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살아보고 정착한다, 강진 귀농·귀촌의 승부수

강진
먼저 살아보고 정착한다, 강진 귀농·귀촌의 승부수
체험으로 선택하는 새 정착
관광서 생활로 잇는 새로 길
상담·교육 한 번에 받는 길
  • 입력 : 2026. 06.26(금) 09:44
  • 성지용 기자
체류형귀농사관학교 전경. [사진=강진군]
강진군이 귀농·귀촌 홍보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보조금과 주택 정보만 알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민이 실제로 머물고 먹고 일하며 지역을 살펴보는 모델을 앞세웠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6 국민팜엑스포에서 강진군 부스가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진군은 이번 행사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사람을 부르는 새 실험의 무대로 삼았다. 핵심은 분명했다. 농촌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귀농·귀촌 지원, 농지은행, 청년 창업, 스마트팜, 농촌 체험 정보가 한데 모였다. 전국 지자체가 저마다 장점을 내세운 자리에서 강진군은 ‘생활을 먼저 경험하게 하는 지자체’라는 인상을 남겼다.

정책 설명 넘어 생활 제안

귀농·귀촌 박람회에서 지자체 부스는 대개 지원금, 농지, 주택, 교육 과정을 안내하는 데 그친다. 강진군은 이번에 한 걸음 더 나갔다. “오면 무엇을 받을 수 있나”보다 “와서 어떻게 살 수 있나”에 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담 창구에서는 귀농지원 담당자가 1대1로 희망 작목, 주거 여건, 가족 상황, 교육 수요를 묻고 맞춤형 정보를 전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상담 창구도 함께 열어 현장 방문 뒤에도 문의가 이어지도록 했다.
상담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어떤 작목을 고를지, 초기 자금은 어디에 쓸지, 농한기에는 무엇을 할지처럼 실제 질문이 오갔다. 귀농 희망자 입장에서는 홍보물보다 담당자의 답이 더 중요한 자료가 됐다.
이 접근은 귀농·귀촌을 단순한 주소 이전이 아닌 생활 전환으로 본 데서 출발한다. 도시민에게 농촌 이주는 큰 결정이다. 농사 기술을 익히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웃과 어울리는 법, 병원과 학교를 이용하는 길, 장을 보고 여가를 보내는 방식까지 알아야 한다. 강진군은 이런 불안을 낮추기 위해 “먼저 살아보고 결정하는” 과정을 전면에 세웠다. 특히 은퇴를 앞둔 중장년, 아이와 함께 이주를 고민하는 가족, 농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는 실제 생활 정보가 가장 절실하다. 강진군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박람회 부스에서 귀농지원 상담이 이뤄지고 있. [사진=강진군]

머무르며 배우는 사전 점검

가장 눈길을 끈 프로그램은 체류형귀농사관학교와 농촌에서 살아보기였다. 체류형귀농사관학교는 예비 귀농인이 일정 기간 강진에 머물며 영농 기술과 생활 적응 교육을 함께 받는 과정이다. 숙소와 실습 공간, 텃밭과 임대농장 등을 갖춰 농촌 생활을 책상 위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게 한다. 올해 과정은 65세 이하 귀농·귀촌 희망 도시민 12세대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역시 도시민이 마을에 머물며 일자리와 생활을 체험하고 주민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실패 비용을 줄인다는 점이다. 귀농은 집을 사고 농지를 구한 뒤에야 어려움을 깨닫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미리 살아보면 계절별 농사 일, 교통, 공동체 문화, 소득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맞지 않으면 방향을 고치고, 맞는다면 정착 준비를 더 단단히 할 수 있다. 강진군이 체류형 프로그램을 앞세운 것은 인구 유입보다 안정적인 안착을 먼저 보겠다는 뜻이다. 숫자를 채우는 행정이 아니라 오래 머물 사람을 찾는 행정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셈이다.
지역의 입장에서도 이는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준비 없이 들어온 사람이 곧 떠나면 빈집과 빈 농지만 늘고, 마을은 다시 상처를 입는다. 반대로 충분히 경험한 뒤 들어온 사람은 마을 행사에 참여하고 상권을 이용하며 이웃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여행을 일상으로 잇는 전략

강진군의 또 다른 차별점은 관광과 문화를 정주 정책에 붙인 데 있다. 군은 강진반값여행과 농촌체험민박 푸소(FU-SO)를 함께 소개했다. 반값여행은 외지 관광객의 여행비 일부를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관광객은 부담을 덜고, 소비는 지역 상권 안에서 돌게 된다. 푸소는 농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농촌 밥상과 주민의 정을 느끼는 체험형 민박이다. 농촌의 풍경을 구경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장치는 “한 번 다녀간 사람”을 “다시 머무는 사람”으로 바꾸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여행자는 식당, 시장, 숙소, 체험마을을 거치며 지역의 속살을 본다. 농특산물 전시 부스도 같은 맥락이다. 쌀, 과일, 가공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상품이 어떤 땅과 사람, 계절에서 나왔는지 보여주면 지역 경제의 힘도 함께 보인다. 강진군이 말하는 라이프스타일 정착은 농사만이 아니라 먹거리, 문화, 쉼, 관계를 묶은 삶의 제안이다. “살 곳”을 찾는 사람에게 “살 맛”을 함께 보여주는 전략이다.

지방소멸 대응의 새 길

지방소멸 위기는 인구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떠나면 학교와 상점, 마을 모임이 약해지고 지역 경제도 힘을 잃는다. 그래서 새 주민을 부르는 일은 더 세밀해야 한다. 무작정 “오라”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살아볼 집, 배울 학교, 만날 이웃, 쓸 수 있는 일자리와 시장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강진군의 이번 박람회 전략은 그 흐름을 읽은 결과다. 관광객을 생활인구로, 생활인구를 정주인구로 넓히는 길을 현장에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전략은 홍보보다 신뢰에 가깝다. 사람들은 예쁜 구호보다 실패를 줄일 장치를 원한다. 강진군은 체험과 상담을 묶어 그 장치를 구체화했다. 그래서 박람회 뒤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살아볼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업 기반과 문화 자원, 정주 프로그램이 균형을 이루도록 정책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앞으로 체험, 교육, 관광, 문화를 묶은 귀농·귀촌 정책을 더 넓혀 체류 인구를 늘리고 지역 활력을 되살릴 계획이다. 강진의 실험은 작은 농촌 지자체가 도시민에게 던지는 분명한 메시지다. 농촌은 떠나는 곳이 아니라, 준비하고 머물며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