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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생산지에서 산업기지로
영광군이 가장 앞세운 카드는 에너지다. 한빛원전과 해상풍력, 태양광은 영광이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기반이다. 지금까지 이 기반이 전기를 만드는 기능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기업을 끌어들이는 조건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군은 청정수소 클러스터와 RE100 산업단지를 함께 제시했다. 바다와 들녘에서 만든 전기를 지역 안에서 쓰고, 남는 전력은 수소 생산과 산업 공정으로 연결하는 그림이다.
RE100 산업단지는 기업이 필요한 재생에너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산업공간이다. 수출기업에는 탄소를 줄인 전기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영광이 이 흐름을 붙잡으면 원전 소재지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함께 다루는 복합 에너지 도시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정부도 RE100 산단을 지역 재생에너지 자원과 수출기업 경쟁력을 연결할 과제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영광의 요구는 지역 현안이면서 국가 산업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영광 대마산단의 수전해 실증 기반은 이 구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산이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기술을 시험하고 키우는 기반이 이미 지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투자진흥지구 지정 건의도 이와 맞물린다. 산단을 만들더라도 기업이 오지 않으면 빈 땅에 그친다. 세제와 부지, 인허가, 정주 여건을 묶어 투자 문턱을 낮추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통합특별시 체제에서는 산업 배치와 투자 유치 권한이 지금보다 커진다. 영광군은 이 권한을 에너지 기업과 수소 관련 연구기관, 부품·장비 기업을 끌어오는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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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갈등보다 설계가 중요
영광 앞바다는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되는 곳이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기대와 우려도 함께 있다. 어업권, 주민 수용성, 송전망, 환경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면 에너지 사업은 속도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영광군의 수소·산단 구상은 발전소를 더 짓자는 요구만으로 볼 수 없다. 생산한 전기를 어디에 쓰고, 이익을 지역에 어떻게 돌려줄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통합특별시 출범은 이 문제를 광역 차원에서 풀 기회가 될 수 있다. 전기를 만드는 지역과 전기를 쓰는 산업도시가 따로 움직이면 갈등은 커진다. 반대로 생산지와 소비지를 한 행정권 안에서 연결하면 산업 배치와 전력망, 주민 환원 정책을 함께 짤 수 있다. 영광군이 통합특별시의 에너지 대전환 거점을 자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건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 순서다. 먼저 주민 설명과 이익공유 원칙을 세우고, 다음으로 산단 입지와 송전망, 기업 유치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의료·돌봄으로 생활 기반 보강
장 군수는 서남권 원자력의학원 신설도 요청했다. 한빛원전이 있는 지역에서 방사선 비상진료와 첨단 의료서비스를 더 가까이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원전은 국가 전력망을 떠받치는 시설이지만, 원전 주변 주민의 건강권과 안전망은 지역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서남권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 비상대응뿐 아니라 암 치료, 검진, 연구 기능을 함께 갖춘 공공의료 거점으로 논의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원전 보유 지역의 책임’만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민에게 돌아가는 의료 안전망을 실제 시설과 인력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통합돌봄 융복합 클러스터도 같은 맥락이다. 전남은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이다. 노인이 병원이나 시설로 떠나기보다 살던 곳에서 진료와 요양, 복지, 주거 지원을 함께 받는 체계가 필요하다. 영광군은 의료와 요양, 복지기관을 연결해 통합특별시의 대표 돌봄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시설 확충이 아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지방정부가 생활 안전망을 어떻게 다시 짤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체육사업은 경제효과까지 겨냥
미래 국가대표 선수촌 유치 건의는 체육 인프라를 지역 성장과 묶은 카드다. 선수촌은 훈련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숙박, 식음, 의료, 재활, 스포츠과학, 국제 교류가 함께 움직인다. 영광군은 자연환경과 기존 체육시설을 바탕으로 국가대표 훈련과 회복, 스포츠과학 지원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유치가 현실화하려면 접근성, 부지, 전문인력, 의료 연계, 정부 재정계획까지 따져야 한다. 그러나 체육사업을 관광이나 행사 수준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키우는 장기 프로젝트로 제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
결국 이번 6대 건의의 핵심은 영광의 정체성을 다시 쓰는 일이다. 굴비와 원전의 도시에서 에너지 전환, 기업 유치, 공공의료, 통합돌봄, 스포츠산업을 함께 품은 도시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영광군은 올해 초부터 전남광주 행정통합 대응 TF를 운영하며 특례와 전략사업을 발굴해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우선순위다. 여섯 사업을 모두 한꺼번에 밀어붙이기보다 통합특별시 기본계획에 담을 핵심 과제, 정부 예산과 연결할 과제, 민간투자로 풀 과제를 나눠야 한다. 사업명보다 중요한 것은 부지, 재원, 담당 기관, 추진 일정이다. 출범 초기에 기본계획과 권역별 로드맵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앞으로 예산 확보와 민자 유치의 튼튼한 출발점이 된다. 그 네 가지가 분명해야 새 지방정부의 정책 테이블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장 군수는 “통합특별시 출범은 영광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며 “에너지와 스포츠, 의료, 복지 분야 핵심사업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