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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안에 후보지 지정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조성 전략을 발표했다. 호남권에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인 팹 4기를 넣을 국가산단을 새로 만들고, 산업과 혁신, 생활 기능을 교통망으로 연결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기업과 산업통상부가 개발계획을 마련해 산단 지정을 요청하면 한 달 안에 후보지로 지정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사업성 검토인 예비타당성조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면제를 추진하고, 여러 기관에 흩어진 인허가도 신속 절차로 묶는다. 국방부가 땅을 넘기는 시점에 맞춰 부지 조성 공사에도 곧바로 들어간다.
입지는 지난 6일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확정됐다. 군공항은 넓은 평지이고 활주로 주변 평탄화가 끝나 있어 토목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 광주송정역과 도심이 가깝고 도로·공항·항만을 잇기에도 유리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국유지가 많아 보상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한 달’은 국가산단 전체 승인이 아니라 후보지 지정에 걸리는 목표 기간이다. 환경·교통 검토와 개발계획 승인, 군사시설 정리까지 모두 끝난다는 뜻은 아니다. 800조 원도 정부 예산이 아니라 두 기업이 밝힌 장기 민간 투자계획이다. 공장별 착공·완공 시점과 정확한 배치 면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일하고 사는 첨단 생활권
정부는 공장만 들어선 산단이 아니라 연구소와 창업공간, 주택, 학교, 의료·문화시설이 가까운 복합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도시·건축 규제를 풀고 전남대 캠퍼스 혁신파크와 광주 도심융합특구를 활용해 연구개발과 창업 공간을 넓힌다. 기업이 제안하는 특화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필요하면 근로자 특별공급도 검토한다.
교통 목표는 ‘출퇴근 30분, 수출입 물류 1시간’이다. 산단 진입도로와 철도 등 국가교통망을 보강하고 항공 물류 비중이 큰 반도체 산업을 위해 무안국제공항의 시설과 기능도 키운다. 광주송정역과 산단의 출입구, 협력업체 물류 흐름을 함께 따져 새 교통망을 짜야 한다.
이 계획에 따라 기존 군공항 종전부지 구상은 사실상 다시 그리게 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백만평숲과 주거·상업·문화시설, 영산강 수변공간을 묶은 ‘일자리·주거·여가’ 도시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팹과 협력기업, 전력·용수 시설이 차지할 면적이 확정되지 않아 녹지와 주거지의 규모와 위치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백만평숲의 존치 여부도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 전기와 물, 공장보다 먼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기와 깨끗한 물을 쉬지 않고 써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오는 2030년까지 전력을 조기에 공급하기 위해 한전 공용망과 산단을 잇는 새 공급선로를 준비하고 있다. 한전은 전력망 적기 건설 전담팀도 꾸렸다. 지역 안의 발전력만 믿을 수 없어 정전 위험을 낮출 두 갈래 이상의 공급선과 저장설비도 함께 따져야 한다.
용수는 동복댐을 비롯한 주변 수원과 다시 쓴 물, 새 관로를 묶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지난 7일 장성 신장성변전소 예정지와 화순 동복댐을 찾아 전력·용수 공급 여건을 점검했다. 그러나 기업이 공장 규격과 가동 시점을 내놓기 전에는 필요한 물의 양과 관로 규모를 확정하기 어렵다. 생활용수 공급과 댐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도 따져야 한다.
민 시장은 군공항이 완전히 옮겨가기 전에도 훈련 문제를 정리하면 일부 산단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토부는 국방부에서 부지를 인도받는 때에 맞춰 조성 공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어느 구역을 먼저 쓸 수 있는지, 군 작전과 공사가 함께 가능한지는 국방부와 기업의 세부 협의가 필요하다. 유류 저장시설과 송유관, 미군 사용시설 처리와 토양 정화 확인도 남은 과제다.
■ 무안이 쥔 마지막 열쇠
군공항 이전의 예비후보지는 지난 4월 2일 무안군 망운면 일대로 정해졌다. 앞으로 이전후보지 선정과 주변지역 지원계획, 주민투표, 무안군수의 유치 신청, 국방부 선정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이어져야 한다. 주민투표와 군수의 신청을 건너뛴 채 최종 부지를 정할 수는 없다.
주민투표 기준도 바로잡아야 한다. 군공항 이전 투표는 주민투표법상 국가정책 투표다. 따라서 일반 주민투표의 ‘전체 유권자 3분의 1 이상 참여, 유효표 과반 찬성’ 확정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무안군수는 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 유치 신청 여부를 정하게 된다.
무안군은 반도체 산단 유치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군공항 이전에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광주 민간공항을 먼저 무안국제공항으로 옮기고, 정부와 특별시가 1조 원 규모의 지원책을 구체화하며, 국가 차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라는 요구다. 부담은 무안이 지고 개발 이익은 광주가 가져가는 구조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800조 원 계획의 첫 삽은 행정 속도만으로 뜰 수 없다. 정부는 산단과 도로, 주택을 빠르게 설계하는 동시에 무안 군민이 받아들일 지원안을 숫자와 일정으로 내놓아야 한다. 사업 순서와 책임 주체도 분명히 공개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기존 개발 구상을 지키는 데 머물지 말고 산업용지와 녹지, 주거공간의 균형을 새로 짜야 한다. 군공항 이전과 기반시설 구축, 기업 투자가 한 시계처럼 움직일 때 광주의 오랜 소음 부지는 호남의 새 성장축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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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용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