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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방향은 갑자기 나온 구호가 아니다. 지난달 17일 출범한 군수직 인수위원회가 정책행정, 교육복지, 문화교통, 농업경제, 건설환경 등 5개 분과로 나눠 현안을 살폈다. 기본소득 재원, 행복교육, 체류형 관광, 산동온천 재정비 같은 과제도 이 과정에서 점검됐다. 취임사는 그 내용을 군민 앞에 압축해 내놓은 첫 군정보고에 가깝다.
생활을 지키는 첫 약속
가장 앞에 놓인 정책은 군민 기본소득이다. 장 군수는 기본소득을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돈이 돌게 하는 민생 장치로 보고 있다. 군민에게 최소한의 생활 여유를 주고, 지급된 돈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쓰이면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구상이다. 구례군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가 공모에 선정돼 오는 9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매월 15만 원을 카드형 지역화폐로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의지만으로 끝낼 수 없는 과제다. 재원 마련, 지급 대상 확인, 사용처 관리, 조례 정비가 함께 따라야 한다. 장 군수가 제시한 전 군민 월 30만 원 약속까지 가려면 군비 부담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민선 9기의 첫 평가는 “얼마를 주느냐”보다 “얼마나 투명하고 오래 갈 수 있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군민이 알기 쉬운 숫자와 일정표를 내놓는 일이 먼저다.
아이를 키우는 교육도시
두 번째 축은 명품교육이다. 장 군수는 구례의 미래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말해 왔다. 교육 때문에 떠나는 지역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찾아오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미래 핵심 역량 개발원’을 중심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곳은 아이들이 방과 후 여러 경험을 해 보며 자기 재능을 찾는 진로 체험 공간으로 구상되고 있다.
구례는 작은 군이다. 그러나 작은 지역일수록 한 아이의 성장이 곧 지역의 힘이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외운 지식보다 스스로 묻고, 만들고, 협력하는 힘이 중요하다. 개발원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 학교와 마을, 기업과 농촌 현장을 잇는 교육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통합돌봄 정책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필요한 순간 기대어 설 수 있는 체계를 촘촘히 갖춰야 인구 유출을 늦출 수 있다.
돌봄은 복지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어르신의 병원 이동, 아이 돌봄, 장애인 생활 지원, 홀로 사는 주민의 안부 확인이 한 줄로 이어져야 한다. 행정이 먼저 찾고, 마을이 함께 살피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군민은 어려울 때 외롭지 않다. 이것이 장 군수가 말한 따뜻한 공동체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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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세 번째 축은 농업 대전환이다. 장 군수는 전략작목을 키우고 인공지능과 스마트농법을 들여 농업의 체질을 바꾸겠다고 했다. 구례 농업은 넓은 땅으로 규모 경쟁을 하기 어렵다. 대신 산수유, 우리밀, 친환경 농산물처럼 지역 색깔이 뚜렷한 작목을 키우고, 가공과 연구, 유통과 관광을 묶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길이 현실적이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 확대는 농민의 불안을 줄이는 장치다. 가격 폭락이 두려우면 새 기술과 새 작목에 도전하기 어렵다. 행정이 일정한 안전망을 깔아 주면 청년농도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팜, 공동 가공시설, 온라인 유통망, 체험 관광이 함께 움직일 때 농업은 단순한 생산업이 아니라 지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된다. 장 군수의 농업 정책은 “농촌을 지킨다”는 방어 논리에서 “농촌으로 돈을 번다”는 성장 논리로 옮겨 가야 한다.
머무는 관광, 커지는 자치
네 번째 축은 문화관광이다. 장 군수는 문화관광재단을 중심으로 축제와 관광의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구례에는 지리산, 섬진강, 화엄사, 산동 온천지구 같은 자원이 있다. 문제는 많이 오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고 지나가는 관광을 먹고 자고 걷는 체류형 관광으로 바꿔야 지역에 돈이 남는다. 지난해 1분기 생활인구 통계에서 구례의 3월 체류인구가 등록인구의 13.6배로 집계된 점은 가능성을 보여 준다.
문화관광재단이 힘을 내려면 축제, 숙박, 교통, 상권을 따로 보지 않아야 한다. 산수유꽃을 보러 온 사람이 화엄사와 섬진강을 걷고, 온천지구에서 쉬고, 시장에서 밥을 먹게 만들어야 한다. 하루 관광을 이틀 여행으로 바꾸는 것이 관광정책의 승부처다.
마지막 축은 주민자치 확대다. 장 군수는 주민자치회를 전체 면으로 넓히고 역할과 권한을 키우겠다고 했다. 마을의 문제를 마을에서 먼저 묻고 답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군의회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견제와 협력의 균형이 바로 서야 큰 정책이 흔들리지 않는다. 공직사회에는 자율과 책임을 함께 주문했다. 중요한 결정의 책임은 군수가 지고, 일선에는 권한을 주겠다는 방식이다.
6대 군정은 따로 떨어진 공약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소비를 살리고, 교육은 사람을 키우며, 농업과 관광은 일자리를 만든다. 돌봄은 생활 불안을 줄이고, 주민자치는 군민의 힘을 행정으로 연결한다. 이제 남은 일은 속도보다 실행이다. 군민이 시장에서, 학교에서, 논밭에서, 복지 창구에서 변화를 느낄 때 3만 구례의 길도 열린다. 장 군수가 취임식에서 말한 소통과 협력도 여기서 힘을 얻는다. 예산은 군민에게 설명돼야 하고, 사업은 현장에서 검증돼야 한다. 약속이 생활로 이어질 때 새 군정은 구호를 넘어 신뢰가 된다. 작은 변화가 쌓여 청년이 돌아오고 어르신이 웃을 때, ‘3만 구례’도 숫자가 아니라 군민이 체감하는 목표가 된다. 그 길은 더 분명해진다. 민선 9기의 성패도 여기에 달렸다. 군민의 눈은 이제 실행을 향한다.
서은선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