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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성공한 공영민 전남 고흥군수가 지난 5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을 찾았다. 지난 6·3 지방선거 뒤 첫 공식 일정이었다. 공 군수는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에게 제2우주센터 고흥 유치와 우주항공산업진흥원 설립, 우주발사체 사이언스 콤플렉스 조성 등을 건의했다. 선거의 열기가 채 식기 전에 우주 현안을 꺼낸 것이다. 민선 9기 고흥군정의 방향은 또렷하다.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도시를 넘어 우주산업이 모이고, 기업이 일하고, 청년이 정착하는 도시로 가겠다는 구상이다.
우주로 민선 9기 열었다
공 군수의 첫 행보는 상징성이 크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그는 3만2224표, 84.34%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공약의 중심에는 우주·드론·스마트팜 3대 미래산업과 고속도로·고속철도·4차선 확장 3대 교통망이 있었다. 군민은 ‘계속 추진’을 선택했다. 그래서 승리의 의미는 단순한 연임에 그치지 않는다. 민선 8기에서 뿌린 사업을 민선 9기에서 실제 성과로 거두라는 주문에 가깝다. 제2우주센터는 아직 확정 사업이 아니다. 공 군수가 먼저 우주항공청을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흥군은 나로우주센터와 국가산단, 민간발사장, 시험시설을 한곳에 묶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본다. 발사장 하나가 더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우주산업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우주산업은 땅만 넓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 발사장, 도로, 전력, 물, 연구기관, 교육기관, 정주 여건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공 군수의 첫 방문은 ‘고흥에 그 묶음을 만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기업이 머물 판을 짠다
가장 구체적인 기반은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다. 고흥군은 봉래면 예내리 일원 약 46만 평에 발사체 기업 입주공간과 지원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1832억 원 규모다. 지난 2023년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됐고, 2024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확정됐다. 2024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 우나스텔라 등 11개 기업과 입주협약도 맺었다. 올해는 산업단지계획 승인과 실시협약이 핵심 절차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보상과 착공을 거쳐 오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제2우주센터 유치전이 붙는다. 고흥군 계획은 오는 2032년까지 봉래면 일원에 차세대 발사체 전용 발사대와 레인지시스템, 통합 발사운용 시스템을 갖추는 그림이다. 사업비는 1조14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우주항공산업진흥원은 기업 지원과 기술 실증, 인증, 정책 자문을 맡을 기관으로 제시됐다. 사이언스 콤플렉스는 교육과 체험 기능을 더한다. 기술사업화센터와 엔진연소시험시설은 기업이 연구한 기술을 시험하고 제품으로 바꾸는 통로가 된다. 연구와 발사, 기업 지원이 끊기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는 관광 상품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라, 연구자와 기술자, 학생이 반복해서 고흥을 찾게 만드는 장치다. 숙박, 음식, 교육 시장까지 함께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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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과 밭을 바꾼다
고흥의 미래산업은 우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드론과 UAM은 섬이 많고 면적이 넓은 지역의 약점을 뒤집는 수단이다. 고흥군은 드론 특별자유화구역과 드론센터, 녹동항 드론쇼, 섬 지역 드론 배송을 함께 키우고 있다. 지난해 녹동항 드론쇼는 40회 열렸고, 관람객은 23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드론 배송 대상지는 득량도, 상·하화도, 거금해양낚시공원이다. UAM 파일럿 양성센터도 추진 과제다. 관광형 비행, 응급환자 이송, 산불 감시 같은 공공서비스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스마트팜도 또 다른 축이다. 고흥만 간척지를 중심으로 농수축산 스마트팜 밸리를 넓히고, 청년농 교육과 임대형 스마트팜을 연결한다. 고흥군은 오는 2029년까지 약 70만 평 규모의 스마트팜 밸리 조성을 목표로 잡았다. 현재 추진 중인 면적은 128ha, 남은 목표는 100ha다. 물 부족에 대비한 지하수댐, 빅데이터와 AI 재배관리도 추진한다. 농사를 감에 맡기는 시대에서 데이터로 키우는 시대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결국 드론과 스마트팜은 청년이 고흥에서 배워 일할 수 있는 새 직업을 만드는 일이다.
인구 10만, 머무는 도시가 관건
공 군수가 내건 최종 목표는 오는 2030년 고흥 인구 10만이다. 이를 위해 청년 주거, 귀농어귀촌, 공공임대주택, 체류형 관광도 함께 움직인다. 고흥군은 오는 2028년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스치는 관광을 머무는 관광으로 바꾸려 한다. 입장료 일부를 지역상품권으로 돌려 지역 소비를 늘리고, 숙박 할인과 팸투어로 체류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관광은 산업과 따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다. 우주센터를 보러 온 사람이 녹동항에서 머물고, 섬을 둘러보고, 농수산물을 소비해야 지역경제가 돈다.
정주 여건도 마찬가지다. 일자리가 생겨도 집과 학교, 병원, 교통이 받쳐주지 못하면 사람은 머물지 않는다.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도 일자리와 생활 현장에서 시작되고, 청년이 돌아오는 길도 그 위에서 열린다. 그래서 고속도로와 철도, 고흥읍~봉래 간 4차선 확장은 산업 공약이면서 생활 공약이다.
대형 공약, 실행력이 시험대
과제는 속도와 순서다. 유치전은 말보다 절차가 길다. 정부계획 반영, 예비타당성조사, 부지와 환경 검토, 주민 설명, 기업 투자 확정이 차례로 따라와야 한다. 군정은 큰 그림만 말해서는 부족하다. 도로 한 줄, 물 한 줄, 전력 한 줄을 언제까지 놓을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투자하고 청년도 삶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공약은 군의 의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2우주센터와 우주항공산업진흥원은 국가계획 반영과 국비 확보가 필요하다. 고흥~광주 고속도로와 고흥·녹동역 철도도 중앙정부 계획에 들어가야 속도가 난다. 재선의 높은 득표율은 힘이지만, 성과는 따로 증명해야 한다. 공 군수의 첫 방문지가 우주항공청이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분명한 메시지다. 고흥의 다음 4년은 ‘유치’라는 말이 ‘착공’과 ‘입주’로 바뀌는지를 가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