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두 축 세운 전남광주… 군 공항 이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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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AI 두 축 세운 전남광주… 군 공항 이전 관건
250만 평 산단 절차 본격화
전력·용수 내년 7월 첫 삽
해남 연산거점 2028년 완공
  • 입력 : 2026. 08.06(목) 11:12
  • 서은선 기자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식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896조 원 규모의 서남권 첨단산업 투자계획을 실행 단계로 옮기고 있다. 광주 군 공항 일대는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됐고, 해남 솔라시도에서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건설이 시작됐다. 생산과 연산을 한 권역에 묶는 산업 지도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군 공항의 무안 이전과 전력·용수 공급, 정부 재정 분담은 여전히 성패를 가를 변수다.

250만 평 산단 설계 착수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앰코는 지난 6월 30일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맺었다. 투자계획은 SK 470조 원, 삼성 425조 원, 앰코 1조 원 등 모두 896조 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인 팹을 각각 2기씩 짓고, SK는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한다. 앰코는 광주 첨단패키징 생산시설을 늘린다. 다만 896조 원은 한꺼번에 투입되는 사업비가 아니라 기업들이 장기간에 걸쳐 추진할 투자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광주 군 공항 일원 826만㎡, 약 250만 평을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예비사업시행자로 선정된 뒤 조사·설계 용역 발주 절차에 들어갔다. LH는 오는 9월 말 용역사를 정하고 오는 10월부터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사업시행자 선정과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을 마치고 개발계획 수립,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주민 의견 수렴과 보상 절차를 함께 밟을 방침이다.

산단 조성은 속도가 관건이다. 정부는 통상 10년 안팎인 조성 기간을 최대한 줄여 현 정부 임기 안에 착공과 초기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군사시설 이전과 산업단지계획 승인, 기업의 단계별 투자 결정이 맞물려야 해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기반시설 국비 지원 길 열려

팹 4기 가동에는 약 6.3GW의 전력과 하루 65만t의 산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별시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공급시설 조성 방안을 협의하며 내년 7월 착공을 목표로 잡았다. 전력은 신장성변전소를 중심으로 한 호남권 345㎸ 전력망에서 산단까지 신규 송전선로와 변전·접속시설을 연결해 공급할 계획이다. 한빛원전과 지역 재생에너지를 기본 전원으로 활용하고 주민 밀집 구간의 지중화도 검토한다.

용수는 동복댐 하루 30만t, 주암·장흥댐 15만t, 보성강댐 10만t, 나주댐 10만t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광주 제1하수처리수 하루 30만t은 가뭄이나 추가 수요에 대비한 예비 수원으로 검토된다. 공업용수 관로와 추가 확보시설도 전력망과 비슷한 시기에 착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댐 증고와 용수 전환,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 동의와 보상, 환경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오는 11일부터 시행되는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은 클러스터 기반시설 조성·운영비의 50∼100%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화 시설이나 공급망·산업 안전에 필요한 시설은 전액 지원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원 가능 범위가 곧 국비 부담률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분담률과 전액 지원 대상은 산업통상부의 세부 기준과 예산 당국 협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시는 전력과 용수 시설의 정부 부담을 최대한 높이고, 메가특구법을 통해 도로와 연구개발, 인력 양성, 정주 기반을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50만 평 보증 카드 통할까

가장 큰 고비는 광주 군 공항 이전이다. 무안군은 민간공항 우선 이전과 1조 원 규모 지원, 국가산단 지정을 3대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이전후보지 선정위원회에 두 차례 불참했다. 민간공항 이전과 지원 방안은 협의가 진척됐지만 무안국제공항 인근 100만 평 규모의 RE100 기반 분산에너지 특화 국가산단 지정은 마지막 쟁점으로 남았다.

민형배 특별시장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무안군이 요구한 국가산단 가운데 절반인 50만 평의 분양을 특별시가 보증·지원하고 입주기업 유치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존 합의 이행과 무안군의 협력을 주문했다. 분양 보증 카드가 무안군을 협상장으로 끌어낼지가 주목된다.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현행 ‘기부 대 양여’는 지방정부가 새 군 공항을 지어 국가에 넘긴 뒤 기존 부지를 받아 개발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종전 부지가 국가산단으로 개발되면 주거·상업용지보다 수익성이 낮아 이전비와 지원비를 메우기 어렵다. 정부와 특별시는 기존 부지를 먼저 넘겨받는 ‘선양여’ 특례와 부족분의 국비·지방비 분담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와 비율은 확정되지 않았다.

해남서 AI 기반 먼저 가동

군 공항 이전이 협상 단계에 머문 사이 해남에서는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첫 삽을 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일 해남군 산이면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에서 착공식을 열었다. 오는 2028년까지 첨단 AI 반도체 1만5000장 규모의 연산 자원을 구축해 연구개발과 서비스에 제공한다.

정부와 국민성장펀드, 삼성SDS 컨소시엄이 출자해 지난 6월 설립한 한국에이아이컴퓨팅센터주식회사 ‘코아크’가 건설과 운영을 맡는다. 코아크는 한국전력에 전기 사용 신청을 마쳤고 용수 인입 관로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삼성SDS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일부 자원을 먼저 서비스한다. 국산 AI 반도체의 설계와 시제품을 시험하는 연구개발 구역도 조성한다.

광주에는 반도체 생산기지, 해남에는 AI 연산기반이 들어선다. 두 축이 실제 성장동력으로 이어지려면 군 공항 이전과 기반시설 건설, 국비 확보가 동시에 풀려야 한다. 896조 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공장과 전력망, 일자리로 바꾸는 실행 속도다. 계획이 늦어질수록 기업 투자와 지역 공급망 구축도 함께 밀릴 수 있다.

광주 군공항,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 [사진=[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