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강 따라 걷는 길, 정원도시의 시간을 열다

문화
황룡강 따라 걷는 길, 정원도시의 시간을 열다
꽃길 따라 쉬어 가는 시간
주민의 손길로 피어난 정원
다시 걷고 싶은 강가의 길
  • 입력 : 2026. 07.13(월) 14:27
  • 정원채 기자
황룡강 음악힐링축제를 찾은 방문객들.
황룡강에 들어서면 강은 먼저 색으로 말을 건다. 봄에는 꽃양귀비와 수레국화가 물결치고, 가을에는 백일홍과 코스모스, 해바라기가 핀다. 장성의 정원문화는 낮은 꽃밭과 걷기 좋은 길에서 시작된다.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이 생활 속 치유 공간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장성은 황룡강을 중심으로 평림댐 장미공원, 장성무궁화공원까지 잇는 녹색 축을 만들고 있다. 여행은 좋은 기억이 남는 동선에서 완성된다. 황룡강은 그 동선을 강과 꽃, 사람의 손길로 이어 간다. 강바람과 낮은 꽃송이, 주민의 일상이 겹쳐지며 여행자는 도시의 속도를 내려놓게 된다.

꽃길이 도시의 표정이 되다

황룡강은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첫 물길 가운데 하나다. 장성 사람들에게 이 강은 오래전부터 마을과 들녘을 적시던 생활의 물길이었다. 그 익숙한 강변이 오늘날 황룡강 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물길 위에는 꽃밭과 산책로, 쉼터가 놓였고, 강은 바라보는 풍경을 넘어 걷고 머무는 정원이 됐다.

약 20만㎡ 규모의 꽃밭은 강줄기를 따라 넓게 펼쳐진다. 13.5㎞에 이르는 산책길은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봄이면 유채꽃이 강변을 노랗게 물들이고, 초여름에는 꽃창포와 수국이 물가의 색을 바꾼다. 가을이 오면 황화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며 강변을 다시 꽃길로 만든다. 이 풍경은 여행자의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 천천히 걷고, 잠시 멈춰 사진을 찍고, 다시 강바람을 따라 걷게 한다.

주민들은 익숙한 걸음으로 강변을 오가고,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강을 따라 이어지는 꽃밭과 쉼터를 지나며 장성의 풍경을 천천히 만난다. 여행지로서의 황룡강은 거창한 목적지를 내세우기보다, 강변을 따라 걷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장성의 분위기를 전한다. 강물과 꽃길, 사람의 보폭이 나란히 이어지는 자리에서 황룡강 생태공원의 오늘 풍경이 만들어진다.

여섯 정원에 이야기를 심다

장성군은 황룡강 지방정원 조성사업을 통해 강변의 풍경을 더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다듬고 있다. 주제정원은 푸른물빛정원, 홍담정원, 황룡정원, 청백리정원, 검은숲정원, 참여정원 등 6곳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황룡정원은 음악분수와 상설무대, 계단식 좌석, 잔디밭을 갖춘 중심 구간이다. 축제가 열릴 때는 공연과 체험을 품은 열린 무대가 되고, 평소에는 주민의 발걸음이 쌓이는 생활의 정원으로 돌아간다. 홍담정원은 백양사 애기단풍에서 떠올린 붉은색을 정원의 이미지로 가져오고, 청백리정원은 아곡 박수량 선생의 백비에서 착안해 흰 돌과 원형 디자인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검은숲정원과 푸른물빛정원은 조성 과정 속에서 앞으로의 모습을 갖춰 갈 구간이다.

황룡강 정원은 한 번에 완성된 풍경이라기보다 계절마다 조금씩 얼굴을 바꾸는 강변에 가깝다. 봄에는 새잎과 꽃이 물가를 채우고, 여름에는 초록이 짙어지며, 가을에는 꽃과 나무의 색이 강바람 속에서 달라진다. 그 사이를 주민이 걷고, 아이들이 뛰고,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쉬어 간다. 정원은 그렇게 사람의 시간이 쌓일 때 비로소 하나의 장소가 된다.

작가와 주민이 만드는 풍경

정원문화의 깊이는 꽃의 크기보다 그 공간을 누가 어떻게 가꾸느냐에서 드러난다. 황룡강에는 가든 디자이너와 조경 전문가, 정원 설계자 등 작가정원을 맡은 이들의 해석과 주민의 손길이 함께 놓여 있다. 작가정원은 강의 생명력, 남도 자생식물, 물과 바람의 흐름, 자연과 사람의 관계, 동학농민혁명군 황룡촌 전투의 기억을 정원의 언어로 풀어낸다. ‘적멸의 꽃’, ‘필암심원’, ‘시절인연’, ‘물, 바람 그리고 정원’, ‘강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강변이 품은 시간과 장소의 감각을 붙잡는다.

주민참여정원에서는 시민정원사와 주민들이 작은 정원을 만들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강변의 풍경을 직접 돌본다. 이곳의 정원은 감상하는 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길이 더해지고, 계절마다 다시 손보는 일이 이어질 때 정원은 지역의 문화가 된다. 방문객이 이곳에서 만나는 것도 단순한 꽃밭만은 아니다. 누가 이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돌보며, 어떤 기억을 심어 두었는지를 함께 보게 된다. 그때 황룡강의 정원은 강변의 배경을 넘어 장성 사람들이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로 남는다.

강변 너머로 넓어지는 정원

황룡강에서 시작한 정원의 흐름은 강변 밖으로도 이어진다. 삼계면 평림댐 장미공원은 물가의 풍경에 장미와 산책 공간을 더한 쉼터다. 댐을 배경으로 벽천폭포와 전망대, 휴식 공간이 놓이고, 노란 장미는 장성의 밝은 이미지를 조용히 더한다. 장성읍 무궁화공원은 또 다른 결을 지닌다. 나라꽃을 가까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교육형 공원으로, 다양한 품종의 무궁화가 여름부터 가을까지 차례로 핀다. 장미가 감각의 정원이라면 무궁화는 기억의 정원이다.

평림댐 장미공원과 무궁화공원은 황룡강 생태공원과 함께 장성의 정원 동선을 넓힌다. 강변을 걷는 시간은 물가의 장미와 나라꽃을 만나는 길로 이어지고, 장성의 정원은 한 장소에 머무는 풍경에서 여러 공간을 천천히 잇는 풍경으로 확장된다. 꽃을 보는 즐거움에 걷기와 배움, 휴식이 겹치면서 장성의 녹색 여행은 한층 입체적인 시간을 갖게 된다.

축제 뒤에도 남는 계절의 길

황룡강 음악 힐링 축제는 봄꽃이 피는 강변에 공연과 체험을 더해 계절의 분위기를 나누는 자리다. 가을꽃축제는 10월의 백일홍, 천일홍, 해바라기,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강변 풍경을 장성의 대표적인 가을 장면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장성 정원문화의 의미는 축제장의 인파에만 머물지 않는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남는 산책로, 주민이 돌보는 작은 꽃밭, 해마다 다시 떠올리는 계절의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축제가 지난 황룡강을 걸어 보면 이 공간의 표정은 조금 달라진다. 사람들로 붐비던 강변에는 다시 바람과 발걸음이 남고, 꽃밭은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여행자에게 황룡강은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떠나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강을 따라 천천히 걷는 동안 장성의 자연과 주민의 일상이 겹쳐지고, 그 조용한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황룡강의 정원은 화려한 순간보다 다시 걷고 싶은 계절의 기억으로 완성된다.
정원채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