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교육청 출범, 36만 학생 미래판 새로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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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교육청 출범, 36만 학생 미래판 새로 짠다
첫날 현장 행보로 불안 낮춰
1실 6국 체계의 안착 과제
지역 산업 잇는 인재 본격화
  • 입력 : 2026. 07.03(금) 10:54
  • 김예영 기자
김대중 전남광주통합교육감이 1일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지난 1일 대한민국 첫 초광역 교육 통합 기관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제정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 시행에 따라 광주와 전남의 교육 행정 경계가 40년 만에 다시 묶였다. 김대중 초대 교육감은 “세계가 배우러 오는 K-교육특별시”를 내걸고 36만여 학생의 배움과 지역의 미래 산업을 함께 키우겠다고 밝혔다. 2일 지면에 담기는 첫 장면은 거창한 행사보다 빠른 선서와 현장 방문이었다.

0시 선서 뒤 학교로

김 교육감의 첫 일정은 별도 취임식보다 현장에 맞춰졌다. 그는 지난 1일 0시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취임 선서를 하고 곧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통합특별시와 통합교육청이 동시에 문을 연 만큼 의회 첫 본회의는 행정 공백을 막는 출발점이 됐다.
김 교육감은 이후 AI·에너지 마이스터고로 신규 지정된 목포공업고등학교를 찾아 직업교육 현장을 살폈다. 이어 광주 원도심 학교인 광주중앙초등학교를 방문해 학부모와 교직원 목소리를 들었다. 오후에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경기에서 조롱성 구호를 들은 광주일고 야구부도 만나 학생들을 위로했다.
통합 첫날 동선은 새 교육청의 방향을 보여준다. 산업 인재를 키울 직업계고, 원도심 작은 학교, 민주주의 상징 공간, 상처를 입은 학생 현장이 하루 일정에 함께 담겼다. 김 교육감은 광주 AI교육원에서 핵심 간부와 K-교육특별시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통합전략 회의를 열고 조직 안정과 학교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7조 살림, 큰 체급의 책임

통합교육청이 맡는 규모는 전국 최상위권이다. 지난해 4월 기준 유·초·중·고 학생은 36만2648명, 학교는 1914개다. 학생 수는 경기, 서울, 경남에 이어 네 번째다. 올해 세출 기준 예산은 전남 4조4410억 원, 광주 2조8256억 원을 합친 7조2666억 원 규모다. 지난 3월 1일 기준 조직 인원도 교원, 교육전문직, 일반직, 교육공무직을 합쳐 5만1431명에 이른다.
조직은 1실 6국 체제로 출발했다. 기획조정실을 새로 두고 기존 두 교육청의 3국 체계를 당분간 함께 살리는 방식이다. 두 지역의 제도와 정책을 갑자기 한쪽으로 몰아붙이면 학교 행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통합 전 임용된 공무원은 종전 관할구역 근무 원칙을 유지하고, 교육청 정보시스템은 단계적으로 합쳐 오는 2028년 완전 통합을 목표로 한다.
핵심 과제는 큰 예산을 교실 변화로 바꾸는 일이다. 광주는 도시형 학교, AI·디지털 수업, 과밀학급 대응 수요가 크다. 전남은 넓은 면적과 섬, 농산어촌 작은 학교, 통학과 돌봄 문제가 무겁다. 하나의 기준만 앞세우면 통합은 힘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 도심과 농산어촌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학생에게 같은 수준의 기회를 주는 조정 능력이 필요하다. 본청은 줄이고 교육지원청과 학교 지원 기능을 키우는 방향도 이 때문에 중요해졌다. 큰 조직이 빠른 결정을 내리되, 실제 해법은 지역 가까이에서 찾는 구조가 필요하다.

교체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사진=전남광주통합시교육청]

성적보다 성장 보는 표준

김 교육감은 취임사에서 수도권을 뒤따라가는 교육에서 벗어나겠다고 했다. 그는 전남광주를 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워온 역사 중심지로 규정하고, 학교에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민주주의 교육을 깊게 펼치겠다고 밝혔다.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도록 출생부터 진학, 사회 진출까지 공교육이 책임지는 학생 생애 책임교육도 약속했다.
평가와 지원의 기준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성적 순으로 줄 세우는 방식보다 학생의 성장 이력과 노력을 살피는 교육으로 옮기겠다는 뜻이다. 정부 행정통합 인센티브 등을 활용한 1조5000억 원 규모 인재 양성 장학기금 조성 구상도 이 흐름에 있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중심으로 서·논술형 평가를 넓히고, 학교 수업과 학생부 기록, 대입 지원을 잇는 전문 기관 설립도 검토된다.
AI와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학교도 전면에 놓였다. 학생 맞춤형 학습 플랫폼, 온라인학교, 영재학교, AI·과학 중점학교, 수학·과학 특화 거점학교 등을 통해 학교 규모와 지역에 따른 배움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작은 학교 학생도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고, 도시 학생도 생태와 농산어촌 현장을 배움의 장으로 삼는 구조가 필요하다.

교실과 일자리 잇는 길

K-교육특별시의 성패는 지역에 남는 인재를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 김 교육감은 지자체, 대학, 기업과 손잡고 500만 교육 메가시티의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광주의 AI·모빌리티 역량과 전남의 에너지·농생명·해양 자원을 연결해 10만 인재를 키우고, 지역에서 배운 학생이 지역 산업으로 들어가는 길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목포공고와 해남공고의 AI·에너지 마이스터고 지정은 첫 시험대다. 두 학교는 오는 2028학년도부터 마이스터고로 전환해 지역 전략산업에 맞춘 인재를 키우게 된다. 교육청은 직업계고와 대학, 기업, 연구기관을 잇는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 학생의 진학과 취업, 창업, 정주가 끊기지 않게 해야 한다. 학교가 지역 산업의 하청 교육기관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면서 기업에는 필요한 역량을 길러 주는 균형이 필요하다.
통합은 이름을 바꾸는 행정 절차로 끝나지 않는다. 학생에게는 더 넓은 선택권, 교사에게는 든든한 보호막, 학부모에게는 예측 가능한 지원이 돌아가야 한다. 교권 보호와 민원 대응도 초기에 틀을 잡아야 한다. 교사가 혼자 버티는 구조를 줄여야 수업이 산다. 첫해는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학교가 새 제도에 흔들리지 않고, 지역마다 필요한 지원을 빠르게 받을 때 초광역 교육청 시대는 구호가 아니라 교실의 변화로 남는다. 40년 만의 결합은 이제 학생 한 명의 등굣길과 수업, 진로 선택의 하루에서 평가받게 된다. 그것이 첫해의 기준이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