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 목표는 성장, 시민 삶의 변화를 현실로 만들겠다”

정치
“최우선 목표는 성장, 시민 삶의 변화를 현실로 만들겠다”
“통합특별시 위상 맞게 권한도 실질 이양돼야”
서울급 권한 확보가 관건
채무 통합 재정개혁 시험
20조 투자 성장 승부수
  • 입력 : 2026. 06.19(금) 12:18
  • 서은선 기자
민형배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사진=연합뉴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광역 행정체계로 묶는 첫 실험인 만큼 기대도 크지만, 출발선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초대 시장에게는 특별법 보완을 통한 실질 권한 확보, 3조5614억 원 규모의 채무 통합 관리, 20조 원 지원금의 전략적 활용, 세 청사 균형 운영, 군 공항 이전과 광역교통망, 전남권 의대 등 해묵은 현안을 함께 풀어야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본지는 민형배 초대 시장 당선인의 구상과 발언을 통해 통합특별시 첫 시정의 방향과 실행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의 첫 과제는 ‘권한’과 ‘재정’으로 압축되고 있다. 오는 7월 1일 출범하는 통합특별시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내세우지만, 출발선에는 3조6514억 원 규모의 채무와 4000억 원 안팎의 재원 부족 전망이 놓여 있다. 민 당선인 인수위원회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는 특별법 보완, 세출 구조조정, 20조 원 통합지원금의 전략적 활용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통합의 성패가 명분이 아니라 돈의 흐름, 권한의 크기, 행정의 실행력에서 갈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통합특별시 출범 뒤 첫 과제는.

민 당선인은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법의 보완”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에 맞게” 행정·재정·산업·에너지 권한이 실질적으로 이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특별시라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하고, 산업정책을 설계하고 재정을 운용하며 에너지와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국책사업을 끌어올 수 있는 실질 권한이 법에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4년간 20조 원 지원 약속도 같은 선상에 있다. 민 당선인은 “약속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재정 지원을 법적으로 안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20조 원 규모 통합 인센티브, 2차 공공기관 이전, 반도체·에너지·인공지능(AI) 관련 국책사업 연계를 핵심 의제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 지원을 일회성 약속으로 두지 않고, 통합특별시가 장기 재정 계획과 산업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으로 묶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통합특별시는 전국 첫 광역 통합 모델이다. 그만큼 중앙정부와의 권한 협상이 출범 초기 시정의 무게를 좌우한다. 행정통합이 단순한 조직 합치기에 머물면 시민 체감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권한과 재정 특례가 제도화되면 통합특별시는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산업권, 생활권, 재정권으로 묶는 실험장이 된다. 민 당선인이 특별법 보완을 첫 과제로 꺼낸 이유다.

민형배 당선인이 전남형 청년마을 ‘서로마을’을 찾아 운영진 및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당선인 측]

3조6514억 채무, 어떻게 넘을 것인가

민 당선인이 마주한 재정 현실은 가볍지 않다. 지난해 결산 기준 통합특별시의 채무는 총 3조6514억 원이다. 전남 1조4261억 원, 광주 2조2253억 원이 하나로 묶인다. 특히 광주의 채무 비율은 25.61%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의 ‘주의 단체’ 기준선을 넘는 수준이다. 출범 초기부터 재정 혁신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하반기 재정 전망도 녹록지 않다. 올해 하반기 세입은 103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교육재정교부금과 국고보조사업 지방비 부담 등 반드시 써야 할 세출은 5030억 원에 이른다. 연말까지 약 4000억 원의 재원 부족이 예상되는 구조다. 재정자립도도 27.3%에 그쳐 출범 직후 신규 정책이나 공약 사업을 곧바로 확대하기 어렵다. 민 당선인에게는 통합의 기대를 살리면서도 재정의 허리를 조여야 하는 이중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재정 혁신의 방향은 기존 지출 구조를 먼저 손보는 데 맞춰져 있다. 출범 직후 보여주기식 신규사업을 늘리기보다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따지고,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하며, 성과가 낮은 보조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상경비 절감과 출연기관 재정진단도 같은 흐름에 있다. 시민 세금이 가장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재정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이를 통해 통합특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판단이다.

