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민선 9기, 민생·농업 대전환 시험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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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민선 9기, 민생·농업 대전환 시험대 오른다
월15만원 실행방안 관건
청년일자리 정착판 마련
상권회복 체류소비 확대
  • 입력 : 2026. 06.12(금) 09:48
  • 서은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남오 함평군수 당선인. [사진=당선인 캠프 측]
전남 함평군 민선 9기 군정은 통합과 민생, 농업 전환을 앞세워 출발한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남오 당선인은 1만127표, 49.76% 득표율로 군수에 당선됐다. 2위와의 차이는 633표였다. 군민 절반 가까이가 다른 선택을 한 만큼 첫 과제는 통합이다. 그는 당선 직후 “모든 군민의 군수가 되겠다”며 선거 갈등을 봉합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4년의 핵심은 분명하다. 전 군민 월 15만 원 기본소득, 청년 취업과 주거 지원, 스마트 농업, 지역 상권 회복이다. 약속의 크기는 크다. 그래서 민선 9기의 첫 평가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 설계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 첫 검증대 선다

이 당선인의 1호 공약은 함평형 농어촌 기본소득이다. 군민에게 월 15만 원, 1인 기준 연 180만 원을 지급하고 지역화폐와 연결해 골목상권으로 돈이 돌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4인 가족이면 연 720만 원의 소득 효과가 생긴다. 그는 기본소득을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생활비 부담을 덜고, 소비를 살리며,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설명했다. 정부 시범사업과 국비·도비 확보를 추진하고, 선정이 늦어지면 군비로 우선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관건은 재원이다. 이 당선인은 연간 약 540억 원이 필요하고, 중앙정부 40%, 광역 30%, 함평군 30%로 나누면 군 부담은 약 17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불용예산과 전시성 예산을 조정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매달 지급되는 반복 지출이다. 한 번 시작하면 줄이기 어렵다. 지급 대상, 시기, 단계 확대 방식, 상품권 사용처, 상권 순환 효과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군민에게 직접 가는 돈일수록 재정의 우선순위와 공개가 따라야 한다. 약속은 계약이라는 말도 결국 예산서와 조례, 집행표로 증명돼야 한다. 행정 운영 방식도 시험대다. 함평군은 올해 공약이행평가 주민배심원제와 공모사업 대응체계 구축을 주요업무에 담았다. 이 당선인도 공약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공약표와 예산표를 군민 앞에 함께 펴야 신뢰가 생긴다. 주민 설명과 의회 검증도 필요하다.

청년이 머물 판을 짠다

이 당선인은 지방소멸의 핵심을 청년 유출로 봤다. 그는 청년 태양광 연금 프로젝트, 청년·신혼부부 주거 부담 완화, 스마트팜·청년창업 지원, 인공지능·디지털 미래인재 육성, 4년제 대학 함평캠퍼스 유치를 제시했다. 빛그린산단과 금호타이어, 광주글로벌모터스 등 기업과 연계해 지역 인재 우선채용과 직무교육, 인턴십을 묶는 취업 체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일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함평군의 기존 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올해 주요업무에는 전입장려금, 전세 보증금 이자와 월세 일부 지원, 청년센터 운영, 청년인턴제, 청년 정착 지원이 담겼다. 대학생 전액 장학금 지원도 청년 유입과 정착을 위한 축이다. 문제는 정책을 따로따로 뿌리는 데서 끝나면 효과가 작다는 점이다. 일자리와 집, 교육과 보육, 교통이 한 묶음으로 이어져야 청년이 머문다. 신혼부부가 살 집을 구하고, 아이를 맡기고, 안정된 월급을 받을 수 있어야 인구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삶이 된다. 함평형 청년정책의 성패는 지원금보다 생활 기반을 얼마나 촘촘히 짜느냐에 달렸다.

농촌을 디지털 산업으로

농업은 함평의 뿌리이자 새 성장산업이다. 이 당선인은 농산물 가격 안정과 판로 확대, 가격 하락 때 소득 보전, 공공기관 계약재배, 로컬푸드와 온라인 유통망 강화를 약속했다. 영농형 태양광과 햇빛연금은 농가 소득을 다변화하는 장치로 제시됐다. 축산 분야에서는 함평천지한우 명품 브랜드화, 인공지능 스마트축산 확대, 친환경 순환축산과 악취 저감이 핵심이다. 청년농과 귀농귀촌에는 임대농지와 빈집 리모델링, 정착지원 패키지를 연결한다.
군이 추진 중인 사업도 맞물린다. 로봇 기반 스마트팜 기술 시범사업과 데이터 기반 생산모델 보급,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자립기반 구축,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이 진행된다. 축산자원개발부 이전은 더 큰 기회다. 신광면과 손불면 일원에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가 오는 2029년까지 옮겨오면 연구시설과 축산 기술이 지역 산업과 만날 수 있다. RE100 국가산단 유치 구상도 있다. 100만 평 규모, 6852억 원 사업으로 기업 유치와 에너지 기반 산업거점을 만들겠다는 그림이다. 다만 아직 기본계획과 행정절차 단계인 만큼 확정 사업처럼 말해선 안 된다. 중앙정부 계획 반영과 기업 수요 확보가 관건이다.

축제경제, 읍내로 흘러야

함평의 브랜드는 나비와 국향, 황금박쥐다. 그러나 축제만으로는 지역경제가 오래 버티기 어렵다. 민선 9기는 축제 방문객을 읍내 상권과 숙박, 체험, 먹거리 소비로 연결해야 한다. 이 당선인은 돌머리 해양치유 웰니스 관광특구, 황금박쥐 야간관광, 엑스포공원과 읍내상권을 잇는 관광벨트, 숙박·체험·먹거리 관광 확대를 공약했다. 스쳐 가는 관광을 머무는 관광으로 바꾸겠다는 방향이다.
함평군은 이미 체류형 관광객 유치와 사계절 관광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차 여행객 지원, 블루워케이션, 숙박 할인, 단체관광객 인센티브, 엑스포공원 야외경관 연출, 나비대축제 30주년 준비가 이어진다. 함평천지전통시장 야시장과 관광 바우처,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지원, 함평사랑상품권 운영도 상권 회복의 도구다.
과제는 연결이다. 관광객이 축제장을 보고 떠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사고, 식당에서 먹고, 숙소에서 자야 한다. 그래야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도 실제 소비로 이어진다. 매출이 늘었다는 상인의 말, 일자리를 얻었다는 청년의 말, 농사 부담이 줄었다는 농민의 말이 나와야 정책은 살아난다. 이남오 군정의 첫 4년은 약속을 예산과 제도, 현장 변화로 바꾸는 시간이다. 통합을 말한 만큼 반대편 군민의 목소리까지 담아내야 한다. 함평의 도약은 큰 구호가 아니라 군민이 체감하는 생활 변화에서 시작된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