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호 전남광주특별시, 40년 경계 넘었다

정치
민형배호 전남광주특별시, 40년 경계 넘었다
0시 본회의서 첫 출발
반도체·민생 우선 지시
20조 재정 도약판 마련
  • 입력 : 2026. 07.03(금) 10:17
  • 김예영 기자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전남광주통합특별시]
대한민국 첫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 모델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지난 1일 0시 법적 지위를 얻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지난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분리된 뒤 40년 만에 전남과 광주가 하나의 광역정부로 다시 묶였다. 민형배 초대 시장은 출범 첫날 통합특별시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무안청사에서 1호 업무지시를 내렸다. 그는 “통합으로 커진 행정 역량을 모두 묶어 성장의 판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새 지방정부의 출발은 거창한 기념식이 아니라 0시 의회 개원과 곧바로 이어진 행정 지시로 시작됐다. 통합의 성패는 커진 이름보다 주민이 체감할 변화와 기업이 신뢰할 투자 환경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다.

0시 의사봉으로 열린 통합정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출범했다. 이 시각부터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는 폐지되고 전남 22개 시군과 광주 5개 구는 하나의 광역행정 체계 안에 들어왔다. 법적 명칭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약칭은 광주특별시다.
첫 공식 일정은 무안군 삼향읍 기존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통합특별시의회 첫 임시회였다. 의회는 지난 1일 0시 5분 개원해 의장단 선출과 출범에 필요한 자치법규 처리에 들어갔다. 민 시장은 취임 선서와 취임사를 마친 뒤 무안청사 집무실에서 실국장들과 만나 첫 업무를 지시했다. 첫날부터 의회와 집행부가 동시에 움직인 것은 행정 공백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주민 생활과 가까운 주소 체계는 급격한 변화를 줄이는 방식으로 짰다. 기존 시군구 명칭은 그대로 유지된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여수시로, 광주광역시 동구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로 표기된다. 정부는 지난 6월 16일 특별법 시행령 등 30개 시행령 제·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반행정, 교육자치, 도시개발, 산업 활성화 특례가 새 틀에 담겼고, 초기 네 해 동안 조직 운용 자율성도 넓어졌다. 일부 민원 서비스는 야간과 주말에 멈췄고, 비상대응반이 초기 오류에 대비했다.

“성장의 판 바꾸겠다” 첫 메시지

민 시장의 취임사는 통합의 명분을 성장과 균형에 맞췄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연 길 위에서 전남광주가 먼저 성과를 내겠다”며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와 국토공간 대전환 구상을 지역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을 행정 재편에 머물게 하지 않고 남부권 성장축을 세우는 국가 전략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그는 압도적 성장, 균형, 기본소득, 녹색도시, 시민주권 등 다섯 가지 원칙도 제시했다. 특히 동부와 서부, 광주와 전남의 모든 생활권이 각자 장점을 살려 함께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통합 재정 운영에도 균형 발전 원칙을 세우겠다는 대목은 3청사 운영과 권역별 기능 배분이 실제 예산과 조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다.
민 시장은 1980년 5월의 의미도 꺼냈다. 전남광주 시민들이 꿈꾸었던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동 세상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통합의 뿌리를 산업과 재정에만 두지 않고 오월 공동체 정신과 시민주권 행정으로 넓히겠다는 취지다. 시민에게는 참여의 문을 넓히고, 공직사회에는 더 큰 행정권한에 맞는 책임을 요구한 셈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1호 결재를 하고 있다. [사진=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재난·민생 1호 지시

민 시장의 첫 업무지시는 반도체 산업 지원, 재난재해 대응, 민생경제 안정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 원 투자에 맞춰 반도체 공장이 조기에 완공되고 대통령 임기 안에 생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 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시가 앞에 섰다. 산업실에는 용수·전력·부지 지원 체계를, 전 실국에는 인재 양성과 주거·교육·문화 등 정주 여건 마련을 주문했다.
산업 분야의 핵심은 지난달 29일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발표한 반도체 생산 벨트 구상이다. 두 기업은 전남·광주에 총 800조 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구축하는 계획을 내놨다. 광주의 AI 기반과 전남의 재생에너지, 용수, 넓은 부지를 연결하면 수도권에 이은 제2 반도체 생산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공장은 선언만으로 서지 않는다. 전력망, 공업용수, 폐수 처리, 도로, 항만, 주거단지, 학교와 병원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인허가 속도와 지방비 매칭, 세금 감면, 부지 조성비 지원도 기업 판단을 좌우한다. 통합특별시의회가 1호 조례로 반도체 기업 지원 조례를 처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생경제 안정도 첫 지시의 한 축이었다. 민 시장은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이 일자리와 민생경제 회복을 가장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며 소비 촉진과 골목상권 활성화 대책을 주문했다. 재난 대응 분야에서는 가뭄, 홍수,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응체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대형 산업과 생활 행정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출발이다.

균형 체감이 성공의 기준

새 지방정부는 인구 320만 명, 지역내총생산 159조 원 규모의 초광역 도시권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매년 5조 원씩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이 재원은 투자공사 설립, 기업 유치, 첨단산업단지, 교통망, 생활 기반시설에 쓰일 전망이다.
특별시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고 국무회의에 참석해 지역 현안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차관급 부시장 4명을 둘 수 있고 행정·안전·경제·문화 등 분야별 보좌 체계도 갖춘다. 동부청사, 무안청사, 광주청사를 함께 쓰는 3청사 체계는 권한 쏠림을 막는 장치다.
과제는 분명하다. 광주와 전남이 한 지붕 아래 들어왔지만 동부권, 서부권, 광주권의 생활 조건은 다르다. 통합 전 지역별로 달랐던 복지와 지원 기준을 어떻게 맞출지도 민감하다. 농어촌, 도심, 산업단지, 섬 지역이 모두 손해 보지 않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 1호 광역행정통합은 출발선을 지났다. 이제 필요한 것은 큰 구호가 아니라 빠른 행정, 균형 있는 재정, 시민이 체감할 결과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