정부 지원 방식도 핵심 쟁점이다. 20조 원 규모 통합지원금이 사업별로 잘게 묶이면 지역 여건에 맞춘 전략적 투자가 어려워진다. 통합특별시가 재정난을 넘어서려면 단순 보전이 아니라, 지역이 우선순위를 정해 쓸 수 있는 포괄 보조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민형배 시정의 재정 혁신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줄일 것은 줄이되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는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재정 운용권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20조 지원금, 어디에 써야 하나

재정 위기 속에서도 통합특별시가 놓쳐서는 안 될 축은 성장 전략이다. 민 당선인은 “통합특별시 운영의 최우선 목표는 성장”이라며 “성장이 있어야 통합에 대한 기대도, 시민 삶의 변화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출범 초기 재정이 빠듯하다고 해서 20조 원 지원금을 단순히 부족한 예산을 메우는 데만 쓰면 통합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민 당선인이 “대통령과 정부의 지원은 최대한 활용하되, 통합특별시 스스로 지속 가능한 재정과 산업 기반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재원을 미래 산업과 시민공유자본 펀드 등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광주연구원은 20조 원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 방향에 따라 지역경제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단순 사회간접자본 중심의 투자보다 AI, 반도체, 미래모빌리티, 에너지 등 미래산업 연구개발과 기존 제조업의 고도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점이다. 민 당선인이 정부와의 협의 의제로 반도체·에너지·인공지능 관련 국책사업 연계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광주의 AI·모빌리티 기반과 전남의 에너지·소재 산업을 결합하면 통합특별시는 하나의 산업혁신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방식은 단기 경기부양보다 장기 성장 효과가 큰 것으로 전망됐다. 광주연구원은 R&D 중심 투자 때 2031년 지역내총생산이 지난 2024년보다 최대 5조9000억 원 늘 수 있다고 봤다. 이 수치는 20조 원 지원금의 의미가 단순한 재정 지원에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돈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다.

다만 전제는 분명하다. 20조 원은 아직 법적으로 안정화돼야 할 재원이다. 민 당선인이 “약속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재정 지원의 법적 안정화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원 규모와 방식, 사용 자율성이 특별법 보완 과정에서 명확히 담기지 않으면 성장 전략도 구상에 그칠 수 있다. 결국 민형배 시정의 과제는 돈을 받아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확보한 재원을 어디에 집중하고, 누가 성과를 책임지며, 지역 기업과 청년 인재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의 열매를 나눌 것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민형배 당선인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당선 의원 사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당선인 측]

세 청사 체제, 통합 신뢰 세울 수 있나

재정과 성장 전략이 통합특별시의 큰 방향을 정하는 문제라면, 시민들이 출범 직후 가장 먼저 체감할 사안은 청사 운영이다. 광주청사, 무안청사, 순천 동부청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민 당선인은 “특별시장이 일하는 곳이 그날의 청사”라며 특정 장소를 주청사로 못 박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 특정 장소를 주청사로 못 박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별법의 정신도 세 청사를 균형 있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인은 “전남 동부 주민이 서부까지, 서부 주민이 광주까지 굳이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 청사에서 일정 기간 머물지, 주 단위로 순환할지 등은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출범식 장소와 첫 출근지도 통합의 의미, 시민 접근성, 권역 균형, 상징성을 종합해 결정할 방침이다. 민 당선인은 “첫 출근지는 인수위 논의를 거쳐 가장 상징적인 장소로 정하겠다”며 출범식 장소도 “통합의 의미, 시민 접근성, 권역 균형, 상징성을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실과 기획·인사·조직 부서를 어디에 둘지는 여전히 핵심 쟁점이다. 상징은 나눴지만 핵심 기능이 한쪽으로 쏠리면 균형 운영은 힘을 잃는다. 반대로 모든 기능을 기계적으로 나누면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청사 배치는 지역별 몫 나누기가 아니라, 균형과 속도를 함께 확보하는 통합시정의 첫 행정 설계가 돼야 한다.

