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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논밭, 뜨거워진 바다
신안군은 지난 7일 김 군수 주재로 가뭄 대응 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 상황을 살피고 가뭄 장기화와 바닷물 수온 상승에 대비한 부서별 대책을 점검했다. 저수율에 따라 대응 단계를 나눠 대체 수원을 확보하고, 상황이 나빠지면 비상 급수와 운반 급수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읍·면별 간이양수시설과 관정, 저수지와 양수시설도 미리 점검하고 있다.
남부지방의 물 사정은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7일 낸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24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전국 강수량은 평년의 79%, 평균 저수율은 평년의 86% 수준이었다. 경상·전라 22개 시·군에는 ‘관심’ 이상의 가뭄 위기경보가 내려졌다. 섬마다 수원이 떨어진 신안은 육지보다 비상 급수가 어려워 사전 준비가 더 중요하다.
바다에서는 양식 생물의 상태와 수온 변화를 계속 살피기로 했다. 산소공급기와 액화산소공급기 등 고수온 대응 장비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양식장 현장 예찰도 강화한다. 농업용수만 챙겨서는 어민의 피해를 막을 수 없는 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앞서 군은 지난 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농업기술원과 압해읍의 배 재배단지와 밭작물 재배단지를 합동 점검했다. 배의 크기와 색, 수분 부족에 따른 생육 스트레스, 관수시설 가동 상태와 토양 수분을 살폈다. 밭작물은 고온과 가뭄에 따른 생육 저하 여부를 확인하고 작목별 관리 방법을 지도했다. 적기에 물을 대고 흙을 덮어 수분 증발을 줄이는 한편, 병해충 예찰과 무더운 시간대 농작업 자제도 당부했다.
군은 재난안전대책본부도 가동하고 지난 3일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생활지원사와 주민대피지원단을 통해 홀로 사는 어르신과 장애인의 안부를 확인하고, 스마트마을방송과 재난문자로 행동요령을 알리고 있다. 무더위쉼터와 사회복지시설, 버스정류장, 관광시설을 점검하고 천일염 생산 현장의 내·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예방수칙을 안내한다.
23개 사업, 중앙정부 문 두드려
현장 대응과 함께 장기 투자 재원 확보에도 나섰다. 군이 중앙부처에 건의한 신규 국비사업은 23건, 2273억 원 규모다. 해양수산부 소관이 11건으로 가장 많다. 물김 위판장 기반시설 현대화, 마른김 가공용수 중수도시설, 자연재해 대응 김 냉동망 보관시설 지원이 포함됐다. 여객선 완전공영제 재정 지원과 흑산권 1만 원 여객선 운임 지원, 국토 먼섬 급유선 정기 운항 지원도 요청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는 해상풍력산업 교육센터 건립, 사옥도∼감섬 가공배전선로의 해저케이블 전환, 도서 자가발전시설 노후 발전기 교체, 신안갯벌 철새서식지 탐조대 설치 등 4건을 건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는 도초 수다지구와 신의 노은지구, 임자 삼두지구 배수개선사업을 올렸다. 해안방재림 확대와 자생란유통센터 신축, 공영버스 운영 지원, 섬 지역 LPG용기 보관함, 신재생에너지 아카데미도 목록에 담았다.
사업 묶음의 방향은 분명하다. 김 산업과 해상풍력을 키우면서도 교통과 에너지, 재해 예방 같은 생활 기반을 함께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가뭄과 폭염이 드러낸 취약점을 임시 급수에만 맡기지 않고 배수시설과 전력망, 수산 저장시설 투자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섬에서는 배 한 편의 결항과 발전기 한 대의 고장이 생활과 산업에 곧바로 충격을 준다. 김 가공용수와 냉동 보관망은 어가 소득에, 해저케이블과 발전기 교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직결된다.
건의에서 예산까지가 승부
다만 2273억 원은 확보가 끝난 돈이 아니다. 중앙부처에 지원을 요청한 신규 사업 규모로, 정부안과 국회 심사를 거쳐야 실제 예산이 된다. 사업별 필요성과 시급성, 국비 지원 근거를 얼마나 치밀하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여러 사업을 한꺼번에 올린 만큼 우선순위를 정하고 부처별 논리를 다듬는 작업도 필요하다.
김 군수는 신규 사업이 국가예산에 반영되도록 중앙부처와 국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울릉과 섬 자치의 문 넓혀
제도 개선은 울릉군과 손을 잡았다. 김 군수와 남한권 울릉군수는 지난 6일 전남광주 여수에서 열린 섬의 날 행사에 앞서 만나 국토 외곽 섬의 발전과 주민 정주여건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두 군은 지난해 1월 시행된 ‘울릉도·흑산도 등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에 주민이 체감할 지원이 부족하다고 보고 법 개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 법은 해양영토를 지키는 먼섬의 정주환경과 소득을 지원하는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두 군은 생활비와 이동비, 의료·물류 격차를 줄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핵심 요구는 정주생활지원금 신설과 세제 특례, 생활·의료·물류 지원, 국가보조항로 확대다. 섬의 지리적 특성을 행정에 반영하는 ‘섬지역 특별자치군’ 설치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자치권과 재정 특례를 넓혀 육지와 다른 행정 수요에 맞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역시 확정된 제도가 아니라 입법과 정부·국회 설득이 필요한 과제다.
신안의 승부는 세 갈래다. 메마른 현장에는 물을 대고, 미래 산업에는 국가 재원을 끌어오며, 섬 주민의 삶에는 제도적 권리를 더하는 일이다. 김 군수는 “섬은 대한민국의 해양영토를 지키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주민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울릉군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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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