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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으로 시작한 첫 행보
이날 일정은 충혼탑 참배로 시작됐다. 군민회관에서는 군민 희망영상 상영, 취임선서, 취임사, 군정 비전 선포, 축하영상, 장흥의 찬가 제창이 차례로 이어졌다. 로비에는 새 군정에 바라는 뜻을 적는 군민희망판이 마련됐다. 지역의 기대와 당부가 한곳에 모인 셈이다. 취임식은 단순한 축하 행사가 아니라 민선9기 군정이 군민 앞에서 약속을 세우는 자리였다. 사 군수는 취임선서 뒤 손을 높이 들기보다 책임의 무게를 먼저 말했다.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박수 속에서도 군정 교체를 선택한 표심의 뜻을 읽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군민희망판에 적힌 바람도 같은 흐름이다. 경제를 살려 달라는 목소리, 아이와 어르신을 챙겨 달라는 바람, 행정을 더 가깝게 느끼고 싶다는 주문이 새 군정의 출발선에 놓였다.
사 군수는 취임사에서 이번 선거를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장흥을 바꾸라는 군민의 명령”이라고 했다. 이어 “군민의 선택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인지 가슴에 새기고 반드시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그는 조국혁신당 후보로 나서 1만1349표, 50.55%를 얻었다. 김성 후보와의 표 차는 248표였다. 작은 차이로 갈린 선택인 만큼 새 군정의 출발점은 승리보다 책임에 가까웠다. 기쁨보다 낮은 자세, 선언보다 실천이 먼저라는 뜻이다.
편 가르기 넘는 통합 군정
사 군수는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화합을 꺼냈다. 그는 “이제 선거는 끝났고 저는 어느 한 편의 군수가 아니라 모든 군민의 군수”라고 밝혔다. 지지한 사람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을 나누지 않겠다는 뜻이다. 장흥은 이번 선거에서 변화와 안정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섰다. 그만큼 새 군정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군정 안으로 끌어안는 일이다. 군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큰 사업도 힘을 얻기 어렵다.
그가 내세운 통합은 말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갈등보다 화합, 경쟁보다 협력이 앞서는 군정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인사, 예산, 사업 추진 전반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공정한 기준으로 사람을 쓰고, 읍면과 마을의 사정을 꼼꼼히 살피며, 소외되는 곳 없이 사업을 배치해야 통합은 힘을 얻는다. 사 군수는 군수의 모든 권한을 군민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결과로 답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통합 군정의 성패는 말이 아니라 군민이 체감하는 공정함에서 갈린다. 군민이 행정을 믿을 때 군정은 속도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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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사람 흐르는 장흥으로
민선9기 비전은 ‘도약하는 장흥, 함께 여는 미래’다. 사 군수는 이를 “돈이 들어오고, 청년이 돌아오며, 사람들이 다시 찾는 장흥”으로 설명했다. 지역 경제의 활력을 키우고, 떠난 청년이 돌아올 이유를 만들며,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지역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구호가 아니라 일자리, 소득, 복지, 교육, 생활환경에서 나타나야 한다. 장흥의 미래를 말하려면 먼저 군민의 지갑과 삶이 나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핵심 과제도 제시했다. 예산 1조 원 시대의 기반을 마련하고,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을 농어촌에 접목하겠다고 했다. 청년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높이고, 아이를 키우기 좋은 보육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어르신 맞춤형 복지를 강화하고, 문화예술과 체류형 관광도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는 농어촌의 오래된 숙제와 맞닿아 있다. 일할 곳이 있어야 청년이 남고, 돌봄과 교육이 받쳐줘야 가정이 자리 잡는다. 관광도 하루 보고 떠나는 방식에서 머물고 쓰는 구조로 바뀌어야 지역 상권에 온기가 돈다. 농어업, 복지, 관광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생활경제로 묶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예산 1조 원 시대를 말한 만큼 재원 확보도 숙제다. 국비와 도비, 민간투자를 끌어오려면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공약을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선순위를 정해 빠르게 실행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답 찾는 적극행정
사 군수는 행정의 출발점을 군청 책상이 아닌 군민의 삶으로 잡았다. 그는 “현장에서 답을 찾고 군민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군수가 되겠다”고 했다. 민원과 생활 불편은 회의실 자료보다 현장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도로, 농수로, 어르신 돌봄, 청년 주거, 관광 기반 같은 문제는 주민 곁에서 살펴야 해법이 나온다. 공직사회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기다리는 행정이 아니라 먼저 찾아가 묻고, 정해진 답만 반복하지 않는 적극행정이 필요하다. 현장의 작은 불편을 빨리 풀어내는 일이 행정 신뢰의 첫 단추다.
취임식 뒤 사 군수는 군청 청사공원에서 민선9기 출범을 기념해 금목서를 심었다. 이어 국회의원 간담회와 장흥군의회 개원식에 참석하며 첫 공식 일정을 이어갔다. 상징과 협치, 의회와의 관계를 같은 날 챙긴 셈이다. 새 군정 앞에는 인구 감소, 지역경제 침체, 청년 유출, 복지 수요 증가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사 군수는 첫날부터 통합과 현장을 말했다. 이제 군민이 볼 것은 말의 크기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와 결과다. 장흥의 내일을 여는 일은 취임식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군민의 삶 속에서 매일 증명돼야 한다. 첫날의 약속이 예산과 사업,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때 민선9기는 비로소 힘을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군민 평가가 기준이 된다. 군민의 눈은 냉정하고 분명하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