초대 시정, 갈등 현안 어떻게 풀까

민 당선인이 내세운 시민주권 정부는 통합 초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또 다른 축이다. 그는 “행정 모든 분야에 시민 참여를 보장하겠다”며 “주요 정책에 대한 공론화, 주민자치회의 실질화,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의 참여 등으로 시민이 결정하면 행정은 따르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두게 되는 차관급 부시장 4명 가운데 지방공무원 2명을 시민 추천 방식으로 선임하는 방안은 시민주권을 인사 영역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민 그는 “시민들이 추천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 토론도 하고, 검증도 하고, 선출 방식도 정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구조가 실제로 마련된다면 초대 시정의 인사는 권력 내부의 배분이 아니라 시민 참여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 도시철도 2호선 조기 완공, 전남권 의대 설립은 민형배 초대 시정의 실행력을 보여줄 핵심 현안이다. 세 사안은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통합특별시 혼자 결정할 수 없고, 중앙정부와의 협의, 지역 내부의 조정, 재정 확보가 함께 필요하다는 점이다. 민 당선인은 군 공항 이전에 대해 “군 공항은 국가 안보 시설인 만큼 국가 주도 이전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직접 협의해 국가사업으로 격상시키고, 이전 후보지 주민들과는 소통과 상생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전 이후 광주 군 공항 부지에는 첨단기업과 100만 평 시민 숲, 주거·교통·환경이 어우러지는 미래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해서는 “통합특별시 재정 인센티브와 중앙정부 협의를 활용해 조기 완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광주 내부 교통망에만 머물지 않고 “광주∼나주 광역철도 등 광역교통망과 연결해 지역 전체의 이동 체계 속에서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도시철도 2호선과 광역철도 연계는 통합특별시의 교통 체계를 광주 중심에서 전남광주 생활권 전체로 넓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남권 의대 문제에 대해서는 “순천대와 목포대의 이해관계를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부권과 서부권의 유치 경쟁으로 몰아가면 의료 공백 해소라는 본래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 당선인은 “동부도 살고 서부도 사는 공공의료 모델로 가야 한다”며 “그동안 정치권이 불필요하게 개입한 측면이 있고, 대학의 자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군 공항 이전과 광역교통망, 전남권 의대 문제는 통합특별시가 지역 갈등을 줄이고 중앙정부로부터 필요한 권한과 재원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첫 100일, 구호보다 실행의 시간

결국 민 당선인의 첫 시정은 세 가지 질문 앞에 서 있다. 통합특별시는 서울급 위상에 맞는 권한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가. 3조6514억 원의 채무와 4000억 원 규모의 재원 부족을 구조조정으로 넘을 수 있는가. 20조 원 지원을 단순 보전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장기 성장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선언이 아니라 제도와 예산, 조직 운영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서 첫 100일은 출범을 알리는 상징의 시간이 아니라 통합특별시의 작동 방식을 정하는 시간이다. 특별법 보완 로드맵을 정부와 국회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재정사업 구조조정의 기준을 세우며, 20조 원 지원금의 투자 원칙도 분명히 해야 한다. 세 청사 운영 방식과 핵심 부서 배치, 시민 추천 부시장 선임 방식 역시 초반에 방향을 잡아야 할 과제다. 출범 초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통합특별시 행정의 속도와 균형, 시민 신뢰가 달라질 수 있다.

민 당선인에게 주어진 과제는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성장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지출을 줄이는 데만 매달리면 통합에 대한 기대가 식을 수 있고, 성급하게 신규사업을 늘리면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긴축도, 무리한 확장도 아니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되 미래산업 투자는 놓치지 않는 선택과 집중이다. 권한은 특별법 보완으로, 재정은 구조조정으로, 성장은 투자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이제 출범의 문턱을 넘어 실행의 무대로 들어선다. 초대 시정의 첫 100일은 통합의 명분이 실제 행정 능력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가르는 첫 시험대다. 민형배 시정이 권한 확보와 재정 안정, 성장 전략을 하나의 실행 계획으로 묶어낼 수 있을지가 통합특별시의 첫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