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 선택의 시간… 국정·총선 해법 겨룬다

정치
민주당 대표 선택의 시간… 국정·총선 해법 겨룬다
연임론·교체론 정면 맞대결
당원표·중도확장 셈법 갈려
호남·청년 표심 새 변수로
  • 입력 : 2026. 07.16(목) 10:25
  • 김예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가 13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8·17 전당대회 당권 경쟁 구도가 완성됐다. 왼쪽부터 김민석 전 총리, 정 전 대표, 송영길 의원, 고민정 의원, 김보미 전 강진군의원이 출마 선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연임 도전을 선언하면서 오는 8월 17일 당 대표 선거의 대진표가 갖춰졌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 송영길·고민정 의원,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까지 모두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내걸었지만, 해법은 개혁의 연속과 지도부 교체, 당내 통합과 외연 확장, 세대교체로 갈렸다. 공식 후보 등록은 오는 16~17일이다. 5명이 모두 등록하면 오는 21일 예비경선에서 본선 진출자 3명을 가린다. 차기 대표는 집권 2년 차 정부와 국회를 잇고 오는 2028년 총선 공천을 지휘한다. 단순한 당내 자리 경쟁이 아니라 정부의 남은 임기와 다음 총선의 방향을 정하는 승부인 셈이다. 책임도 그만큼 무겁다.

◇ 개혁 연속이냐, 지도부 교체냐

정 전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다시 한 번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완수와 당원 중심 정당을 앞세우고, 이 대통령 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다. 당 대표 자리를 차기 대선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의심을 막기 위해 “당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도 꺼냈다.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적을 옮긴 경력이 있는 경쟁자들과 차별화했다. 보완수사권 폐지 등 검찰개혁을 구체적 과제로 제시했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는 전 당원 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6일 광주에서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했다. 구호는 ‘다시, 이기는 민주당’이다. 총리로 국정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과 당을 안정적으로 잇고, 오는 2028년 총선 승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 전 대표 체제에서 숙의와 토론이 줄고 당정 협력에 혼선이 생겼다고 비판하며 리더십 교체를 요구했다. 합리적 진보에서 중도와 보수까지 끌어안는 ‘덧셈 정치’도 약속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진 민주 진영의 역사를 함께 품는 통합 노선도 내세웠다.
두 사람의 충돌 뒤에는 지난 6·3 지방선거 평가가 놓여 있다.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을 차지했지만 서울시장과 일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졌다. 정 전 대표 쪽은 전국 승리를 성과로 내세우고, 경쟁 주자들은 핵심 승부처 패배와 공천·선거 전략의 문제를 묻고 있다. 같은 성적표를 놓고 ‘계속 맡길 것인가, 새 지휘봉을 세울 것인가’가 첫 선택지가 된 셈이다.

◇ 송영길은 확장, 고민정은 통합

송 의원은 지난 8일 당 대표 도전을 선언했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인천시장과 당 대표를 지낸 6선의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는 당과 대통령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당청동색’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선거 때마다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다수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주택시장 안정, 주가를 억누르는 행위를 막는 법, 청년의 지도부 참여 확대 등 민생 공약도 꺼냈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20·30세대로 채우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동시에 정 전 대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며 가장 거칠게 교체론을 펴고 있다.
고 의원은 같은 날 “젊은 민주당, 모두의 민주당”을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잇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당내에서 상대에게 낙인을 찍거나 멸칭을 쓰는 문화를 걷어내고,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해야 중도층과 청년층까지 지지를 넓힐 수 있다고 했다. 청년에게 주요 당직을 열고 당원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큰 쟁점을 충분히 토론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서울 도심 공공부지 활용과 청년·신혼부부 대출 규제 완화 등 주거 대책도 제시했다.

◇ 김보미가 던진 호남·청년 승부수

김 전 의장은 지난 9일 출마를 선언한 36세 평당원이다. 다섯 주자 가운데 유일한 원외 인사이자 30대다. 강진에서 재선 군의원과 전국 최연소 기초의회 의장을 지낸 그는 청년이 떠난 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진단했다. 경선의 선거인 수와 투표자 수, 후보별 득표를 공개하는 ‘유리상자 경선’, 검증 가능한 1인 1표, 지방 중심 성장 전략을 핵심 약속으로 제시했다. 그의 도전은 평당원도 중앙정치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호남은 이번 경선의 상징이자 막판 승부처다. 김 전 총리는 광주에서 출정식을 열었고, 송 의원은 고흥, 김 전 의장은 강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 전 대표도 호남 개혁 공천을 강조했다. 전북·광주·전남 순회경선은 오는 8월 15일, 경기·서울 경선 하루 전에 열린다. 호남에서 누가 힘을 얻느냐에 따라 마지막 수도권 경선의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

◇ 1인 1표 첫 적용, 선호투표가 변수

이번 선거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한 표 가치를 같게 하는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당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한다. 예비경선은 대의원 35%, 권리당원 35%,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한다. 조직력이 강한 주자에게 유리하다는 전망과, 참여율이 높아지면 기존 계산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함께 나온다. 결국 핵심은 많은 권리당원이 실제 투표장으로 움직이느냐다.
본선 당선 방식을 둘러싼 다툼도 끝나지 않았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유권자가 후보 3명의 순위를 정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탈락 후보의 다음 순위 표를 넘기는 선호투표제를 제안했다.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급한 규칙 변경이라며 반대하고, 다른 주자 쪽에서는 표심을 넓게 반영할 수 있다고 맞선다. 2순위 표가 어디로 이동하느냐가 당락을 바꿀 수 있어 후보 간 연대설과 유불리 논쟁도 커졌다. 지난 14일 오전까지 최고위원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순회경선은 오는 8월 1일 충청권에서 시작해 전국을 돈 뒤 오는 8월 17일 대전에서 끝난다. 차기 대표는 집권여당을 이끌고 오는 2028년 총선 공천과 선거 전략을 지휘한다. 이번 승부는 누가 대통령과 더 가깝다고 외치느냐만 가리는 선거가 아니다. 강한 당원 지지를 국정 성과와 국민 지지로 넓힐 수 있는지, 내부 경쟁을 끝낸 뒤 하나의 팀을 만들 수 있는지가 마지막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