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교육청, AI·반도체 인재 공급망 짠다

교육
전남광주교육청, AI·반도체 인재 공급망 짠다
영재·과학고 권역별로 특화
미니팹 중심 현장수업 확대
돌봄·진학 묶어 정착 지원
  • 입력 : 2026. 07.28(화) 09:56
  • 김예영 기자
김대중 전남광주통합교육감이 1일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국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투자에 맞춰 학교와 산업을 잇는 구상을 내놨다. 연구·공학 인재와 현장 기술자, 이주 가족 돌봄까지 함께 설계해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고 사는’ 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학교·기관 신설과 입학 특례 등은 추진·검토 단계여서 법과 예산, 대학·기업의 협력이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수학·과학을 산업 언어로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은 지난 21일 광주청사 브리핑실에서 ‘AI·반도체 미래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내놓고, 서남권에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교육 대응이다. 교육청은 기업 투자가 지역 학생의 일자리로 이어지게 하려면 공장보다 사람을 키우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봤다.
정책의 핵심은 ‘교육 지산지소’다. 지역에서 배운 학생이 지역 대학과 기업으로 진학·취업해 고향에 자리 잡는 선순환을 뜻한다. 김 교육감은 “기업이 온다고 지역이 저절로 살아나지는 않는다”며 “늘어난 일자리가 우리 아이들의 몫이 되도록 교육이 먼저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는 수학과 과학 교육의 힘을 키우는 일이다. 교육청은 두 과목을 AI와 반도체 산업의 기본 언어로 보고 전남광주형 교육과정을 개발해 학교에 적용할 계획이다. 탐구 중심 공유학교인 ‘뉴튼스쿨’도 운영해 학생들이 문제를 찾고 실험하며 답을 만드는 경험을 더 넓힌다.
연구 인재를 위한 영재학교 3교 체제도 추진한다. 기존 광주과학고에 광주과학기술원(GIST) 부설 AI영재학교와 한국에너지공대(KENTECH) 부설 에너지영재학교를 더하는 구상이다. 학교의 연구시설과 전문가를 지역 학생에게 열고 주말·방학 캠프와 공동 연구를 운영해 소수 학생만의 공간이 아닌 개방형 과학교육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학고는 권역 산업에 맞춰 나눈다. 광주권은 AI·모빌리티, 서부권은 에너지·반도체, 동부권은 우주항공·신소재 중심으로 특화한다. 또 일반고 20개교 이상은 ‘AI·과학 중점학교’로 지정해 영재학교나 과학고에 가지 않은 학생도 첨단 분야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교실과 공장을 한 걸음에

두 번째 축은 졸업 뒤 바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술 인력 양성이다. 교육청은 반도체고등학교를 세워 기업 수요를 반영한 첨단 융합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기존 특성화고 학과도 새 산업의 일자리 구조에 맞게 단계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핵심 시설은 교육용 ‘미니팹(Mini FAB)’이다. 팹은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을 뜻한다. 교육청은 실제 생산 공정과 비슷한 환경을 갖춘 반도체 공동실습센터를 만들어 학생들이 장비 운용과 공정 흐름, 안전수칙을 직접 익히게 할 방침이다. 교과서로 공정을 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비를 다루며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겠다는 취지다.
이 과정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기업 참여가 중요하다. 빠르게 바뀌는 장비와 공정에 맞춰 교육과정을 계속 손보고, 현장 실습과 취업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대학·기업·연구기관과 함께 공동 교육과 실습 체계를 짜겠다고 밝혔다.

학교 밖 삶까지 함께 설계

세 번째 축은 기업과 사람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생활 기반이다. 교육청은 기업 이전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학교·대학·기업·지역사회가 함께 수업과 진로를 설계하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국제학교와 외국어 전용 마을도 추진해 외국인 전문 인력과 이주 가족의 교육 걱정을 덜겠다는 구상이다.
이주기업 임직원 자녀의 전·입학 기준을 완화하고 특목고·영재학교 입학 특례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GIST·KENTECH 등 지역 대학과 협의해 지역인재전형을 넓히고, 중·고교 교육부터 대학 진학과 취업까지 지역 안에서 이어지는 길을 만들 계획이다. 다만 입학 특례와 대학 전형은 교육청 혼자 정할 수 없는 만큼 법적 근거와 학교·대학 협의가 필요하다.
맞벌이와 연구직·교대근무 가정을 위한 ‘365 안심 돌봄’도 추진한다. 아침과 저녁, 방학, 긴급 상황의 돌봄을 하나로 묶고 기업 이전 지역의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교육·문화·행정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좋은 일자리만큼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학교와 돌봄 환경이 정착을 좌우한다는 판단이다.

두 기관 세워 실행력 높인다

교육청은 사업 실행을 맡을 두 개의 기관을 새로 세울 계획이다. ‘전남광주미래전략산업인재원’은 반도체·AI·에너지·우주항공 분야의 교육과 인력 수요를 잇는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학교와 대학, 기업,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를 연결해 필요한 인력 규모와 교육 내용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전남광주교육과정개발평가원’은 교육과정 개발부터 수업, 평가, 대입·진학까지 한 흐름으로 지원한다. 정답을 외우는 공부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하는 수업을 늘리고, 학생의 배움을 공교육이 끝까지 책임지는 체계를 세우겠다는 목표다.
교육청은 올 하반기 설립추진단을 꾸리고 프로젝트 추진단도 가동해 세부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필요한 특별법과 조례를 손보고 예산과 자원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발표문에는 새 학교와 기관의 위치, 개교·설립 시기, 전체 사업비, 기업 채용 연계 방식이 담기지 않았다. 발표가 지역 학생의 실제 진학과 취업으로 이어지려면 선언보다 촘촘한 일정표와 책임 있는 협약이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시설은 장비 교체가 빠르고 운영비가 큰 만큼 미니팹의 운영 주체와 유지비, 교사 연수 방안까지 함께 제시돼야 한다. 광주와 전남 동·서부 학생이 거리에 막히지 않도록 통학·기숙·온라인 공동수업 대책도 필요하다.
김 교육감은 “아이들이 일자리와 교육을 찾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이 땅에서 세계를 향해 꿈을 펼치게 하겠다”며 대학과 기업, 지자체의 협조를 요청했다. 교육청의 청사진이 거대한 산업 투자와 교실을 잇는 다리가 될지는 앞으로 내놓을 실행계획과 현장의 참여에 달렸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