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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군 단위 지역이 안고 있는 소멸 위기는 곡성에서도 이미 현실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1%를 넘어섰다. 청년 한 명의 정착, 아이 한 명의 출생, 어르신 한 명의 안전이 모두 군정의 성패와 직결되는 구조다. 그래서 이번 공약은 대형 토목보다 생활의 빈틈을 메우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주민이 체감해야 정책은 표가 되고, 표가 모이면 지역의 자신감이 된다. 작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짧은 임기, 생활 변화로 신뢰 쌓아
조 군수는 지난 임기 동안 생활 밀착형 정책을 앞세웠다. 군내버스 무료화는 이동 부담을 낮췄고, 곡성형 24시간 어린이집은 맞벌이 가정의 불안을 덜었다.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한 소아과 진료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가장 가까운 변화로 다가갔다. 축산 퇴비 무상화와 마을 주치의 제도도 군민의 생활비와 건강 부담을 줄이는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짧은 임기였지만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먼저 놓은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조 군수는 ‘중단 없는 발전’을 내세웠다. 이는 새 구호가 아니라 지난 1년 6개월의 실험을 민선 9기 본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군민이 다시 표를 준 배경에도 이 연속성이 있다. 이미 출발한 사업이 멈추면 행정의 속도도, 주민의 기대도 꺾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성과를 넓히는 일이다. 시범사업은 제도로, 축제는 산업으로, 돌봄은 정착 기반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본소득, 골목으로 돌게 한다
조 군수가 가장 앞에 세운 공약은 농어촌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다. 곡성 안에서 쓰이는 지역화폐를 통해 시장과 식당, 약국, 동네 가게로 돈이 돌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30일 첫 지급 이후 전통시장 매출 증가와 주민 소비 확대가 현장에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매달 받는 돈이 일시적 온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비 확보, 군비 부담 조정, 사용처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
조 군수는 기본소득을 인구 정책과도 연결했다. 곡성에 주소를 두고 살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외지 청년과 귀농·귀촌인의 정착을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청년기본수당, 유턴 청년 지원, 전남형 만원주택, 청년 하우징타운을 묶으면 소득과 주거의 빈틈을 함께 메울 수 있다. 곡성이 사람을 붙잡으려면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살 집, 일할 곳, 아이 키울 여건이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 한다. 기본소득은 그 출발점이지만, 최종 목표는 사람이 떠나지 않는 생활권이다.
청년 농업으로 부자 농촌 연다
두 번째 축은 농업의 세대교체다. 조 군수는 첨단농업 복합단지와 임대형 스마트팜을 내세웠다. 농지를 사기 어렵고 시설 투자비가 큰 청년에게 처음부터 큰 빚을 지우지 않고, 배울 수 있는 농장과 빌려 쓸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청년을 부르는 정책이자 기존 농가의 고령화에 대응하는 생존 전략이다.
스마트팜은 온도, 물, 영양분을 데이터로 관리한다. 경험에만 기대던 농업을 기술과 연결해 소득을 높이는 길이다. 그러나 시설을 짓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판로, 교육, 농산물 가공, 온라인 판매까지 이어져야 한다. 곡성은 멜론, 토란, 딸기 등 지역 농산물의 이름값을 키워야 한다. 청년 농부가 생산하고 지역 업체가 가공하며 관광객이 사 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농업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산업이 된다. 은퇴 중장년 창업과 청년 소상공인 지원도 이 흐름 안에서 맞물려야 한다.
정원과 강, 머무는 여행으로
곡성의 가장 큰 자산은 섬진강과 장미축제, 기차마을이다. 조 군수는 이를 한곳에 머물지 않는 관광으로 넓히려 한다. 오는 2031년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장미축제 확장, 섬진강권 K-봄 글로벌 클러스터, 성지순례 거점화, 수상레포츠 관광단지가 그 뼈대다. 핵심은 관광객 숫자보다 머무는 시간이다. 반나절 들렀다 떠나는 관광으로는 숙박, 음식, 체험, 농산물 판매가 살아나기 어렵다.
정원도시는 단순히 꽃을 많이 심는 사업이 아니다. 마을 길, 하천, 농장, 축제장을 하나의 풍경으로 엮는 일이다. 장미를 축제장 안에 가두지 않고 읍·면 곳곳으로 확장하면 군 전체가 관광 무대가 된다. 섬진강 수상레포츠는 젊은 방문객을 끌 수 있다. 다만 안전, 환경, 주민 수익 배분이 분명해야 한다. 자연을 쓰되 훼손하지 않는 방식이 곡성 관광의 수준을 가를 것이다.
돌봄과 교육이 정착의 조건
인구 정책의 마지막 문은 복지와 교육이다. 조 군수는 곡성형 스마트 안전돌봄, 장애인 시설 지원, 자기주도 학습센터, 24시간 어린이집, 소아과 진료, 마을 주치의 제도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소아과와 돌봄은 큰 문제다. 어르신에게는 병원까지 가는 길, 약을 챙기는 일, 혼자 사는 불안이 일상이다. 작은 군에서 복지는 선택이 아니라 정착의 조건이다.
조 군수의 재선은 약속을 다시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제는 일정표와 예산표로 증명해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경제의 물꼬를 틀어야 하고, 스마트팜은 청년의 직업이 돼야 한다. 정원박람회와 섬진강 관광은 외부 손님을 불러 지역 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돌봄과 교육은 군민이 떠나지 않는 이유가 돼야 한다. 조 군수가 말한 ‘인구가 늘고 활기찬 도시’는 구호가 아니라 매일 확인돼야 할 결과다. 곡성의 다음 4년은 그래서 속도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