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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준비, 방향은 실행
박 당선인은 지난 10일 담양군농업회의소 2층에서 민선 9기 군정 준비 절차를 본격화했다. 차상준 전 담양군 기획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행정과 학계,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해 주요 현안과 계속사업을 살피는 구조다. 준비 기간은 약 15일이다. 길지 않은 시간인 만큼 보고서 작성보다 실행 점검에 무게가 실린다. 각 부서 업무보고를 통해 오는 7월 1일 출범하는 민선 9기 군정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가르는 작업이다.
박 당선인이 제시한 방향은 네 갈래다. 예산 1조 원 시대 조기 달성, AI 기반 스마트농업 파일럿 도시 조성, 신성장 동력 발굴과 지역경제 회복, 문화관광 활성화다. 여기에 군민 통합과 서민경제 안정도 핵심 과제로 묶였다. 선거가 끝났다고 군정이 자동으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어느 사업을 먼저 시작할지, 어떤 예산을 어디서 가져올지, 기존 사업 중 무엇을 조정할지가 새 군정의 첫 시험대다.
박 당선인은 좋은 정책은 이어가고, 잘못된 행정은 과감히 바로잡겠다는 뜻도 밝혔다. 군정 운영의 기준을 사람, 예산, 성과에 두겠다는 의미다. 공약은 말로 끝나면 표어가 되고, 예산과 일정이 붙으면 행정계획이 된다. 박 당선인이 앞으로 군민 앞에 제시해야 할 것은 큰 방향만이 아니다. 목표, 담당 부서, 예산 확보 경로, 추진 시기가 담긴 실행표다.
1조 목표, 돈길부터 찾아야
예산 1조 원은 큰 구호다. 그래서 더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다. 담양군의 올해 본예산 규모는 5425억 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지금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재원이 필요하다. 군비만 아껴서는 닿기 어렵다. 중앙부처 대형 사업 발굴, 국가 공모사업, 특별교부세, 지방소멸대응기금, 생활인구를 반영한 교부세 확대 같은 외부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박 당선인은 인공지능 스마트 농산업 육성지구, 기회발전특구 등 대규모 국가 공모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중앙정부, 국회와의 협력 체계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의원 8년과 전남도의회 예산결산위원장 경험, 민주당 네트워크를 앞세워 국회와 정부를 오가며 예산을 따오겠다는 전략이다.
제2일반산단과 창평 음식특화농공단지처럼 군비 부담이 큰 사업은 국비와 광역 단위 재원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기회발전특구 지정, 통합시대 인센티브, 지방소멸 대응 명분도 예산 확보의 지렛대로 쓰일 수 있다. 다만 목표가 크다고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은 숫자 경쟁이 아니라 설계 경쟁이다. 사업 이름이 선명해야 하고, 중앙정부 정책과 맞아야 하며, 주민 삶을 바꾸는 효과가 보여야 한다.
박 당선인이 정해야 할 것은 보기 좋은 순서가 아니라 실제 집행 순서다. 한 번에 모든 일을 벌이면 예산도 인력도 흩어진다. 첫해에는 국비 확보와 스마트농업 기반, 민생 지원처럼 성과가 보이는 과제에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예산과 정책으로 능력을 증명하는 군수가 되겠다”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첫해 예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농업은 데이터로 바뀐다
AI 농업은 박 당선인의 대표 공약이다. 담양은 딸기와 시설원예 기반이 강한 농업군이다. 그러나 농촌은 고령화, 인력난, 기후변화, 유통비 부담을 동시에 겪고 있다. 예전 방식으로는 생산량을 늘리기도, 농가 소득을 지키기도 어렵다. 박 당선인이 AI 스마트농업을 앞세운 이유다.
구상의 중심에는 AI농업지능화센터가 있다. 생산량과 출하시기, 가공, 유통 정보를 데이터로 묶고, 농가가 필요한 시점에 판단을 돕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스마트팜 실증단지, 보급형 스마트팜 확대, AI 농작업 로봇, 스마트 관수 시스템, 농산물 종합유통센터도 같은 흐름에 있다. 기술은 멀리 있는 말이 아니다. 물을 언제 줄지, 온도를 어떻게 맞출지, 어느 시장에 팔지 정하는 일이 농가 소득과 바로 연결된다.
관건은 농민이 실제로 쓸 수 있느냐다. 시설비가 너무 비싸거나 교육이 부족하면 스마트농업은 일부 농가의 장비 사업에 그칠 수 있다. 자부담을 낮추고, 청년농과 기존 농가가 함께 참여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현장 교육, 판로 지원이 붙어야 한다. 박 당선인이 청년들이 농업 분야에서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임기 내 목표로 정주인구 7만 명, 생활인구 100만 명, 연간 관광객 1500만 명을 제시했다. 이 목표도 농업과 떨어져 있지 않다. 청년과 은퇴자, 재택근무자를 위한 전원형 주거단지와 휴가지 원격근무 시스템이 들어서려면 일자리와 생활 기반이 함께 있어야 한다. AI 농업은 담양의 농업을 바꾸는 사업이면서, 사람을 붙잡는 정주 전략이기도 하다.
회복의 속도는 민생에서
지역경제 회복은 박 당선인이 가장 빨리 답을 내야 할 분야다. 박 당선인은 취임 직후 100대 긴급과제를 정해 민생 안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소상공인 지원, 지역화폐 기반 소비 촉진, 원도심 상권 활성화, 농어촌 기본소득 검토, 교통·복지망 보강 등이 여기에 연결된다. 예산 확대가 미래 전략이라면 민생 회복은 당장 군민이 체감해야 할 약속이다.
문화관광도 지역경제와 떨어질 수 없다. 담양은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 정원과 음식 자산을 갖고 있지만, 숙박과 야간 소비가 약하면 돈은 밖으로 빠져나간다. 관광객을 오래 머물게 하고, 생활인구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농산물 판매, 상권 회복, 청년 일자리도 결국 사람을 붙잡는 일에서 시작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도 담양 경제의 변수다. 박 당선인은 “전남광주 통합은 담양이 광주의 배후도시이자 중심축으로 성장할 기회”라며 “자칫 위기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속도감 있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담양과 광주 북구·광산구, 장성 등 인접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초광역경제권 협의회도 제안했다. 각 지역의 장점을 하나로 묶어 국비 대응과 공동 발전 전략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미래 성장 공간으로는 대전면 등 그린벨트 지역을 꼽았다. 박 당선인은 “대전면은 담양이 아껴둔 땅”이라며 반도체 산업과 첨단산업 인력, 협력업체 수요를 고려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거공간과 정주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담양이 가진 생태도시 브랜드와 고유 가치는 보존하되, 개발할 곳은 균형 있게 개발해야 한다는 전제도 달았다.
박종원 당선인의 과제는 선거 공약을 행정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 예산 1조 원은 담양의 몸집을 키우는 목표이고, AI 농업은 담양의 체질을 바꾸는 목표다. 지역경제 회복은 그 변화가 군민 삶에 닿는지를 가르는 기준이다. 여기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큰 변화가 더해졌다. 박 당선인이 말한 대로 이 격변기를 위기가 아니라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려면, 담양에는 큰 말보다 빠른 첫걸음이 필요하다. 민선 9기의 성패도 그 첫걸음이 얼마나 구체적인지에서 갈릴 것이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