 청와대 국정운영, 원내 협상, 지역 예산 확보까지 그는 말의 정치와 실무의 정치를 모두 경험했다. 지금 국회에 필요한 것은 의전적 권위만 가진 의장이 아니다. 정국을 읽고, 쟁점을 정리하며, 충돌을 제도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정치력이다.

그런 점에서 박지원 국회의장론은 단순한 다선 의원 예우가 아니다. 한국 정치의 한복판을 지나온 실전 경험, 호남에서 출발해 중앙정치의 중심까지 올라선 정치적 상징성, 그리고 국회 운영을 책임질 수 있는 정무 감각이 함께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정희영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