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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민심이 고른 변화
사 당선자의 승리는 단순한 정당 바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장흥군수 선거는 지난 2022년에 이어 김성 후보와 사순문 후보가 다시 맞붙은 리턴매치였다. 이번에는 두 후보의 표 차가 248표에 그쳤다. 절반 가까운 군민은 안정과 연속을, 근소하게 더 많은 군민은 교체와 변화를 골랐다. 그래서 새 군정은 승자의 논리보다 통합의 방식으로 출발해야 한다.
사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장흥 경제의 흐름을 바꾸겠다고 했다. 돈이 들어와 머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해양농생명특구, 데이터센터, 축산 바이오가스, 체류형 관광을 앞세워 외부 자본과 국·도비를 끌어오겠다고 약속했다. AI 기반 스마트 농업과 청년 미래수당, 기본소득 구상도 제시했다. 공약의 방향은 분명하다. 장흥을 보조금에 의존하는 지역이 아니라 돈을 벌어들이는 지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1조 원은 구호 아닌 설계도
문제는 속도보다 설계다. 장흥군의 올해 예산은 5627억 원 규모다. 사 당선자가 말한 예산 1조 원은 현재 재정의 두 배에 가까운 목표다. 군비만으로는 닿기 어렵다. 중앙부처 공모, 전남도 연계 사업, 민간투자, 공공기관 유치를 하나의 표로 묶어야 한다. 어느 사업이 국비형인지, 어느 사업이 민자형인지, 군비 부담은 얼마인지부터 군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현재 장흥군은 이미 여러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업무계획은 문화·관광, 농수축산업, 지방소멸 대응, 맞춤 복지, 소통 행정을 축으로 잡았다. 체류형 관광 거점, 친환경농업 내실화, 스마트 양식 기반, 청년 커뮤니티센터, 바이오식품산업단지 분양 확대가 핵심 과제다. 지난해에는 국·도비와 공모사업 167건, 총사업비 2352억 원을 확보했다. 전남기록원, 천연물 소재 표준화 허브, 농촌 용수 개발, 회진면 삶터 조성 같은 사업도 이미 장흥의 판 위에 올라 있다.
그래서 사 당선자의 공약은 기존 흐름과 충돌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름만 바꾸는 사업 재포장은 경계해야 한다. 새 정책은 기존 사업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성과가 날 지점에 정확히 꽂는 방식이어야 한다. 인구 감소 대응, 일자리, 복지, 산업 유치는 따로 움직이면 힘이 약하다. 한 사람이 장흥에 와서 자고, 일하고, 소비하고,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로 묶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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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관광, 돈 버는 농업
장흥의 관광은 이미 방향을 잡고 있다. 편백숲 우드랜드, 보림사, 토요시장, 물축제, 문학 자산은 외지인을 부르는 힘을 갖고 있다. 여기에 국립 노벨문학센터, 장흥형 웰니스 관광,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첨단 스마트 양식장, 원격 진료 같은 신규 현안이 더해질 수 있다. 문화와 건강, 먹거리와 바다, 숲과 문학을 한 코스로 묶으면 장흥의 체류 시간은 길어진다.
하지만 하루 보고 떠나는 관광만으로는 지역 상권이 크게 자라기 어렵다. 사 당선자가 말한 체류형 관광은 이 약점을 찌른 공약이다. 숙박, 음식, 야간 콘텐츠, 친절 서비스, 교통 동선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관광객 수보다 하룻밤 묵은 사람 수, 1인 소비액, 상가 매출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축제가 끝난 뒤에도 시장과 골목에 돈이 남는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장흥은 농수축산업 비중이 큰 지역이다. 친환경농업과 스마트 양식 기반을 키우는 기존 정책 위에 AI 농업을 얹어야 효과가 난다. 농가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만 앞세우면 공약은 멀어진다. 병해충 예측, 물 관리, 공동 선별, 온라인 판매, 포장 표준화처럼 농민이 바로 쓸 수 있는 기술부터 시작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도 전기와 물, 부지, 인력, 주민 수용성이라는 조건을 함께 따져야 한다.
복지 공약도 같은 잣대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군민에게 직접 닿는 정책이다. 청년 미래수당은 떠나는 청년을 붙잡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금성 지원은 시작보다 지속이 더 어렵다. 농어민, 청년, 어르신에게 무엇을 먼저 줄지, 다른 복지와 겹치지 않는지, 지역화폐와 연결할지까지 계산해야 한다. 지원금이 소비로 끝나지 않고 교육, 창업, 돌봄, 농업 일자리로 이어져야 공약의 힘이 오래 간다. 이것이 통합 군정의 출발점이다. 군민 체감도는 바로 여기서 갈린다.
인수위의 첫 과제는 우선순위
사 당선자는 당선 뒤 ‘뉴 장흥 정책협의회’를 꾸려 공약 검토와 업무보고, 지역 현안 점검에 들어갔다. 활동은 오는 7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에 필요한 것은 새 구호가 아니라 우선순위다. 기본소득과 청년수당은 재원 없이는 오래 갈 수 없다. 해양농생명특구는 법과 조례, 광역단체 협력이 따라야 한다. 데이터센터와 바이오가스는 환경성과 경제성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첫 100일은 방향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공약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고, 불가능한 사업은 솔직히 고쳐야 한다. 군민 참여형 열린 행정은 회의 이름이 아니라 공개 방식으로 증명돼야 한다. 예산표, 추진 일정, 담당 부서, 기대 효과를 주민이 쉽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은 말보다 숫자와 날짜로 믿음을 얻는다.
장흥군민은 큰 약속보다 믿을 수 있는 첫 성과를 기다린다. 248표 차이의 승리는 독주 허가장이 아니다. 더 꼼꼼히 듣고 더 투명하게 설명하라는 명령이다. 사순문 군정이 성공하려면 지난 군정의 성과를 지우지 말고, 그 위에 더 빠른 실행력을 얹어야 한다. 예산 1조 원은 숫자가 아니라 장흥의 삶을 바꾸는 도구여야 한다. 민선 9기 장흥은 이제 약속을 시간표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