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들어간 들녘, 16.7㏊ 피해
장흥의 올해 1~7월 누적 강수량은 668.2㎜다. 평년 922.8㎜의 72.4% 수준이다.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은 데다 이달 들어 폭염경보까지 이어지면서 논밭의 물 부족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장흥군이 지난 3~4일 농작물 피해를 전수조사한 결과 벼와 콩, 고추 등 16.7㏊에서 가뭄 피해가 접수됐다.
농작물 피해는 같은 가뭄이라도 작물과 생육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벼는 출수기 전후 물 부족이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밭작물은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 수 있다. 군이 피해 접수 면적만이 아니라 용수 부족 기간과 작물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사 군수는 주말인 지난 8일 농경지와 저수지, 양수장, 육상 해수양식장 등 6곳을 차례로 찾았다. 농업용수 확보 여부와 저수지 수위, 작물 생육 상태를 살피고 양식어가의 고수온 대응 장비도 확인했다. 보고서 속 수치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물이 끊긴 곳과 피해가 시작된 곳부터 지원하라고 관계 부서에 주문했다.
군은 지난 3일부터 가뭄대책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읍면이 보유한 양수기를 농가에 빌려주고, 장흥소방서와 협의해 긴급 급수도 지원한다. 지난 7일부터는 대덕읍 잠두리 일원에 소방 물차를 투입해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저수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저수지 15곳에는 대형관정과 하천수를 연결해 물을 채우기로 했다. 관정 보수비와 하상 굴착 장비도 지원해 사용할 수 있는 수원을 최대한 끌어모을 방침이다.
저수지 채우고 양식장 지킨다
가뭄은 논밭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이은 폭염으로 바닷물 온도까지 오르면서 득량만 양식장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7일 득량만을 포함한 전남광주 5개 만의 고수온 주의보가 경보로 높아졌다. 장흥군은 자체 현장대응반을 꾸리고 경보가 풀릴 때까지 비상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군은 지난 6~7월 양식어가에 순환펌프 142대와 면역증강제 3019㎏, 액화산소 70t, 차광막 등을 미리 공급했다. 수온 상승으로 폐사가 발생하면 물량을 신속히 확인하고 사체를 거둬 2차 피해를 막을 계획이다. 10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농협과 현장 상황을 다시 살피고 추가 수원 확보 방안을 협의한다.
합동 점검에서는 현장마다 필요한 물의 양과 공급 가능한 수원을 맞춰 보는 일이 핵심이다. 하천수와 관정을 끌어오는 거리, 양수 장비의 성능, 전력 공급 여부가 실제 급수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사 군수는 “가뭄이 풀릴 때까지 행정력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며 “급수가 시급한 곳에는 가능한 수단을 즉시 투입해 피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 가뭄에 대비하려면 긴급 급수뿐 아니라 저수지별 수요와 공급량, 관정의 실제 가동 능력까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피해 면적도 작물별 생육 단계에 따라 늘어날 수 있어 후속 조사와 신속한 복구 지원이 중요하다.
4944억 도로망, 최종 문턱
현장에서 물 문제를 챙겼다면 국회에서는 성장 기반 확보에 나섰다. 사 군수는 지난달 30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와 차규근·안도걸·신정훈·문금주 의원을 만나 세 가지 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와 장흥 어촌뉴딜 3.0 공모 선정,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구축이다.
도로 사업은 국도 23호선 대덕 신리~장흥 순지 24.8㎞ 구간 4차로 확장과 국도 18호선 안양 기산~사촌 8.6㎞ 구간 개선이다. 사업비는 각각 4274억 원과 670억 원으로 모두 4944억 원 규모다. 두 사업은 지난 2025년 일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사업 확정 단계는 아니다. 예타 통과와 제6차 건설계획 최종 반영이라는 문턱이 남아 있다. 군이 국회 설득에 나선 이유다.
국도 23호선은 장흥을 남북으로 잇는 간선축이고, 국도 18호선은 여수·고흥·보성·장흥을 연결하는 서남해안축이다. 군은 도로 폭을 넓히고 굽은 구간을 개선하면 주민 이동은 물론 물류와 관광 접근성도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형 사회기반시설 사업은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 균형발전 효과를 함께 평가받는다.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통량과 안전 개선, 산업 연계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
회진항·푸드테크 성장축으로
회진항을 중심으로 한 어촌뉴딜 3.0은 낡은 생활·안전 기반을 고치고 관광자원과 어항을 묶어 어촌경제를 되살리는 사업이다. 공모에 선정돼야 국비가 붙는 만큼 주민 참여 계획과 민간투자, 운영 주체를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는 지역 농수산물과 첨단기술을 결합해 친환경 식품 포장재를 연구·실증하고 기업을 돕는 거점이다. 장흥군은 총사업비 105억 원 규모의 센터 유치를 준비하며 연구기관과 기업 협력망을 넓혀 왔다. 시설 건립에 머물지 않고 기술개발과 제품 생산, 기업 유치, 청년 일자리까지 연결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국회 방문은 출발점이다. 도로사업은 예타 결과와 국가계획 반영, 어촌사업은 공모평가, 센터는 정부 예산 편성 절차를 각각 넘어야 한다. 사업마다 결정 기관과 일정이 다른 만큼 군은 중앙부처 실무협의와 국회의 예산 심사를 나눠 대응해야 한다.
사 군수는 “민선 9기의 출발은 국비 확보와 국가사업 유치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 성패는 현장 방문과 건의를 실제 결과로 바꾸는 데 달렸다. 가뭄 피해 면적과 급수 실적은 수시로 공개하고, 국책사업은 예타와 공모 단계별 진척을 군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장흥군정의 첫 시험대는 움직인 횟수가 아니라 확보한 물과 예산, 그리고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다.
|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