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순담, 초고령사회 해법 함께 찾는다

곡성
구곡순담, 초고령사회 해법 함께 찾는다
4개 군 장수복지 협력 본격화
오는 9월 백세잔치 400명 초청
생활체육·숲치유 사업 잇따라
  • 입력 : 2026. 07.23(목) 10:17
  • 서은선 기자
2026 제 1차 구곡순담 장수벨트행정협의회 정기회의.
구례·곡성·순창·담양이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함께 대응한다. 네 군은 지난 16일 곡성군청 소통마루에서 ‘2026년 제1차 구곡순담 장수벨트행정협의회 정기회의’를 열고 상반기 공동사업의 성과와 하반기 추진계획을 점검했다. 오는 9월에는 100세 어르신과 가족이 함께하는 잔치를 열고 생활체육과 산림치유를 연계한 사업도 이어간다. 장수를 축하하는 행사를 넘어 건강과 여가, 교류를 아우르는 농촌형 노인복지 협력체계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경계 넘어 복지 경험 나눠

‘구곡순담’은 구례의 ‘구’, 곡성의 ‘곡’, 순창의 ‘순’, 담양의 ‘담’을 따서 만든 이름이다. 전남의 구례·곡성·담양과 전북의 순창은 지난 2003년 장수벨트행정협의회를 구성한 뒤 장수문화 확산과 노인복지 증진을 위한 공동사업을 추진해 왔다. 광역단체는 다르지만 농촌지역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정책 경험과 지역 자원을 나누는 협력 모델을 이어온 것이다. 전남과 전북을 잇는 생활권 협력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네 군은 사업별 성과와 운영 경험도 꾸준히 공유해 왔다.
이번 회의에는 조상래 곡성군수와 장길선 구례군수, 최영일 순창군수, 박종원 담양군수, 관계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제2차 정기회의에서 의결한 안건의 추진 상황을 확인하고, 올해 상반기 공동사업의 성과와 하반기 사업계획을 공유했다. 실무자 워크숍에서 제안된 협력과제와 협의회 운영 개선 방안도 논의했다.
네 군의 연대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맞닿아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해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전남의 고령인구 비율은 27.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2023년 65세의 기대여명은 21.5년이었지만, 지난 2024년 자신의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35.5%에 그쳤다. 같은 해 65~79세의 평생교육 참여율도 24.8%였다. 오래 사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은 다른 과제라는 뜻이다. 의료와 돌봄을 넘어 이동과 운동, 문화생활, 배움과 사회참여를 함께 다루는 정책이 필요해졌다. 인구와 재원이 한정된 군 단위 지역이 경험과 시설을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

100세 삶, 지역의 기억으로 남긴다

회의에서는 오는 9월 2일 곡성문화체육관에서 열리는 ‘제15회 구곡순담 100세 잔치’의 추진계획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인생을 살아보니, 웃음이 보약이로다’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네 군에서 초청한 100세 어르신 96명과 가족, 주민 등 4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행사는 장수 어르신을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세기의 삶을 지역의 기억으로 나누는 자리로 꾸며진다. 옛 교복을 입고 청춘 시절을 떠올리는 레트로 퍼레이드를 비롯해 팝페라 공연과 창작마당극, 초청가수 무대가 펼쳐진다. 장수 사진 전시와 포토존도 마련한다. 옛날 과자와 아이스케키, 팝콘을 선보이는 추억의 먹거리 부스에서는 어르신과 가족, 젊은 세대가 함께 웃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곡순담 100세 잔치는 네 군이 이어온 대표 공동사업이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행사는 장수 어르신의 삶을 존중하고 가족과 주민이 어울리는 지역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협의회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장수문화를 확산할 새로운 공동사업을 계속 발굴할 방침이다.

생활체육과 숲치유로 활력 더해

오는 9월 2일에는 동악파크골프장과 동악축구장에서 ‘제3회 구곡순담 장수노인 파크골프·게이트볼 대회’도 열린다. 네 군을 대표하는 어르신 선수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루고 친선을 다진다. 100세 잔치와 생활체육대회를 같은 날 열어 축하와 교류, 건강 증진의 의미를 함께 살리겠다는 취지다.
대회는 공연을 관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르신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다른 지역 참가자와 교류하도록 구성된다. 파크골프와 게이트볼을 매개로 네 군 선수단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생활체육 참여를 넓히고 지역 간 유대도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1월에는 곡성 섬진강기차마을과 국립곡성치유의숲을 연계한 ‘구곡순담 힐링 노하우 문화체험’을 추진한다. 증기기관차 체험과 숲 테라피, 족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어르신에게 휴식과 추억을 제공할 계획이다. 곡성의 관광자원과 산림치유 기반을 복지사업에 접목해 체험의 폭을 넓히는 시도다. 지역 관광시설을 어르신 복지자원으로 활용하고, 네 군 주민이 함께 이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행사 넘어 일상 복지로 넓혀야

구곡순담 협력의 다음 과제는 공동행사를 일상적인 복지정책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농촌 어르신에게는 병원과 복지시설까지 이동할 교통수단, 치매와 만성질환의 조기관리, 홀로 사는 노인의 안부 확인, 디지털 기기 교육 등이 절실하다. 네 군이 우수사례와 전문인력, 프로그램을 공유하면 한 지역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공동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행사 횟수와 참여 인원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이동이 어려운 주민의 참여 문턱도 낮춰야 한다. 사업 참여 뒤 건강상태와 사회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과 취약계층이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참여자 만족도와 재참여율을 같은 기준으로 관리하면 성과가 좋은 사업을 다른 군으로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조상래 곡성군수는 “초고령사회에서는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 간 경험과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함께 해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회장군인 곡성군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협의회가 더욱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출범한 구곡순담의 협력은 지방자치단체 간 연대가 고령화 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임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축제와 체험의 성과를 일상의 돌봄과 건강관리로 연결하는 일이다. 네 군의 공동사업이 장수를 기념하는 행사를 넘어 어르신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복지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