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통합교육감 4파전⋯275만 표심이 묻는다

정치
첫 통합교육감 4파전⋯275만 표심이 묻는다
현직 맞대결 속 4파전 본격화
투표율 격차 속 대표성 관건
고3 유권자, 교실 중립 변수
  • 입력 : 2026. 05.22(금) 17:31
  • 정원채 기자
왼쪽부터 강숙영 후보, 김대중 후보, 이정선 후보, 장관호 후보(가나다 순). [사진=각 후보자 측]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첫 교육감을 뽑는 선거가 강숙영·김대중·이정선·장관호 4파전으로 좁혀졌다. 현직 전남교육감과 광주시교육감의 맞대결에 장학관 출신 후보,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가세했다. 그러나 승부의 중심은 단순한 인지도 경쟁이 아니다. 275만 단일 선거구, 낮아진 지방선거 투표율, 고3 유권자의 등장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첫 통합교육감 선거는 정책 경쟁을 넘어 교실의 표심, 지역 간 균형, 교육 권력의 신뢰를 함께 묻는 선거가 됐다.

11명에서 4명으로, 본선 구도 압축

당초 10명을 넘던 통합교육감 예비후보군은 보수·중도, 진보 진영의 단일화와 후보 간 연대를 거치며 4명으로 압축됐다.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14일 강숙영 전 전남도교육청 장학관, 김대중 현 전남교육감, 이정선 현 광주시교육감, 장관호 전 전교조 전남지부장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최대욱 전 한국교총 부회장이 본선 후보 등록을 포기하고 김대중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한때 예상됐던 5파전 구도는 다시 4파전으로 정리됐다.
구도는 선명하다. 김대중 후보는 현직 전남교육감으로서 전남 교육행정의 연속성과 통합 이후 균형발전을 앞세운다. 이정선 후보는 현직 광주시교육감으로서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전면에 내세운다. 강숙영 후보는 장학관 출신의 현장 경험과 새 인물론을 결합해 도농 간 교육·정보 격차 해소를 강조한다. 장관호 후보는 민주진보 단일후보를 내걸고 360도 교육, 맞춤형 진로교육, 기본교육수당 확대를 핵심 의제로 삼았다. 현직 두 명은 조직과 인지도에서 앞서지만, 동시에 재임 기간의 성과와 논란을 함께 심판받는다. 도전자들은 변화의 명분을 쥐었지만, 광주와 전남 전역을 뚫을 조직력과 확장성을 입증해야 한다. 결국 이번 선거의 초반 구도는 ‘현직 대 현직’의 맞대결에 머물지 않는다. 전남형 교육과 광주형 교육의 균형, 진보 교육의 재결집, 새 인물론의 확장성이 한 선거판에서 충돌하는 구조다.

낮은 투표율 속 대표성 확보 관건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따라서 광주·전남 교육감 선거의 체감 투표율은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 흐름과 함께 봐야 한다. 2010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광주 49.8%, 전남 64.3%였다. 2014년에는 광주 57.1%, 전남 65.6%로 올랐고, 2018년에는 광주 59.2%, 전남 69.3%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흐름이 꺾였다. 광주 37.7%, 전남은 58.5%로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호남권 안에서도 광주와 전남의 참여 격차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두 지역 표를 더하는 선거가 아니다. 광주 5개 자치구와 전남 22개 시군을 한 교육행정권으로 묶고, 약 275만 명 규모의 단일 선거구에서 첫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전남의 높은 투표 참여가 유지되고 광주의 낮은 참여가 반복되면 통합 선거의 무게중심은 전남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이 경우 당선자가 광주와 전남 전체 교육 여론을 얼마나 고르게 대표할 수 있느냐는 과제가 남는다. 반대로 광주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통합 선거의 무게중심은 다시 달라질 수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기호가 없어 인물과 정책을 모르는 유권자의 기권이 늘기 쉽다. 후보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지층 결집보다 선거의 의미를 알리는 일이다. 첫 통합교육감이 무엇을 결정하고, 통합 이후 학교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무관심층을 투표장으로 이끌고, 첫 통합교육감 선거의 대표성도 높일 수 있다.

고3 유권자, 교실이 선거 현장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만 18세 이상이면 투표할 수 있다. 2008년 6월 5일 이전에 태어난 학생들도 유권자에 포함된다. 교육계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가운데 약 40%가 투표권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고3은 교육정책의 대상만이 아니라 교육감 선거의 직접 당사자다. 급식, 수업, 진로, 학력, 학생인권, 학교폭력, 교육복지 모두 이들의 학교생활과 연결된다. 청소년 표심은 규모로는 크지 않지만, 학교 안에서 교육정책을 직접 체감하는 유권자라는 점에서 교육감 선거의 상징성이 크다.
문제는 교실의 경계다. 학생 유권자에게 선거 절차와 후보 공약을 알려주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특정 후보 지지, 선거인단 가입 권유, 캠프 활동 유도는 전혀 다른 문제다. 최근 경기 평택의 한 고교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교육감 후보 단일화 선거인단 가입을 요구했다는 혐의로 고발되는 일도 있었다. 이는 고3 유권자가 참여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교실 안 정치적 중립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수업권과 평가권을 가진 교원이 학생의 정치적 선택에 개입하는 순간, 교실은 토론의 장이 아니라 정치적 압박이 작동하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후보 신뢰 검증 속 리더십 시험대

후보 신뢰 검증도 남은 쟁점이다. 김대중 후보는 해외 출장 중 카지노 방문과 출장비 논란이, 이정선 후보는 감사관 채용 관련 직권남용 혐의 재판이 부담으로 남아 있다. 두 사안 모두 공직 윤리와 행정 책임성을 묻는 문제라는 점에서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초대 전남광주 통합교육감 선거는 지역 간 참여 격차, 고3 유권자의 등장, 후보 신뢰 검증이 맞물린 가운데 치러진다. 첫 교육감의 책임도 그만큼 무겁다. 통합교육감은 27개 시군구의 학군, 인사, 예산, 학교 지원 체계와 교육복지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 책임자다. 지역 간 균형을 지키고, 교실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납득할 교육행정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유권자는 여러 쟁점 속에서도 통합교육청을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이끌 후보가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번 선거는 한 사람의 당선을 넘어 전남광주 교육자치가 어떤 출발선을 긋느냐를 결정하는 첫 선택이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