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떠난 뒤, 전남 물놀이장 113곳 다시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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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떠난 뒤, 전남 물놀이장 113곳 다시 살핀다
곡성 참사 뒤 여름 경고등
전기·소방 합동 현장 확인
개장 전 출입통제 더 촘촘
  • 입력 : 2026. 07.10(금) 17:24
  • 성지용 기자
곡성 물놀이 안전사고 현장.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전남의 물놀이 안전망이 다시 시험대에 섰다. 지난 21일 곡성의 한 민간위탁 물놀이 시설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전남도는 도내 물놀이장 시설 등을 갖춘 테마파크 113곳 전체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22일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한 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미리 살피는 철저한 안전망을 갖추겠다”고 했다. 이번 점검은 단순한 사고 수습이 아니다. 개장 전 시설 관리, 전기 설비, 소방 대응, 안전요원 배치, 출입 통제까지 여름철 다중이용시설의 기본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참변이 남긴 질문

사고는 지난 21일 오후 2시 42분께 곡성군의 한 물놀이 시설에서 일어났다. 정식 개장을 앞둔 시설에 들어간 초등학생 형제가 물에 빠진 채 발견됐고, 소방당국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해당 시설은 곡성군이 민간에 위탁한 곳으로, 개장을 준비하던 상태였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사고 당시 현장에는 가족만 있었고 시설 관계자나 안전관리 요원은 없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수사 중이다. 경찰은 형제의 출입 경위와 시설 관리 실태, 전기 설비 이상 여부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현장 합동 감식에서는 수중 조명 설비의 누전 정황이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과 경찰 수사를 거쳐 확정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정이 아니라 사각지대를 빠짐없이 찾는 일이다.

이번 사고가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개장 전’이라는 말 뒤에 숨은 빈틈 때문이다. 물을 받아둔 공간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었는지, 개장 전에도 방문객이 접근할 수 있었는지, 안내문과 차단 시설은 충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안전요원이 없는 시간대와 미개장 기간은 관리 책임이 약해지는 구간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하게 막아야 할 구간이다.

점검의 초점은 전기와 통제

전남도가 밝힌 특별점검의 핵심은 전기와 소방, 시설 관리다. 물놀이장은 물과 전기가 함께 있는 공간이다. 조명, 펌프, 배전반, 누전차단기, 접지 상태 가운데 하나라도 허술하면 작은 이상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어린이가 이용하는 시설은 성인보다 낮은 위험도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전기안전 점검은 서류 확인에 그쳐서는 안 되고 실제 작동 여부와 누전 여부를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소방 점검도 구조 장비의 숫자만 세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구명환과 구명로프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 응급상황 때 누가 신고하고 누가 구조에 나서는지, 구급차 진입 동선이 막히지 않았는지까지 봐야 한다. 시설 안 방송 장비와 폐쇄회로(CC)TV, 비상벨, 안내판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사고는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전기, 물, 사람, 동선, 안내가 동시에 느슨해질 때 참사로 번진다.

출입 통제는 이번 점검에서 반드시 따져야 할 대목이다. 개장을 앞둔 시설은 공사장도, 운영장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기 쉽다. 관리 주체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는 말로 책임을 줄일 수 없다. 물이 차 있고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다면 이미 위험 시설이다. 문이 열렸는지보다 위험이 열려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전수조사, 숫자보다 조치가 중요

전남도가 점검하겠다고 밝힌 113곳은 여름철 가족 단위 이용객이 몰릴 수 있는 시설이다. 전수점검은 출발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점검표에 표시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미흡한 곳을 언제까지 고칠지 정하는 일이다. 누전 우려가 있거나 안전요원 배치가 미흡한 곳, 출입 통제가 허술한 곳은 개장을 미루는 조치까지 검토해야 한다.

정부도 올해 수상 안전관리 대책을 본격 시행하고 있다. 하천·계곡, 해수욕장, 국립공원 등 행락객이 몰리는 지역에는 안전관리 요원 5700여 명이 배치된다. 지난해보다 340명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안전요원은 정위치 근무 여부를 수시로 확인받고, 배치 전 교육에 더해 매월 1회 이상 특별교육을 받는다. 방학과 휴가철에는 지역별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고 사고 우려 지역을 특별점검한다.

정부 집계에서도 물놀이 사고는 줄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23년 19명, 2024년 18명, 2025년 17명의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숫자가 줄었다고 안전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 명의 생명도 지역사회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다. 더구나 어린이가 희생된 사고는 행정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바꾸라는 신호다.

휴가철 안전은 현장에서 완성

이번 특별점검은 전남도와 시군, 전기·소방 기관, 민간 운영자가 함께 움직여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시설 소유자, 위탁 운영자, 점검 기관, 현장 근무자의 책임을 분명히 나눠야 한다. 위탁 시설일수록 관리 공백이 생기기 쉽다. 지자체는 계약을 맡겼다는 이유로 손을 놓을 수 없고, 운영자는 개장 전이라는 이유로 현장을 비워둘 수 없다.

물놀이 안전은 이용자 주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물론 보호자는 아이에게 깊은 곳에 가지 말고, 뛰지 말고, 구명조끼를 착용하라고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시설은 아이가 실수해도 목숨을 잃지 않도록 설계돼 있어야 한다. 위험한 곳은 막고, 위험을 알리고, 위험이 생기면 곧바로 구조할 수 있어야 한다.

점검 결과를 공개하는 일도 필요하다. 어느 시설이 언제 보완을 마쳤는지 알려야 이용객도 믿고 찾을 수 있다. 안전은 행정 내부 문서가 아니라 주민이 확인할 수 있는 약속이어야 한다. 문제가 남은 곳은 개장보다 보완을 먼저 해야 한다.

김 지사의 애도는 행정의 약속으로 이어져야 한다. 빈소에서의 고개 숙임이 현장 개선으로 남아야 한다. 전남의 여름은 바다와 계곡, 강과 물놀이장으로 이어진다. 휴가철의 즐거움은 안전이 받쳐줄 때만 가능하다. 두 아이의 죽음이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고로만 기록되지 않으려면, 이번 점검은 보여주기식 확인을 넘어 실제 문을 닫고 고치는 점검이 돼야 한다.
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