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우 3선 첫 결실, 보성 기본소득 1304억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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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3선 첫 결실, 보성 기본소득 1304억 푼다
국가 공모 경쟁 끝에 선정
지역 상권 소비 순환 강화
백년 도약 기반 마련 가속
  • 입력 : 2026. 06.19(금) 09:30
  • 정원채 기자
김철우 보성군수가 녹차골향토시장에서 상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철우 보성군수 당선자]
보성군이 농림축산식품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되면서 민선 9기 출범 전부터 핵심 공약을 현실로 옮길 발판을 잡았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보성군 역사상 첫 3선 군수에 오른 김철우 당선인의 1호 공약이 정부 시범사업과 맞물려 속도를 내게 된 것이다. 군은 오는 8월부터 내년 12월까지 18개월 동안 전 군민에게 1인당 월 20만 원을 보성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1304억 원이다. 한 달 지원금이 생활비를 덜고, 그 돈이 다시 동네 가게로 흐르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결정은 보성군정의 무게중심을 복지와 지역경제의 결합으로 옮기는 신호다. 한 번 나눠주고 끝나는 지원금이 아니라, 주민 생활비와 상권 매출, 인구 유입을 한 흐름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성패는 지급 금액의 크기보다 지역 안에서 얼마나 촘촘히 돌게 하느냐에 달렸다.

44곳 경쟁 뚫은 국가 시범사업

이번 선정은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정책 실험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일 인구감소지역 59개 군 가운데 44개 군을 심사해 보성군을 포함한 7개 군을 추가 대상지로 골랐다. 보성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에 속한다. 인구가 줄면 학교와 병원, 상점이 약해지고, 다시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생긴다. 기본소득은 이 고리를 끊어 보려는 시도다.
평가에는 지방정부의 추진 의지, 지역 소멸 위험도, 지역사랑상품권 운영 기반, 사업계획의 실현 가능성, 지역 활력 제고 계획 등이 반영됐다. 정부는 앞서 선정된 10개 군에서 인구와 신규 가맹점이 늘어난 점을 들어 사업 확대 필요성을 설명했다. 보성군은 전국 경쟁 속에서 정책 완성도와 재정 준비, 지역화폐 운영 경험을 함께 인정받았다. 선거 공약이 공모 문턱을 넘으면서 김 당선인의 민선 9기 구상도 출발선부터 힘을 얻게 됐다.


월 20만 원, 소비가 살아나는 돈

정부가 정한 기본 지급액은 1인당 월 15만 원이다. 보성군은 여기에 군비 월 5만 원을 더해 군민이 실제로 받는 금액을 월 20만 원으로 높인다. 4인 가구라면 한 달 80만 원, 18개월 동안 1440만 원을 지역 안에서 쓸 수 있다. 지원금은 현금이 아니라 보성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돈이 군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농어촌 생활권 안에서 돌게 하겠다는 설계다.
특히 소비가 약한 6개 면 지역에는 추가 캐시백 혜택을 더해 읍내 중심지 쏠림을 줄이고 면 단위 상권까지 온기를 퍼뜨릴 방침이다. 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급 대상이 일부 계층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보성에 실제로 사는 주민이라면 소득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기본소득을 받는 방식이다. 어르신에게는 병원비와 장보기 부담을 덜어주는 돈이 되고, 청년과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생활비를 보태는 돈이 된다. 상인에게는 손님을 부르는 돈이고, 지역에는 사람이 머무는 이유가 된다.
관건은 사용처와 관리다. 상품권이 몇몇 큰 점포에만 몰리면 정책 효과는 작아진다. 마을 단위 가맹점을 넓히고, 생활에 꼭 필요한 업종에서 쉽게 쓰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지급 절차도 쉬워야 한다. 고령 주민이 신청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읍면 현장 안내와 방문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 군민 입장에서는 매달 정해진 날 들어오는 생활비라 예측 가능성도 크다. 작은 돈처럼 보여도 한 해가 쌓이면 가계와 가게 모두에 체감 효과가 생긴다. 지급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체감이다.

빚 없이 준비한 재정 동력

보성군은 이번 공모에서 재정 준비와 지급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전 군민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며 상품권 운영 체계와 대상자 확인 절차를 점검했다. 지방채를 내지 않고 통합재정안정화기금 489억 원을 포함한 군비 667억 원을 확보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돈을 나눠주는 정책일수록 재원 마련 방식이 중요하다. 미래 세대에 빚을 넘기지 않고 지금 필요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정책의 신뢰를 가른다.
남은 과제는 속도와 정교함이다. 군은 전담 TF를 중심으로 조례 제정, 추가경정예산 편성, 신청 접수, 실거주 확인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지원금은 넓게 나눠주는 데서 끝나면 안 된다. 어디에서 얼마나 쓰였는지, 어느 업종과 어느 마을에 효과가 컸는지, 청년 유입과 일자리 증가로 이어졌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그래야 18개월짜리 시범사업이 끝난 뒤에도 보성형 모델로 남을 수 있다. 부정수급을 막는 확인 절차와 정보 공개도 필요하다. 군민이 낸 세금과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성과는 숫자와 현장 변화로 설명돼야 한다.

3선 리더십의 첫 시험대

김철우 당선인은 지난 8년 군정 성과를 바탕으로 3선 고지에 올랐다. 지난 선거에서 그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 무소속 후보를 누르고 보성군 최초의 3선 군수 기록을 세웠다. 당선 뒤 그는 “군민의 행복이 저의 보람이었다”고 했다. 이번 기본소득 선정은 그 말이 구호에 머물지 않고 정책으로 검증받는 첫 무대다.
군은 내년까지 순전입 인구 1200명, 신규 일자리 50명, 돌봄서비스 연 1000건을 목표로 세웠다. 숫자만 보면 작은 목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농어촌에서는 한 가구가 들어오고, 한 점포가 문을 열고, 한 아이가 학교에 남는 일이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 매달 반복되는 소비가 시장의 숨통을 틔우고, 면 지역 상점의 불을 오래 켜 두게 만드는 일은 결코 작지 않다.
기본소득 하나로 지방소멸의 모든 답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매달 20만 원이 군민의 지갑에 들어가고, 그 돈이 동네 가게와 시장을 거쳐 다시 마을로 흐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보성군은 이제 “지원금을 주는 행정”을 넘어 “사람과 돈이 도는 지역”을 증명해야 한다. 첫 3선 군정의 성패도 이 시험대 위에 놓였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