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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파전 뒤 구례가 택한 통합 리더십
장 당선인의 첫 메시지는 통합이었다. 그는 당선 뒤 군민의 지지와 응원에 깊이 감사한다며, 선거로 갈라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밝혔다. 상대 후보들에게도 위로와 경의를 전했다. 이 말은 새 군정의 출발점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편을 나누면 작은 군은 더 빨리 지친다. 구례가 다시 힘을 내려면 지지자와 반대자, 읍면과 세대, 농업과 관광 현장의 목소리를 한 자리에서 들어야 한다.
이번 결과는 갑자기 나온 바람이 아니었다. 장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에서 3선에 도전한 현직 군수를 꺾고 후보가 됐다. 본선에서는 민주당 후보, 조국혁신당 후보, 무소속 후보들이 함께 경쟁했다. 군수는 지지층의 대표가 아니라 군민 전체의 대표다. 장 당선인이 경쟁 후보들의 좋은 정책도 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선거 때 갈라진 의견을 새 정책의 재료로 바꾸는 일이 통합의 첫 걸음이다.
장 당선인은 “군민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정치”를 내걸었다. 이는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 서시교 문제, 산동온천권 재정비, 농산물 가격 안정처럼 이해가 엇갈리는 현안은 더더욱 공개 토론과 설명이 필요하다. 군민이 왜 이 정책이 필요한지 알고, 재원과 순서를 납득할 때 공약은 표어가 아니라 행정이 된다. 장 당선인의 첫 과제도 여기에 있다.
월 30만 원 기본소득, 실행 과제로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약속은 전 군민 매월 30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이다. 장 당선인은 이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임기 안에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그의 구상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다. 지역화폐로 지급해 동네 상점과 시장, 농산물 소비로 돈이 돌게 만들겠다는 그림이다. 주민에게는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고, 소상공인에게는 손님을 늘리는 마중물이 되게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과제도 분명하다. 구례는 재정 여건이 넉넉한 도시가 아니다. 전 군민에게 매달 30만 원을 주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장 당선인은 군 예산 5,000억 원 시대를 함께 제시했다. 중앙정부와 전남도, 국회, 민주당의 지원을 끌어오고, 공모사업과 민자사업을 촘촘히 따내겠다는 전략이다. 스스로 “영업사원 1호”가 되겠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군민은 약속만이 아니라 실행 계획을 보고 싶어 한다. 재원 마련표, 지급 방식, 대상 기준, 지역경제 효과를 숫자로 보여줄 때 기본소득 논쟁은 현실 정책으로 들어설 수 있다.
기본소득은 지방소멸 대응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인구가 줄면 학교와 병원, 상점, 버스 노선이 함께 약해진다. 생활 기반이 줄면 다시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생긴다. 장 당선인이 말한 인구 3만 시대는 숫자 목표이자 생존 전략이다. 현금을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와 주거, 교육, 돌봄을 붙여야 인구 정책이 된다. 군민의 삶을 붙잡는 정책이어야 구례를 떠나지 않을 이유가 생긴다.
교육 현장 37년, 군정의 밑거름으로
장 당선인은 구례 출신으로 전남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졸업했다. 교사와 교감, 교장, 구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거치며 37년간 교육 현장에 있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구례군의원으로 정치에 들어섰고, 구례군의회 의장을 맡아 의정 경험을 쌓았다. 교실과 의회를 모두 지나온 이력은 새 군정의 장점이자 검증대가 된다.
그가 내세운 ‘행복 교육 도시’도 이 경험에서 나온다.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성장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공공이 돌봄과 교육을 더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청년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와 교육, 돌봄의 불안이다. 아이 키우기 어렵고, 노부모 돌봄이 버겁고, 일할 자리가 부족하면 고향에 남기 어렵다. 장 당선인이 말한 교육·돌봄 군정은 학교 울타리 안에만 머물 수 없다. 보육, 의료, 요양, 주거, 청년 창업까지 이어져야 한다.
행정은 교실보다 복잡하다. 예산, 법, 민원, 이해관계가 매일 부딪힌다. 그러나 교육자의 강점은 사람을 오래 보고 기다리는 데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듯 마을의 변화를 차근차근 만드는 태도가 필요하다. 군의회 의장으로 쌓은 조정 경험도 시험대에 오른다. 의회와 협력하지 못하면 예산도, 조례도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장 당선인이 낮은 자세를 말한 만큼 협치가 군정 운영의 기본이 돼야 한다.
관광·농업 잇는 체류형 도시 구상
구례의 경쟁력은 지리산과 섬진강, 화엄사, 산수유, 온천 같은 자연과 문화에 있다. 장 당선인은 이를 묶어 체류형 관광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스쳐 가는 관광이 아니라 하룻밤 더 머물고, 밥을 먹고, 시장을 들르고, 마을을 걷는 관광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산동온천과 화엄사 상가지구 재개발, 섬진강·서시천 생태 랜드마크 구상도 같은 줄기에 놓여 있다.
농업도 새 판이 필요하다. 전략작목을 키우고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를 넓히며, 스마트 축산단지와 악취 민원 해소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농민의 소득과 생활환경을 동시에 겨냥한다. 관광과 농업이 따로 가면 효과는 작다. 농산물은 관광 상품이 되고, 관광객은 지역 소비자가 돼야 한다. 산과 강을 보러 온 사람이 구례의 밥상과 시장, 숙박, 체험까지 만나야 돈이 지역 안에서 돈다.
결국 민선 9기 구례군정의 성패는 약속의 크기가 아니라 실행의 밀도에서 갈린다. 장 당선인은 선거에서 화합과 기본소득, 예산 확대, 체류형 관광을 말했다. 이제는 순서를 정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구례가 선택한 변화는 당선 축하로 끝나지 않는다. 군민의 삶이 실제로 조금 더 편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