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광역 중대선거구, 양당 독점 깰 시험대

정치
첫 광역 중대선거구, 양당 독점 깰 시험대
광역 4곳 첫 중대선거구 시험
비례 14% 확대, 한계도 뚜렷
2인 선거구 축소 성패 가른다
  • 입력 : 2026. 05.07(목) 10:36
  • 서은선 기자
광주 중대선거구 선정 결과 비판하는 진보당. [사진=독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 선거제의 판이 일부 바뀐다.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고쳐 광역의원 선거에 처음으로 중대선거구제를 들였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 시범 지역도 넓혔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뽑던 광역의회 일부 지역은 이제 3~4명을 뽑는다. 명분은 분명하다. 거대 양당이 지역 의회를 나눠 갖는 구조를 흔들고, 사표를 줄이며, 여성·청년·소수정당 후보가 의회에 들어설 길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도 이름이 아니라 설계다. 선거구가 얼마나 넓어지고, 정당이 후보를 어떻게 내며, 유권자가 실제 선택지를 얼마나 얻느냐에 따라 개혁은 다양성의 문이 될 수도, 양당 독점의 안전판이 될 수도 있다. 선거구 획정이 투표일 40여 일을 앞두고서야 확정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후보와 유권자가 바뀐 룰을 검증할 시간이 길지 않다.

광역의회 첫 실험, 광주 4곳

개정 선거법의 핵심은 광역의회에 중대선거구제를 처음 적용한 점이다. 대상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안 광주 지역 4개 국회의원 선거구다. 동구·남구갑, 북구갑, 북구을, 광산구을에서 3~4명의 광역의원을 한꺼번에 뽑는다. 기존 광역의원 선거는 원칙적으로 한 지역구에서 1명만 선출했다. 승자만 의석을 가져가는 구조라 특정 정당 강세 지역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변화는 그런 독식 구조를 낮추는 첫 장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율도 지역구 정수의 10%에서 14%로 올랐다. 제주와 세종을 제외한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는 729명에서 754명으로 25명 늘었다. 비례 의석 증가까지 합치면 2022년보다 광역의원은 55명, 기초의원은 25명 늘어 전체 지방의원 정수는 80명 증가한다. 지방의회 몸집이 커지는 만큼, 유권자 눈높이에 맞는 대표성과 책임성도 함께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지키려는 특례와 투표가치 평등을 요구한 헌법재판소 판단 사이의 균형도 이번 개편의 배경이 됐다.

기초는 27곳, 실효성은 물음표

기초의원 선거는 이미 2~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2인 선거구’ 중심이었다. 한 선거구에서 두 명만 뽑으면 양당이 한 명씩 나눠 갖거나 강세 정당이 복수 후보로 의석을 휩쓸 수 있다. 소수정당 입장에서는 이름만 중선거구일 뿐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지역 의회가 단체장을 견제하기보다 같은 당 집행부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비판도 여기서 출발한다.

이번 개정은 제9회 지방선거에 한해 국회의원 지역구 기준 27곳에서 3~5인 중대선거구를 시범 운영하도록 했다. 지난 2022년 11곳보다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확대 폭은 애초 정치개혁을 요구한 소수정당과 시민사회 기대에는 못 미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광역 비례대표를 더 크게 늘리고 2인 선거구를 없애자는 요구도 나왔지만 최종 합의는 14%와 일부 시범지역에 그쳤다. 개혁의 방향은 인정했지만 이해관계가 걸린 폭은 좁혔다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2022년 시범 지역에서도 양대 정당 후보가 대부분 의석을 차지했다. 선거구 크기가 커져도 거대 정당이 여러 명을 공천하면 소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경험이 확인된 셈이다.

다양성의 조건은 공천개혁

중대선거구제가 효과를 내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2인 선거구를 줄이고 3인 이상 선거구를 실질적으로 늘려야 한다. 둘째, 거대 정당의 과도한 복수 공천을 견제해야 한다. 한 정당이 당선 정수에 가까운 후보를 모두 내면 제도는 경쟁 확대가 아니라 내부 공천 경쟁으로 변질된다. 셋째, 비례대표 의석과 후보 추천 방식도 함께 고쳐야 한다. 비례대표 확대 없는 지역구 조정만으로는 정당 득표와 의석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어렵다.

선거구 확대가 여성·청년 정치인의 당선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도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결국 열쇠는 후보 다양성이다. 정당이 지역 유지와 현역 중심 공천을 반복하면 중대선거구제는 새 인물을 불러들이지 못한다. 반대로 각 정당이 직능·세대·성별·지역 현안 대표자를 고르게 세운다면 지방의회는 주민 생활을 더 넓게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 유권자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겨 ‘될 사람’만 찍는 전략투표 압박이 줄어든다.

지역정치, 감시 받는 무대로

이번 개편은 완성된 정치개혁이 아니라 출발선에 가깝다. 특히 호남과 영남처럼 특정 정당 일색이 강한 지역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지방의회 감시 기능을 살릴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단체장과 의회 다수가 같은 정당일 때 예산·인사·개발사업 견제는 약해지기 쉽다. 다른 정당, 무소속, 생활정치 후보가 의회에 들어와야 질문이 늘고 회의록이 달라진다. 전남·광주 통합 논의와 맞물린 의회 권력 배분도 변수다. 의석수 증가는 지역 대표성 논쟁을 잠재우기보다, 통합 의회가 누구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을지 묻는 새 과제를 남겼다.

다만 유권자에게 돌아갈 부담도 있다. 후보가 많아지면 인물과 공약을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선거구가 넓어지면 동네 밀착성이 약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언론과 선관위, 시민단체는 후보 비교 정보를 촘촘히 제공해야 한다. 제도 효과를 따지기 전에 주민에게 후보별 공약과 정당별 의석 전략을 설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선거구가 커질수록 정보 격차는 더 큰 정치 격차로 번질 수 있다. 그 책임은 정당과 지역 언론에 함께 있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아니라 우리 마을 예산과 생활 서비스를 결정하는 선거다.

6·3 지방선거의 중대선거구제 확대는 ‘다양성 정치’의 해법인지, ‘나눠 먹기’의 새 포장인지 가르는 시험대다. 답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공천과 유권자의 선택에서 나온다. 더 넓어진 선거구가 더 넓은 민의를 담아낼 때, 지방의회는 비로소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고 주민 대표기관으로 설 수 있다.
6·3 지방선거 광역·기초의원 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 [그래픽=연합뉴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