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30명의 100일, 기업이 찾는 워케이션 곡성으로

곡성
청년 30명의 100일, 기업이 찾는 워케이션 곡성으로
청춘작당, 워케이션 출발점
기업·개인 체류방식 다양화
심청·삼기 투트랙 운영체계
  • 입력 : 2026. 08.18(화) 14:46
  • 김예영 기자
일과 휴가를 함께하는 ‘워케이션’이 곡성의 새로운 체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말로, 평소 일터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 머물며 업무와 휴식을 병행하는 근무 형태다. 시작은 지난 2019년 도시 청년 30명이 참여한 100일 지역살이였다. 이후 2022년 심청이야기마을 워케이션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는 폐교를 활용한 기업형 거점 삼기러스틱타운까지 문을 열었다. 청년들의 지역살이 실험에서 시작한 사업이 기업과 공공기관까지 끌어들이며 곡성에 머무는 사람을 늘리는 정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청춘작당'서 워케이션으로


지난 2019년 곡성에서 시작된 ‘청춘작당’은 도시 청년 30명이 100일 동안 지역에 머물며 생활과 일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가자들은 곡성에서 생활하며 주민들과 교류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자신만의 일과 활동을 만들어갔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일부 청년은 곡성에 남아 협동조합을 만들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관광객이 짧게 방문하고 떠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외지인이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면서 주민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같은 경험은 지난 2022년 심청이야기마을 워케이션 시범사업으로 이어졌다. 곡성군은 한옥 숙박시설에 업무공간을 마련해 머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일과가 끝난 뒤에는 농촌 체험과 주민교류 등 곡성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숙박과 업무공간 제공에 지역 체험을 더하면서 워케이션의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 2023년에는 행정안전부 ‘고향올래’ 워케이션 분야에 ‘워크빌리지 IN 곡성’이 선정되면서 사업 기반도 확충됐다. 심청한옥마을의 유휴공간을 업무공간으로 정비하고 관광·체험 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면서 기업들이 일정 기간 곡성에 머물며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 거점으로 규모를 키웠다. 숙박과 업무, 지역 체험을 한 공간에서 연결할 수 있는 체류 환경도 갖추면서 기업 워케이션의 운영 기반을 한층 넓혔다. 청년들의 100일 지역살이에서 시작된 시도는 시범사업과 공모사업을 거치며 보다 체계적인 워케이션 사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업 넘어 개인까지 확장


지난해 5월 기준 곡성 워케이션에는 184개 기업에서 1100명 이상이 참여했고 이달에는 234개 기업, 1500명으로 늘었다. 참가자들은 체류 기간 지역 숙박시설과 음식점, 카페를 이용하고 관광·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축제나 특정 관광철에 집중됐던 방문객을 평일과 비수기까지 이어가는 체류 수요로 넓혀가고 있다.

참여 방식도 한층 다양해졌다. 지난해 운영한 ‘워크빌리지 곡성 시즌3’에서는 5월부터 12월까지 스타트업의 정기적인 워케이션 참여를 추진하는 한편, 개발자와 디자이너, 작가, 프리랜서 등 전문 직무군을 대상으로 5박 6일간 곡성에 머무는 ‘포레스트 캠프’를 운영했다. ‘곡성한달살기’ 프로그램도 선보이며 개인 참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체류 프로그램을 넓혔다. 기업의 정기적인 워케이션과 개인별 체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면서 참가 형태도 한층 다양해졌다.

심청은 개인, 삼기는 기업


올해 곡성 워케이션은 개인형과 기업형을 아우르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심청러스틱타운은 개인 여행객과 프리랜서, 디지털노마드 등이 머물며 일하는 개인형 워케이션 거점으로, 지난달 문을 연 삼기러스틱타운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연수·워크숍 등을 위한 단체형 거점으로 각각 역할을 맡았다. 이용 목적과 체류 방식에 따라 운영 공간을 구분하면서 개인 중심이던 곡성 워케이션에 기업과 공공기관 등 조직 단위의 체류 수요까지 더한 것이다.

심청러스틱타운은 한옥 숙박과 섬진강 주변의 자연환경을 살린 개인형 체류 공간으로 운영된다. 일정 기간 머물며 자신의 업무를 이어가는 프리랜서와 디지털노마드, 개인 여행객 등이 주요 대상이다. 반면 삼기러스틱타운은 폐교한 옛 삼기중학교를 활용해 디지털 공유오피스와 숙박시설,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갖춘 기업형 워케이션 시설로 조성됐다. 개인에게 맞춰졌던 기존 워케이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러 명이 함께 머물며 업무와 연수, 조직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기업형 워케이션의 첫 참여기업은 한국동서발전이다. 지난달 임직원 100여 명이 한 달 동안 순차적으로 곡성에 머물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업무와 휴식을 병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로당 방문과 마을 환경정화 활동에도 참여하며 지역 주민과의 교류도 이어갔다. 한국동서발전의 참여를 시작으로 삼기러스틱타운이 본격 가동되면서 곡성의 기업형 워케이션도 첫발을 내디뎠다.

머물고 다시 찾는 곡성으로


곡성 워케이션은 기존 공간에 새로운 역할을 입히며 영역을 넓혀왔다. 청년들의 지역살이에서 출발해 심청한옥마을의 유휴공간을 워케이션 거점으로 바꿨고, 폐교한 삼기중학교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머무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참가 대상도 청년과 개인에서 프리랜서, 디지털노마드, 기업 임직원과 공공기관까지 넓어졌다. 공간의 재활용과 체류 대상 확대를 함께 묶으면서 곡성만의 워케이션 구조를 만들어온 셈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 번 찾은 기업과 개인이 다시 곡성을 찾고,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연수와 워크숍이 반복 방문으로 이어지고, 개인 참가자가 한달살기나 지역 활동으로 체류 기간을 늘린다면 워케이션이 지역에 남기는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심청한옥마을 내 워케이션 오피스.

곡성군은 워케이션을 관광·문화·농촌체험·청년정책과 연결해 ‘찾아오는 지역’에서 ‘머무르고 다시 찾는 지역’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청년들이 시작한 작은 도전이 개인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워케이션 사업으로 성장했다"며 "사람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생활인구 정책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청년 30명의 100일 지역살이에서 시작한 시도는 현재 234개 기업, 1500명의 참여로 이어졌고, 축제와 관광을 위해 잠시 찾던 곡성에 이제는 일과 휴식을 함께하며 며칠씩 머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워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체류가 재방문과 장기적인 관계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앞으로 곡성이 풀어갈 과제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