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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의사를, 부모에게 시간을
곡성군 복지의 첫 문은 아이와 부모에게 열렸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시작한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는 지난 2024년 목표액 8000만 원을 채우며 출장 진료를 열었다. 이어 지난해 5월 2일 ‘곡성에서 매일 만나는 소아과’가 문을 열면서 상시 진료 체계로 넓어졌다. 아이가 아플 때 먼 도시 병원을 찾아가야 했던 부담을 줄인 변화다. 병원 하나가 생긴 일에 그치지 않는다. 젊은 부모가 곡성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믿음을 만든 일이다.
돌봄도 한 걸음 더 갔다. 곡성형 24시간 어린이집 돌봄 시범사업은 생후 6개월 이상 7세 이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평일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긴급하거나 미리 신청하면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맡길 수 있다. 돌봄 전담 보육교사 2명이 배치됐고, 이용료는 시간당 2000원이다. 영유아 1명당 월 최대 60시간까지 쓸 수 있어 야간 근무자, 청년 창업자, 소상공인 부모에게 필요한 안전판이 된다.
어르신 곁으로 가는 생활 안전망
어르신 복지는 이동과 건강에서 체감된다. 곡성군은 지난 1월 1일부터 전 군민 농어촌버스 무료화를 시행했다. 병원, 시장, 학교로 가는 길의 비용을 낮추는 정책이다. 효도택시와 바우처택시까지 이어지면 교통복지는 한층 촘촘해진다. 어르신 버스 도우미 확대도 같은 흐름이다. ‘타고 싶어도 못 타는’ 이동 약자를 줄이는 데 초점이 있다. 이동이 쉬워지면 진료와 장보기, 모임 참석도 쉬워진다. 복지는 결국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에서 시작된다.
마을주치의 제도도 중요하다. 지난 2024년 12월 기준 곡성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0%를 넘었다. 군은 의료진이 집을 찾아가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을 살피고 진찰과 복약 지도를 해 의료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고향사랑기부로 조성한 마을빨래방도 어르신 돌봄의 새 방식이다. 무거운 이불 빨래를 돕는 일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다. 누가 혼자 살고 있는지, 건강은 어떤지,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살피는 안부 행정이다. 입면 마을빨래방 개소는 작은 시설이 큰 돌봄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줬다.
청년이 머무는 기반까지 넓힌다
곡성군의 복지는 노인과 아동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도 복지다. 군은 올해 ‘청년과 STEP-UP, 행복 곡성’을 비전으로 6개 분야 61개 사업, 835억 원 규모의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거·교통 분야에는 곡성형 청년 하우징타운과 무료버스가 들어갔다. 건강·보육 분야에는 출생 기본수당과 24시간 어린이집 돌봄이 포함됐다. 귀농·귀촌과 전입 분야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돌아오지촌 조성사업이 묶였다.
이 정책들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진료와 돌봄을, 부모에게는 일할 시간을, 청년에게는 주거와 일자리의 기회를, 어르신에게는 이동과 건강을 잇는다. 군정의 목표가 행정 사업의 나열에 머물지 않고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 붙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곡성의 복지는 ‘많이 주는 행정’보다 ‘필요한 곳에 먼저 닿는 행정’으로 설계돼야 한다. 그래야 작은 군이 큰 도시와 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복지는 지출이 아니라 정주 기반이다. 아이를 낳고, 일하고, 늙어가는 전 과정이 끊기지 않아야 마을도 버틴다. 그 판단이 이번 군정의 출발점이다.
기본소득, 지역을 도는 힘
기본소득은 이 복지망을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장치다. 곡성군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추가 선정돼 내년 12월까지 군민에게 매월 15만 원을 곡성심청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신청일 직전 30일 이상 곡성군에 주소를 두고 실제 거주하는 군민이 대상이다. 현금이 아니라 체크카드나 모바일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돼 소비가 지역 안에서 돌도록 설계됐다.
이 과정도 곡성답다. 곡성군은 처음 최종 선정에서 빠졌지만, 탈락한 5개 군과 연대하고 군민 결의대회와 군의회 성명으로 추가 선정을 요구했다. 지난 2025년 12월 추가 선정은 행정과 군민이 함께 만든 성과였다. 군은 찾아가는 활력마켓, 지역공동체 기반 협동조합, 곡성몰 소비 확대 등을 묶어 곡성형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3월 30일 첫 지급 때는 시행이 늦어진 점을 감안해 2개월분 30만 원이 지급됐다. 이후 누락자 구제와 소급 지급 절차도 마련됐다. 지난 4월분 지급 뒤 7일 만에 25억 원가량이 쓰인 것은 정책의 방향을 보여준다. 전통시장, 골목상권, 약국, 학원, 식당 같은 생활 업종으로 돈이 흐를 때 기본소득은 단순 지원금을 넘어선다. 군민의 생활비를 덜고, 소상공인의 매출을 떠받치며, 지역 안에서 돈이 다시 돌게 하는 실험이 된다.
조 군수의 재선은 이 정책들을 중간에 끊지 말라는 군민의 신호로 읽힌다. 이제 과제는 속도보다 완성도다. 신청에서 누락되는 주민을 줄이고, 재정 부담을 관리하며, 현장의 불편을 바로 고쳐야 한다. 곡성군정이 복지를 군민의 권리로 세우고 기본소득을 지역 순환의 마중물로 만든다면, 작은 농촌도 스스로 버티고 돌아오는 고향이 될 수 있다.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