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매일 5만 명 관광객’ 공약, 보성 현실과 맞나

보성
윤영주 ‘매일 5만 명 관광객’ 공약, 보성 현실과 맞나
숫자 공약, 계산표는 빈칸
일자리 주체와 재원 따져야
군민이 물어야 할 세 질문
  • 입력 : 2026. 06.01(월) 15:37
  • 서은선 기자
윤영주 전 진도부군수가 보성군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사진=목포MBC 캡처]
6·3 지방선거 보성군수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무소속 윤영주 후보는 ‘1조 원 관광벨트’, ‘청년·신혼부부 1000가구 유치’, ‘월 25만 원 햇빛연금’, ‘농축수산 소득 3조 원’ 같은 큰 공약을 잇달아 내놨다. 숫자만 보면 보성의 미래가 한순간에 바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약은 구호가 아니라 계약이다. 유권자는 박수칠 숫자가 아니라 실행할 길을 봐야 한다. 보성군은 이미 2025년 제3회 추경에서 8369억 원을 확정해 사상 첫 8000억 원대 예산에 들어섰다.
국·도비 확보와 행정 집행으로 쌓은 실적과 아직 재원표가 없는 선거용 약속은 같은 무게가 아니다. 재원, 부지, 사업자, 전력망, 일자리 주체가 빠진 공약은 선거 뒤 군 재정과 군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 매일 5만 명 관광객의 허상

윤 후보는 임기 4년 차에 연간 관광객 2000만 명, 관광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2000만 명은 하루 평균 5만4800명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5만 명 넘는 사람이 보성을 찾아와야 가능한 수치다. 보성군민 전체보다 많은 사람이 날마다 들어오고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1조 원 매출도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관광객 2000만 명이 모두 온다고 해도 1인당 평균 5만 원을 써야 한다. 당일치기 관광이 많으면 이 돈은 숙박과 지역 상권에 남지 않는다. 제주도는 국제공항과 크루즈 항만, 대형 숙박시설, 전국적 인지도를 모두 가진 국내 대표 관광지다. 그런 제주도도 2025년 누적 관광객이 1384만 6961명으로 집계됐다. 보성의 녹차밭과 율포, 벌교는 분명 강한 자산이다. 그러나 공항도, 대형 항만도, 세계급 테마파크도 없는 보성이 4년 만에 제주를 뛰어넘는 관광 수요를 만들겠다는 말은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관광은 길을 잇는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숙박, 음식, 교통, 주차, 인력, 안전, 주민 수용성까지 한꺼번에 갖춰야 한다. 윤 후보는 민간 투자와 정부 공모, 관광혁신기금을 말했지만 투자 확약서, 사업 시행자, 수익 배분, 군비 부담 한도는 공개하지 않았다. 계획서가 없는 ‘관광벨트’는 공약보다 희망에 가깝다.

■ 청년 5천개 일자리의 빈칸

청년·신혼부부 1000가구를 유치하고 일자리 5000개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마찬가지다. 청년 정책의 핵심은 집 한 채가 아니라 월급을 줄 산업이다. 안정된 일자리 5000개를 만들려면 기업, 공장, 연구시설, 관광 운영사, 농식품 가공업체 같은 고용 주체가 먼저 있어야 한다.
윤 후보가 내놓은 빈집 리모델링, 창업 캠퍼스, 귀농 지원, 관광 일자리 연계는 필요한 정책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원책이지 5000개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근거가 아니다. 동네 가게 몇 곳과 단기 창업 지원만으로 수천 명이 오래 일할 시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계인구 5만 명도 체류 날짜, 소비액, 재방문율로 나눠 설명해야 의미가 있다.
청년은 공약집의 숫자를 보고 삶을 옮기지 않는다. 아이를 맡길 곳, 병원, 학교, 배우자의 직장, 실패했을 때 다시 설 수 있는 안전망을 본다. 공약이 현실이 되려면 어느 기업이 몇 명을 뽑고, 어느 산업단지가 언제 문을 열며, 임금은 얼마인지까지 제시돼야 한다.

■ 햇빛연금 3천억 재원의 벽

윤 후보의 1호 공약인 햇빛연금은 더 무겁다. 임기 4년 차부터 전 군민에게 매월 25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보성 군민을 3만5000명만 잡아도 1년에 1050억 원이 든다. 3년이면 3150억 원이다. 보성군 한 해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친 자체수입이 수백억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회계 조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윤 후보는 태양광 수익, 시민펀드, 정책금융, 공기업 출자를 재원으로 말한다. 그러나 태양광은 땅만 있으면 되는 사업이 아니다. 호남권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견줘 전력망이 부족해 신규 발전허가와 계통 접속이 큰 제약을 받아 왔다. 정부가 호남권 2.3GW 접속 재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모든 사업이 곧바로 전기를 팔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신안군 햇빛연금도 조례, 주민 참여, 대규모 발전단지, 수년의 준비를 거쳐 시작됐다. 보성이 같은 모델을 하려면 발전 규모, 계통 접속 시점, 주민 동의, 예상 수익, 손실 때의 책임을 먼저 밝혀야 한다. 군민에게 줄 돈이라면 더 엄격해야 한다. 달콤한 약속일수록 계산서는 먼저 공개돼야 한다.

■ 농축수산 3조의 계산법

‘농축수산 소득 3조 원’ 공약도 숫자의 이름부터 따져야 한다. 지역내총생산은 한 지역에서 새로 만든 부가가치의 합이다. 농축수산 매출, 총생산액, 농가 소득은 서로 다른 지표다. 후보가 말한 3조 원이 어느 통계의 3조 원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검증도 어렵다.
현재 약 1조 원 규모를 4년 안에 3조 원대로 키우려면 생산량, 가격, 가공, 수출, 유통망이 모두 폭발적으로 늘어야 한다. 새벽배송망과 온라인 판매, 가공시설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물류비와 냉장 체계, 대형 유통 계약, 브랜드 가격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농업은 주문 버튼 하나로 3배 성장하지 않는다.
선거판에서 큰 숫자는 힘이 세다. 하지만 예산서는 숫자를 다시 묻는다. 사업마다 의회 심의, 국·도비 매칭, 민원, 환경 절차, 조례 제정, 운영비 부담을 지나야 한다. 공약 검증은 발목 잡기가 아니다. 군민의 세금과 시간을 지키는 최소한의 절차다. 특히 현금 지급과 대규모 관광 개발은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접기 어렵다. 그래서 선거 전에 묻고, 선거 전에 답을 받아야 한다. 표가 될 약속은 실행 가능한 약속이어야 한다. 선거 뒤의 침묵은 군민에게 가장 비싼 비용이 된다. 군수의 역할은 꿈을 크게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가르고, 필요한 돈을 어디서 가져올지 설명하는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군민이 물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얼마가 들고, 누가 내며,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