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 광주서 사과

사회
배재고 야구부 광주서 사과
광주일고 찾아 사과문 낭독
5·18 민주묘지 함께 참배
  • 입력 : 2026. 07.07(화) 09:55
  • 성지용 기자
광주일고에 사과문 건네는 배재고 [사진=연합뉴스]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제일고등학교와의 경기 중 부적절한 응원 구호로 논란을 일으킨 지 일주일 만에 광주를 찾아 사과했다.

배재고 야구부원 36명 전원과 학부모 일부, 교직원 등 86명은 지난 6일 오후 3시께 광주일고를 방문해 선수단과 학교 관계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광주일고 측이 사과를 받아들이고 두 학교가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과 국립 5·18 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하면서 갈등은 봉합 국면에 들어갔다.

배재고 주장 A군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들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광주일고 선수들과 학부모님, 광주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 야구를 떠나 인성이나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배우게 됐다’며 ‘항상 마음속 깊이 반성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배재고 야구부 감독 B씨도 ‘선수들의 지역 비하 응원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임을 인정한다’며 ‘학생들을 잘 이끌고 가르쳐야 할 지도자로서 책임이 가장 크기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배재고 교직원들은 이번 일을 단순한 일탈이나 실수가 아니라 윤리 의식과 역사 인식의 문제로 보고 자체 진상조사와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관계 기관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배재고 야구부 자필 사과문 공개 [사진=연합뉴스]

사과를 받은 광주일고 선수단 대표 C군은 ‘저희도 다른 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상대 팀을 조롱하거나 비하하지 않는 경기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일고 야구부 감독 D씨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실수는 반성하면 된다’며 ‘서로 화해하는 것이 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배재고와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난다면 더 멋지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배재고 학생들을 향해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마음으로 사과하는 것, 몸으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학생들과 어른들의 몫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아이들을 잘못 이끈 것은 어른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참배하는 배재고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양쪽 선수단은 이어 광주일고 교내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을 함께 참배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광주일고 전신인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 지난 1929년 광주-나주 통학 열차에서 일본인 학생들과 충돌한 일을 계기로 확산한 항일운동이다.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독립운동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학생들은 이후 국립 5·18 민주묘지로 이동해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묘역을 참배했다. 이날 참배에는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도 함께했다.

정 교육감은 광주일고 학생 선수들과 관계자, 광주시민에게 사과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적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공동참배가 사과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 과정이라며 두 학교 학생들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새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오는 11월 3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에 맞춰 두 학교가 야구와 농구 경기 등을 다시 열어 스포츠 교류를 통한 화합의 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앞서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고 외쳐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텀블러 할인 홍보 문구 논란과 맞물리면서 비판이 커졌다.

배재고는 선창한 학생과 ‘탱크 데이’라고 소리친 학생 등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학교 관리자 책임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소년들의 혐오 표현과 비하 문화를 줄이기 위한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도 마련할 예정이다.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