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부터 국회까지… 이남오 함평군수 ‘직진 행정’

함평
현장부터 국회까지… 이남오 함평군수 ‘직진 행정’
폭우 주민 제보에 즉시 출동
여섯 과제 중앙 지원을 요청
생활 고충 서른아홉 건 상담
  • 입력 : 2026. 07.15(수) 14:30
  • 서은선 기자
지난 9일, 이남오 함평군수가 새벽부터 수해 현장 긴급 방문해 점검을 하고 있다. [함평군]
지난 1일 취임한 이남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함평군수의 첫 행보는 사무실 밖에서 시작됐다. 폭우가 쏟아진 마을에서는 주민 제보를 듣고 곧장 피해 지역으로 향했고, 국회에서는 지역의 성장판을 넓힐 사업을 설명했다. 군청에는 여러 기관의 상담 창구를 모아 주민의 생활 불편을 들었다. ‘현장에서 듣고, 중앙에 요구하며, 생활 문제를 풀겠다’는 민선 9기 군정의 방향을 짧은 기간에 압축해 보여준 셈이다. 같은 날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기회를 함평의 일자리와 생활 개선으로 잇는 일도 새 군정의 과제가 됐다. 군민에게는 큰 구상보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먼저다.

■ 주민 한마디에 수해 현장으로

함평군은 이 군수가 지난 9일 별도의 사전 일정 없이 해보면과 월야면 일대를 돌며 집중호우 피해 상황을 살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오전 2~3시 군 집계로 해보면에는 시간당 최대 95㎜, 월야면에는 75.5㎜의 비가 내렸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농경지 침수와 시설물 피해 우려가 커졌다.
출발점은 월야면 전통시장이었다. 이 군수는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에게 근무 환경과 생활 속 불편을 듣던 중 양지마을에 가로수가 쓰러졌다는 주민 제보를 받았다. 그는 곧바로 마을로 이동해 통행 상황과 추가 사고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계 부서에 안전조치와 복구를 지시했다. 이어 용정리 송정천 주변을 찾아 하천 수위와 침수 우려 지역도 점검했다.
취임 첫날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이 군수는 취임식 뒤 경로식당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노인복지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 오후에는 재해위험지구 두 곳을 찾아 시설 운영과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했다. 취임사에서 군민 목소리를 먼저 듣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고 한 약속을 일정으로 옮긴 것이다.
현장 방문은 빠를수록 좋지만, 방문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쓰러진 가로수의 복구 여부, 침수 취약지의 보완 계획, 반복 피해 지역의 예산 반영까지 이어져야 주민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예고 없는 점검과 함께 담당 부서의 상시 대응 체계를 갖추는 일도 필요하다.

■ 취임 닷새 만에 국회행

이 군수는 지난 6일부터 이틀간 국회를 찾아 이개호·황명선·강득구·서영교·서삼석·박균택 의원 등을 만났다. 민선 9기 첫 국회 방문이었다. 취임 닷새 만에 중앙 정치권의 문을 두드린 것은 지역사업을 정부 계획과 예산 논의에 일찍 올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함평군이 건의한 사업은 6개다. 빛그린국가산단 RE100 산업단지 지정과 확장, 광주 삼도~함평 나산 간 광역도로 확장, 함평형 기본소득, 함평천지한우 유전자원센터, 함평 해양치유 웰니스 복합센터, 황금박쥐 관광·빛의 도시 조성이다. 총사업비는 1,443억 원 규모다. 이 금액은 이미 확보한 국비가 아니라 사업 전체에 들어갈 것으로 잡은 비용이다.
가장 앞세운 사업은 빛그린국가산단이다. 군은 기존 123만 평 규모 산단에 약 100만 평을 더 넓히고, 입주 기업이 쓰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산업단지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반도체를 검사하고 포장하는 후공정 기업을 끌어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재생에너지와 공업용수, 광역교통망, 광주과학기술원과 전남대의 인력 기반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이 구상은 취임식 직후 한국RE100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은 데서도 드러났다. 산업단지와 도로, 축산, 관광, 복지를 따로 떼지 않고 일자리와 인구 문제를 함께 푸는 성장 전략으로 묶으려는 것이다. 다만 산단 확대와 국가 지정은 중앙정부 협의, 기업 수요, 재원 마련,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 방문은 출발선일 뿐이며, 사업별 일정과 군비 부담, 기대 효과를 주민에게 공개해야 설득력이 생긴다.

■ 39건 고충, 한자리서 상담

함평군은 지난 8일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군청 대회의실에서 ‘달리는 국민신문고’를 운영했다. 나주시와 장성군, 영광군도 참여한 권역형 상담이었다. 국민권익위 조사관과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의 상담관이 행정·복지·세무·주택·교통·법률·지적·금융 문제를 들었다.
접수된 민원은 39건이다. 이 가운데 25건은 현장에서 상담과 안내를 거쳐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나머지 14건은 국민권익위와 관계기관이 추가로 검토해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다. 따라서 25건을 현장에서 모두 해결했다고 표현하기보다, 해결 방법을 찾거나 안내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군은 저소득 장애인 가구와 노인 부부 가구 등 도움이 필요한 주민도 미리 찾아 상담으로 연결했다. 생활·의료·주거 지원이 필요한 가구는 관련 부서가 맞춤형 서비스를 이어갈 계획이다. 주민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지 않도록 한곳에 창구를 모은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상담 뒤 실제 조치와 지원이 끝났는지 확인하는 관리표가 있어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완주

이 군수는 지난 13일 민선 9기 첫 정례조회에서도 공직자들에게 적극 행정과 능동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주문했다. 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회복, 주거·교육·복지 등 생활 여건 개선, 지방소멸 대응, 따뜻한 공동체 조성을 군정의 큰 방향으로 제시했다. 앞선 수해 점검과 국회 방문, 민원 상담을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으로 굳히겠다는 뜻이다.
초반 행보의 공통점은 빠른 대응과 직접 소통이다. 주민 곁에서는 작은 불편을 듣고, 중앙에서는 큰 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록과 결과다. 6개 사업의 국가계획 반영 여부와 예산 확보액, 수해 취약지 개선 상황, 14건의 미처리 민원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사무실보다 현장 먼저’라는 말이 구호를 넘어 행정의 기준이 된다. 계획마다 책임 부서와 기한을 정하고 주민에게 진행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이 군수는 “재난 상황에서는 속도가 곧 행정이고, 현장이 곧 답”이라고 말했다. 민선 9기의 첫걸음은 빨랐다. 앞으로의 평가는 얼마나 자주 현장을 찾았는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들은 말을 정책과 예산으로 얼마나 끝까지 바꿨는지에 달려 있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